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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Jun 16. 2022

동물병원에 남긴 똘이의 흔적

똘이의 또 다른 가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이 사람과 같이 말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가장 먼저 가르치고 싶은가?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했다.

"나 여기 아파"


강아지를 비롯한 동물들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어서 보통 몸으로 그것을 표현하곤 하는데 아픈 것은 잘 표현이 안된다. 사람은 큰 병에 걸리기 전에 전조증상을 느끼고 병원엘 가지만 그들은 그럴 수 없다. 배가 아파도 잠시 괜찮아지면 또 먹을 것을 찾아 먹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오랫동안 함께하길 원한다면 그들의 건강을 관리해주어야 하는데 문제는 우리가 병원에 가지 않는 이상 어떤 문제가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병원에 가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도 있으니 막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똘이는 어렸을적부터 정기적으로 병원에 갔다. 1년에 1번 건강검진을 받았고 노견이 되어서는 6개월에 한 번씩 받았다. 스케일링 또한 정기적으로 다녔다. 스케일링은 똘이가 수면마취를 해야 했기에 내키지 않았던 부분이었지만 노견이 된 똘이가 그래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 이빨이 남아있기 때문이란 걸 알았을 때, 스케일링을 잘 다녀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똘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1년쯤 전부터 병원에 한 달에 한 번씩, 그리고 그 뒤에는 2주에 한 번씩 방문했다. 늙어버린 몸에 있는 똘이의 신장 수치는 갈수록 높아졌고 그럴 때마다 똘이는 가끔 밥을 거부했다. 빈혈 수치와 단백뇨 증상 또한 지속적으로 발견되었다. 문제 하나를 잡으면 다른 문제가 일어났다. 없어지지 않는 문제만큼 병원비는 한 달에 몇십 만원씩, 한 번에 백 얼마씩. 점점 무섭게 늘어났다.

어렸을 때 병원을 무서워하고 가기 싫다고 버티던 똘이는 이제 그냥 유모차나 우리의 품 안에 얌전히 안겨있다. 주사를 맞을 때 똘이는 어렸을 적부터 항상 얌전했다. 정말 아픈 경우에만 낑하고 한 번 울 뻔이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아무나에게나 안아달라 작은 팔을 내밀며 칭얼댔고 그럴때마다 우리는 항상 똘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품에 꼭 안아주었다. 똘이는 이것이 왜 필요한지 이해 못 했겠지만, 너의 건강을 위해서 우리가 선택한 최선이었다. 점점 말라 가는 작고 하얀 몸에 주삿바늘을 꼽는 것은 항상 똘이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하거나 안락사를 권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보다 우리는 똘이의 살고 싶은 의지를 보았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살고 싶은 의지.


똘이가 마지막까지 다닌 병원은 똘이가 이미 많이 늙은 뒤에 다니기 시작하였다. 동네인 서울숲 근처에 위치한 병원이었는데 성수동의 여러 동물 병원을 다녀보다가 겨우 정착한 곳이었다. 똘이는 유독 이 병원을 좋아했고 편안하게 여겼다. 그건 바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의 애정 어린 눈빛 때문이었다. 병원에 들어오면 언제나 간호사 선생님이 똘이를 환하게 반겨주었다. 해맑은 미소로 반기며 놀아주고 안아주었다. 똘이가 이제 더 이상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해 병원 바닥에 대변을 봤을 때도 하나도 더럽지 않다는 듯 안아주고 치워주었다. 의사 선생님은 똘이의 진료를 보다 여러 번 대소변을 맞으셨는데도 한 번도 유난스럽게 구신적이 없다. 똘이가 수액을 맞기 위해서 입원을 했을 때도 언제나 똘이의 옆에 계셨고 간식이 많이 제한된 똘이가 유일하게 간식을 많이 받아먹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병원이기도 했다.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아진 것 같을 때 의사 선생님은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카톡과 전화로 똘이를 살피셨다. 똘이가 어떤 마음을 전달한 것인지, 똘이가 어떤 감정을 보여준 것인지. 똘이에게 정말 많은 관심과 애정을 주셨다. 그리고 똘이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똘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날. 의사 선생님은 똘이의 염을 직접 담당해주셨다. 똘이는 찌꺼기도 없고 불순물이 없었다.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배출했고 우리는 그것이 무지개다리 신호인지 모르고 닦아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똘이의 마지막 단장을 똘이를 참 예뻐해 주던 그 의사 선생님이 해주셨다. 똘이를 유난히 예뻐하시던 간호사 선생님은 똘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던 날 근무가 아니셔서 다음 날 감사인사를 위해 찾았는데, 똘이의 소식을 듣고 펑펑 우셨다. 출근해서 컴퓨터에 찍힌 박똘이 라는 이름을 보고 '설마.. 아니겠지' 라고 되뇌셨다고. 한참을 데스크에 서서 엄마와 손을 잡고 울었다. 똘이가 남긴 또 하나의 똘이 가족이었다.


똘이는 살면서 우리 가족 외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똘이가 가는 길은 전혀 외롭지 않았을 것 같다. 가끔은 똘이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추억하고 싶을 때 그 동물병원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똘이가 걷던 병원 통로, 누워있던 소파자리까지 선생님들의 온기와 더불어 참 따뜻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강아지에게 건강검진은 누구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물론 동물병원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금액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생명의 아픔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비용이라면. 나의 가족이 숨길 수밖에 없었던 고통을 확인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당신은 포기할 수 있는가.

우리 가족이 똘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똘이가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아픈 것을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똘이가 남긴 또 하나의 똘이의 흔적이 생겼다는 것.

똘이의 발자취가 생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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