그들과 남은 자들을 위하여.
똘이는 우리 가족에게 견생을 맡겼다. 우리 집에 머물게 되고 나서부터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똘이를 키웠다. 우리가 해주고 싶은 것을 해주고 사주고 싶은 것을 사주었다. 하지만 똘이가 그것을 원했는지는 아직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채 이런 것들이 똘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행할 뿐이었다.
똘이가 가고 나서 주위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생겼다. 떠난 후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이 사랑하라고. 난 자리에 남는 그리움만큼 아쉬움과 후회감도 오래간다고. 우리 가족은 똘이에게 메순간 후회 없는 사랑을 주었고 그래서 똘이가 가고 나서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건 하길 참 잘했다.라는 점이 있고 이건 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있다. 아래는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이 글을 읽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꼭 했으면 하는 일들이다.
1.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2.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세요.
3. 가장 편안하고 안락하고 익숙한 곳에서의 시간을 즐겨주세요.
4. 미리 장례식장을 알아봐 주세요.
5. 가족들과 함께 노견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얘기해주세요.
6. 내 아기가 가장 좋아하던 사람을 많이 보여주세요.
7. 건강검진을 꾸준히 해주세요.
8. 이빨 관리를 꼼꼼히 해주세요.
아이와 여행을 자주 가주세요,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먹여주세요, 아이에게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주세요 등의 말들은 아니다. 어쩌면 남은 인간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항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것들은 정말 중요하다.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먼저 떠날 아이를 위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우리 가족은 똘이에게 매일매일 수도 없이 했다. 가만히 누워있는 똘이에게도, 자고 있는 똘이에게도, 지나가는 똘이에게도, 먹고 있는 똘이에게도,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똘이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의 획수는 적어도 그 말의 무게가 무거워서 왠지 정말 사랑하는 존재에게는 그 말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법이다. 반려동물이 그 말은 못 알아들어도 그들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가족들의 따듯한 시선과 눈빛이 필요하다. 하루에 몇 번씩 질리도록 매일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자. 그 말을 하며 쓰다듬어 줄 때에 나를 쳐다보는 동그랗고 까만 우주가 반짝거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고 얼마나 많은 편안함을 주었느냐겠지만은, 남겨진 이들에게는 내가 그 아이 없이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까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그 아이로 인해서 우리가 좀 더 살아갈 힘을 얻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그리고 알지 못했던 다른 반려동물들의 세상에도 관심을 가지고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반려동물이 남긴 또 다른 선물이 아닐까.
요즘은 날씨가 아주 적절하다. 낮에는 따뜻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이맘때쯤이면 똘이가 산책을 좋은 컨디션으로 오랫동안 하곤 했다. 나와 내 가족들은 아직도 가끔 아파트를 산책하며 똘이와 앉아있던 벤치에 앉아 똘이와 산책하던 때를 나누곤 한다. 마냥 귀엽다고 여겨지던 지나가는 다른 강아지들이 이제는 기특해보인다. 오늘도 주인과 산책을 나와 신나게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너희들도 행복하지? 행복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