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걸린 아기
똘이는 보통 똘이의 허락 없이 본인의 몸을 만지도록 하지 않았다. 세 번이면 충분했다. 그 이상이면 멀리 도망가버리거나 귀찮게 하지 않는 아빠에게 달려가 몸을 숨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똘이의 나이에 비례하는 관절의 노화와 빈혈기, 신부전으로 인한 속 쓰림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겹치고 겹쳐 걷기 힘들어지는 순간이 왔다. 똘이의 신부전 투병은 컨디션의 차이가 극명했다. 수치가 조금 낮아지는 기간에 똘이는 어떻게든 걷고 활동하려고 노력했고 수치가 높아지는 기간에는 꼼짝없이 누워있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똘이에게 치매가 왔다.
의사 선생님은 치매가 와서 신부전인 똘이가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 거라고 하셨다. 보통 신부전이 걸린 아이들은 밥을 잘 못 먹기 마련인데 똘이는 치매가 있어 밥을 계속해서 찾았다. 때로는 집안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똘이의 신부전 투병 기간 중 치매 기운이 높을 때의 이야기이다.
똘이는 치매 기운이 있어 어떻게든 걷고 싶어 했고 먹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막상 먹으면 메슥거리고 걸으면 넘어지게 되는 자신의 몸이 싫었던 것 같다. 계속해서 슬픈 눈을 보이며 낑낑거리고 울고 칭얼거렸다. 귀신 들린 것처럼 갑자기 일어나 얇은 다리로 휘청휘청 걷다가 어딘가에 머리를 처박혀 살려달라 울었다. 똘이는 앉아서도 누워서도 울었다. 자기를 봐달라는 것처럼 그랬다. 똘이는 안아서 거실을 한 바퀴 돌 때까지 그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똘이는 계속해서 표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에는 참 그 소리가 밉기도 하고 뭔지 몰라 답답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똘이의 표현 덕에 우리가 똘이를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똘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의 배 위에서 지냈다. 똘이가 바닥에 눕기만 하면 낑낑거리고 울어서 엄마는 똘이를 안아 집안 곳곳을 여행시켜주고 냄새를 맡게 해 주었다. 가끔은 밖으로 안고 나가 나무와 풀 냄새를 맡게 해 주었다. 그런 똘이가 조금 잠잠해지고 까만 눈빛이 따뜻해지면 엄마는 거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똘이가 엄마 배 위에서 잘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럼 똘이는 포근한지 몸을 웅크리며 스르륵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엄마의 티셔츠에서는 항상 똘이의 꼬순내가 났다. 똘이가 자는 것 같아 방석 위에 올려주면 귀신같이 눈을 뜨고 두리번거리며 낑낑거렸다. 그 모습이 갓난아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가끔 우리 가족은 그래서 저녁 식사를 번갈아 가면서 하기도 했다. 똘이가 더 답답하겠지 싶어서 우리는 할 수 있는 작은 희생들을 실행했다.
똘이는 자기 전에 특히 더 칭얼거렸다. 아기가 자기 전에 울기를 멈추지 않는 것처럼 똘이도 그러했다. 새벽에 가족들이 잠을 자기 위해서 똘이가 잠이 들어줘야 하는데 낮에 너무 많이 자버리니 저녁 내내 깨어있으면서 낑낑거리기 일쑤였다. 엄마는 그런 똘이를 보살폈고 결국 몸에 염증이 생겨 수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계속해서 똘이를 돌봤다. 회사에서 우리가 돌아오면 엄마의 순서를 이어받아 똘이를 돌보고, 새벽에도 가끔 똘이를 데려가 보살폈다. 그런 엄마와 우리 가족의 마음을 똘이도 알았는지 어느 순간부터 새벽에 곤히 잠들기 시작했다.
시크하고 츤데레였던 똘이의 성격. 누구보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요구할 줄 알았던 똘이가 점점 아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똘이의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기 한 명을 다시 키우는 것 같다는 엄마의 말이 정말 와닿았다. 똘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이미 6개월이 지나 다 자라 있는 상태였는데 점점 살이 빠져 작아지는 똘이를 보며,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한 똘이의 어렸을 적 모습을 보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똘이에게 우리는 매일 사랑한다 말해주었다. 좀 더 우리를 괴롭혀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