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치스러운글 Jul 06. 2022

강아지를 버리고 싶나요?

똘이라고 달랐겠나요

며칠 전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외부활동이 늘자 동시에 유기견도 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관관계였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집안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들도 늘어났다는 기사를 봤을 때부터 걱정하던 결과였다. 역시나 내 생각보다 사람들은 더 무책임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한 생명을 데리고 오고 버리다니.


그런 사람들이 강아지를 버리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크고 나니 생각보다 안 이뻐서, 너무 짖어서, 아프니 돌봐주기 힘들어서, 사고 쳐서, 돈이 많이 들어서 등 생각보다 별거 없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별 거 아닌 이유로 사람은 생명을 버린다. 키우는 사람의 작은 그릇보다 큰 생명을 데리고 왔다가 담지 못해 버거워 버린다. 똘이는 6개월 즈음되었을 때 우리 집에 왔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6개월쯤 된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똘이는 약 18년을 우리 가족과 함께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끝까지 우리와 함께한 똘이는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똘이는 짖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사고도 치지 않았을까?


똘이는 어렸을 때부터 잘 짖어서 민원을 받은 적도 있고 우리가 집에 없을 때는 휴지와 온갖 쓰레기통을 뒤져 바닥을 초토화 만들기도 했다. 늙어서는 신부전과 단백뇨, 중간에는 관절 수술까지 받았다. 입맛이 까다로워서 간식도 아무거나 먹지 않았고 간수치가 태생적으로 높아 사료도 비싼 특별 사료만 먹을 수 있어 생활비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한 번도 똘이의 모습을 밉다고 생각하거나 버겁다고 여겨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똘이는 강아지가 아닌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동그란 검은색 눈을 가진 작고 하얀 몰티즈는 그냥 귀여운 강아지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한 가족에게 맡긴 힘없는 생명체이자 온 우주를 모두 한 사람에게 기대 버린 순수한 영혼이었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보는 인스타그램의 귀여운 강아지들은 이런 점이 없을까. 카메라 앞처럼 완벽하게 조용하고 예쁜 인형처럼만 살고 있을까. 아마 강아지를 키우는 모든 견주분들이라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강아지들은 사고도 치고 짖고 그렇다고. 그렇지 않은 강아지들이 거의 없지만 우리는 그들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참아주고 그것마저도 이뻐하며 산다고. 때로는 힘들고 버거울 때도 있고 현실이 걱정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이라서 함께 한다고. 그들이 아파할 때는 함께 아파하고, 외로워할 때는 미안해하면서. 우리가 힘들 때는 순수한 그들의 눈빛과 손짓에 위로를 받으면서 준 것보다 더 많이 받아 간다고.


똘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똘이를 위해 포기한 것도 많고 똘이가 우리를 위해 포기한 것도 많다는 것. 반려 생활이라는 것은 비단 우리가 그들을 보살피는 것도 포함되지만 우리와 그들이 서로 맞추면서 공생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 비록 우리가 물질적으로 많은 희생을 해야 할 지라도 한 생명체와의 동거에서 기꺼이 나는 그러리라는 것.

그리고 그런 각오가 생겼을 때 비로소 당신은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하고 싶다.


그 작은 검정 눈에는 당신만 바라보는 우주가 있다. 누군가의 우주를 파괴하는 삶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