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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Jul 01. 2022

똘이의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는 누나

그림자 누나

똘이가 거실에 누워있다가 불현듯 갑자기 무언가 떠오르기라도 한 듯 일어난다. 착착착 발소리를 내며 현관문 앞으로 걸어 나간다. 그리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눕는다. 똘이는 다시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간다. 작은누나가 뒤따라 나가 본다. 아무도 없다는 걸 똘이에게 보여준다.


똘이가 물그릇 앞으로 간다. 물그릇에 혓바닥을 대는 순간 물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가만히 뒤를 돌아본다. 작은누나와 당연히 눈이 마주친다. 스윽 웃으며 물을 뜨러 일어난다. 똘이는 물그릇 앞에서 가만히 기다린다. 물그릇에 가득 찬 물을 주자마자 얼굴을 내리고 조금씩 할짝댄다. 길어버린 귀 털이 물에 닿지 않게 뒤에서 조용히 귀를 잡아준다.


산책하는 작은 누나와 박똘이


산책을 하는 똘이. 집을 나서는 길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좋은 똘이. 빠른 속도로 걷던 똘이의 걸음이 점차 느려지고, 뒤를 돌아보는 횟수가 잦아진다. 걷다가 멈추어 목줄을 잡은 작은 누나의 얼굴을 쳐다본다. 작은누나가 싱긋 웃으며 똘이를 안아주러 간다. 기다렸다는 듯이 똘이는 두 팔을 위로 올리며 안긴다.


작은 누나는 신경이 언제나 똘이에게 있었다. 똘이가 움직이면 작은 누나는 똘이의 발걸음, 보폭, 행동, 가는 곳 등을 살폈다. 똘이가 알아채지 못한 순간에도 누나는 있었다.


작은 누나의 활약은 일상에서 빛났다. 간식을 고를 때도 사료를 고를 때도 똘이의 취향을 반영하고 건강에도 신경 써서 신중하게 골랐다.

똘이가 신부전이 있을 때 작은 누나의 능력은 더 커졌다. 신부전과 단백뇨로 식단관리가 두 배로 힘들어진 똘이는 단백질도 먹어선 안됐고 칼륨 또한 적게 든 음식을 먹어야만 했다. 그런 음식을 찾아내고 그중에서도 똘이가 어떻게 하면 편식 안 하고 먹을지 알아내는 것도 작은누나가 한 일이었다. 작은 누나는 식구들에게 자주 링크를 보냈고, 그것은 항상 똘이가 먹을 수 있는 성분의 간식들이었다.


똘이가 울면 작은 누나는 뭐 때문에 우는지 그 이유를 찰떡같이 알아냈다. 추워서 우는지 다리가 아픈지, 속상한지, 배고픈지. 똘이는 작은 누나 덕에 호강했다.


하지만 똘이는 가끔 그런 작은 누나를 이용하기도 했다. 가족 중에 본인에게 가장 관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먹을 것이 먹고 싶으면 완강한 큰 누나보다는 작은 누나를 쫓았다. 화가 날 때는 누나에게 갑자기 달려가 짖으며 화풀이하기도 했다. 엄마에게 혼나고 갑자기 작은누나 방으로 달려가 짖으며 화내던 그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그 모습에 어이없어하며 벙찐 누나의 모습을 보고 더 짖는 똘이의 모습. 작은 누나는 항상 똘이가 자기를 만만하게 본다며 억울해했다.


작은 누나랑 오손도손 노는 박똘이



똘이에게 작은 누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만만한 상대? 약한 상대? 고마운 사람? 그림자 같이 뒤에 있어 잘 모르지만 언제나 그늘이 되어주는 누나. 작은 누나는 그런 존재였다.

똘이의 작은 귀여움까지 놓치지 않던 누나였다.


똘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던 날, 똘이의 마지막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작은 누나였다.

똘이가 하마터면 우리 가족에게 알리지 못했을 수 있는 그 시간을 작은 누나는 발견하고 가족들을 모아 앉혔다. 우리 가족은 작은 누나의 의연함에 놀랐다. 가장 놀랐던 건 똘이가 떠나던 날 장례식장을 예약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모두 작은 누나가 했다는 것이다. 온 가족이 똘이와의 작별인사로 우느라 정신이 혼미해지고 탈진해 갈 때 작은 누나는 묵묵히 똘이의 가는 길을 배웅하고 챙겨주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똘이가 편안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울지 않다가도 이따금씩 그녀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똘이에게 인사를 고했지만 대부분 그녀는 우리 가족과 똘이를 챙기기에 바빴다.

참 어른 같았다. 똘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에도 작은 누나의 그늘 아래 떠났을 것이다.


작은누나는 똘이가 가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제 다른 강아지는 못 키울 것 같다고. 초등학생 때부터 30살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똘이만을 생각하며 살았다고. 약속도 잘 안 잡고 똘이의 모든 행동에 신경을 쓰며 살았는데 이제 또 시작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그리고 내가 그렇게 똘이에게 해서 똘이가 정말 편하고 행복했을 것 같다고. 그래서 마음이 조금 위안이 된다고. 후련하고 시원한 게 아니고 똘이가 마지막을 맞는 그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서 참 좋다고.


똘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두 달 동안 엄마와 내 꿈에만 가끔 나와주었다. 똘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작은 누나에게는 코빼기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전, 작은 누나의 꿈에 똘이가 나와주었다. 여느 때와 같이 똘이는 거실에서 놀다 안방에 들어갔다. 안방에 깔려있는 카펫에 오줌을 싸고 신나게 뛰어다녔다. 그리고 그걸 본 작은 누나가 어김없이 똘이를 불러 세웠다.

똘이야, 작은 누나의 꿈에도 나와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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