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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Jul 14. 2022

똘이가 아프다

똘이의 마지막 7개월

똘이는 17살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누가 봐도 건강했다. 간수치가 태생부터 조금 높아서 먹을 것을 약간 조심해야 한다는  말고는 어느 누구도 노견이라고 생각지 못할 만큼 건강했다. 동물병원 선생님도 똘이를 신기해하셨다. 17살이라기에는 눈이 너무 초롱초롱하고  걷는 데다가 식욕이 왕성하고 털에 윤기가 흘렀기 때문이다. 똘이는 짖을  앞발을 들면서 점프하는 것이 버릇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똘이의 앞다리는  번도 무리가  적이 없었다. 정기적인 스케일링 문에 이빨도 튼튼했다.   발치한 곳이 있었지만 씹기에 지장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라서 똘이의 식욕충분히 채워졌다.


똘이가 산책을 하다가 누군가를 만나고 나이를 말해주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어머 정말 17살이에요? 어머 웬일이야! 3,4살 되는 줄 알았어요...! 어머 얘 건강하다 잘됐다~"


.


그러던 어느 날 2021년 가을, 똘이가 갑자기 발작을 했다. 똘이는 거품을 물었고 눈이 뒤집혔다. 가만히 누워있다가 갑자기 그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똘이를 주시하고 있던 작은누나가 처음으로 발견했다. 급히 달려간 동물병원에서 똘이는 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그전까지 수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던 똘이에게 갑자기 엄청난 신부전이 등장한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

" 똘이는 길어도 일주일을 못 넘길 수 있습니다. 수치가 많이 심해요."


청천벽력이었다. 온 가족이 병원에서 똘이를 붙잡고 울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똘이는 잘 뛰어놀았다. 노견의 건강은 정말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이었다.


똘이는 병원에서 하루 종일 수액을 맞았다. 힘이 없어 비틀거리며 잘 걷지도 못해 배변을 앉은자리에서 보았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병원에 머물렀고 병원에서는 똘이를 배려해 철장이 아닌 하나의 방을 빌려주다. 우리 가족은 그곳에서 똘이와 눕고 앉기를 반복하며 자리를 지켰다. 똘이의 가녀린 팔목에 바늘이 꽂혀있는 모양새와 똘이의 힘없는 눈빛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갑자기 어떻게 된 거야 똘이야....


그리고 똘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수액을 맞으니 수치가 꽤 돌아와 있었다. 그럼에도 의사 선생님은 이제 계속해서 발작이 올 거라고 하셨고 똘이는 노견이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셨다. 너무 싫었다. 똘이의 마지막이 발작인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제발 똘이야, 그렇게 가지는 말자 우리. 다짐했다.


나는 그날로 바로 자취집에서 짐을 싸왔다. 똘이의 마지막일 수 있는 기간을 혼자 떨어져 지낼 수 없었다. 서둘러 아빠 차를 타고 와 약 보름치의 짐을 싸들고 왔고 그날부터 온 가족은 똘이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 회사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


똘이는 걷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누워만 있을 뿐, 스스로 먹지도 못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었을까. 엄마는 씹지 못하는 똘이를 위해서 미음을 만들었고 숟가락으로 열심히 입에 넣어주었다. 똘이는 꼴깍꼴깍 멍한 표정으로 넘기기만 했다. 가끔은 멍하니 앉아 우리를 쳐다보기도 했다. 그런 똘이를 보며 하염없이 울기도 했다. 똘이가 자고 있으면 가끔씩 가족들은 똘이의 가슴에 지긋이 손을 대보며 똘이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그렇게 똘이는 의사 선생님이 말하던 일주일을 무사히 넘겼고 한 달도 넘겼다.

똘이가 다시 발작을 할까 봐, 혹시 소변을 누고 싶은 데 일어나지 못해 불편할까 봐 엄마는 새벽에 잠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똘이 옆을 지켰다. 그리고 결국 엄마는 몸이 안 좋아져 급성 염증으로 수술을 받았다. 나는 다시 한번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일어나지 못하는 엄마와 똘이를 보살폈다. 저녁이면 동생과 아빠가 엄마와 똘이를 살폈다. 우리 가족에게 최악으로 힘들었던 한 달이었다.


똘이는 다행히 점점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슬슬 먹을 것을 찾기 시작했고 걷기도 했다. 빈혈 때문에 쓰러지고 넘어졌지만 자꾸만 일어나려고 했다. 우리 가족은 똘이가 드디어 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무언가를 먹으면 자기도 달라는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먼저 찾기도 했다. 넘어지면 그냥 쓰러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걸으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아무리 안아줘도 내려달라고 낑낑거렸다. 걷겠다는 똘이였다. 자기 의지로 서겠다는 똘이였다. 우리 가족도 점점 희망을 찾아갔다. 똘이는 피하 수액을 맞을 때에도 이제 아무렇지 않았다. 가만히 누워서 우리에게 몸을 맡겼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으면서도 조용히 꿀꺽하고 삼켰다. 가끔 똘이는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가만히 우리 눈을 바라보고 안기면 금세 진정되곤 했다. 똘이를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가 노력하고 있었다. 하루에 몇십 번씩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똘이를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었다. 그렇게 똘이는 7개월을 더 버텼다.


그리고 똘이는 2022년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 마지막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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