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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Jul 28. 2022

똘이야, 잘 가!

이팝나무가 바람에 흔들거릴 때 똘이가 여행을 떠났다.

똘이는 이른 아침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평화롭게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면 그건 바로 햇살이 창문 아래로 따스하게 내리는 아침시간이 아니려나. 똘이는 모두가 출근 준비로 바쁠 때 여행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아침 시간에 자다가 똘이의 낑하는 짧고 굵은 소리가 났을 때부터이다. 나는 그즈음 똘이의 건강이 안 좋아진 것 같아 자취집에 있지 않고 본가에서 출근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출근시간이 제일 늦어 아직 자고 있는 시간이었다. 안방에서 똘이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크지 않은 소리였다. 잠귀가 어두운 내가 이상하게도 그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안방에 가보니 가족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똘이는 어제와 똑같이 엄마에게 안겨있었다. 작은 누나가 머리를 감고 나와 똘이를 보러 안방에 들어갔는데 똘이가 검은색 대변을 누었다고 했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똘이를 화장실로 데려가 엉덩이를 씻겼고 처리해 준 다음 쉬고 있었는데 똘이가 점점 이상해졌다고 한다. 엄마는 똘이를 안고 우리에게 반복해서 말했다.

"똘이가 이상해. 엄마는 느껴져, 똘이가 이상해."

겉으로 보기에 똘이는 어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똘이의 눈을 보고 우리도 느낄 수 있었다. 똘이가 여행 갈 채비를 끝냈다는 것을.


엄마는 똘이를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아빠는 숨죽여서 옆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작은 누나와 나는 번갈아가며 똘이의 심장박동을 체크했다. 아주 서서히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그 숨이 다하기 전에 우리 가족은 똘이를 모두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우리 또 만나자고.

아직도 그 말을 똘이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그날은 아빠가 며칠 씩 집에 못 들어오며 바쁜 일을 끝내고 처음으로 집에 들어와 잔 날 아침이었다. 어제 갔다면 아빠를 못 보고 갔을 똘이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를 보러 이 날 아침에 갔을까. 가족 모두가 똘이에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건 똘이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


똘이는 마지막까지 정말 평화롭게 떠났다. 새근새근, 우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멈췄다. 내가 지금까지 듣거나 본 죽음 중 가장 평화롭고 조용한 죽음이었다. 똘이를 아껴주던 동물병원 선생님이 직접 똘이의 염을 해주었다. 장례식장에서 수의를 입은 똘이의 모습도 너무 예뻤다. 우리 똘이는 마지막까지 정말 예뻤다.


눈물로 보낸 긴 하루가 끝나고 똘이의 유골함을 붙들고 잠든 다음날 아침, 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강아지 별이라고 불리는 곳에 갔다. 문지기였던 하얀색 큰 사모예드와 짧은 다리의 닥스훈트가 다가와 나는 사람이라서 못 들어간다고 했다. 때가 되면 열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 너머로 구경한 강아지 별은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검은색 돌, 아기자기한 돌길이 구부져 있는 제주도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똘이와 제주도 여행을 갔던 때가 떠올랐다. 일어나서 한참을 울었다. 엄마 아빠는 똘이가 강아지 별에 잘 도착했으니 걱정 말라고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한 달 정도 뒤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똘이가 있는 별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일까.


마지막까지 참 똘이다운, 똘이처럼 착하고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었다.

하이얀 이팝나무가 똘이의 복슬복슬한 털처럼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리는 4월의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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