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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Jun 09. 2022

똘이는 똘이였다.

독립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강아지

강아지에게도 모두 저만의 성격이 있다고 들었다. 그 성격 또한 사람과 같이 양육방법이나 선천적인 어떤 것 등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한다. 똘이의 성격은 어땠을까.


똘이는 독립적이고 동시에 자존감이 높은 강아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말티즈라는 강아지 종이 대부분 성격이 그러하다 했다. 똘이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명확했다. 그리고 그것을 매우 잘 표현해서 우리 가족은 똘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줄 수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뭔가를 긁고 있는 소리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똘이가 작은 손으로 열심히 물그릇을 긁고 있었다. 뭐지? 긁다가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 분명 표정이 없는데 눈에서 원망의 눈빛이 흘러나온다. "똘이야 무슨 일이야!" 외치며 다가간 순간, 물그릇에 물이 비어있는 걸 확인했다. 아... 똘이야 목말랐구나!

물을 채워주니 분홍색 혀를 내밀며 찹찹 잘 마신다. 똘이야 말해줘서 고마워!


다시 자리로 돌아와 티브이를 시청하는 중. 착착착 발소리를 내며 다가온 똘이는 내 발목에 살포시 엉덩이를 대고 앉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발목을 살며시 옮겨 떨어트린다. 발목이 엉덩이에서 떨어지자 뒤로 조금씩, 발목에 엉덩이가 닿을 때까지 엉덩이를 내미는 똘이. 작고 말랑말랑한 엉덩이의 촉감과 부드러운 털의 느낌이 발목에 느껴진다. 앉아서 함께 티브이를 보는 평화로운 순간. 참을 수 없어 똘이의 등을 어루만져준다. "물 줘서 고맙다고 하는 거야 똘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일어나서 가버리는 똘이.

혼자만의 공간(주로 집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거나 가장 따뜻한 곳이거나 모두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간다. 똘이는 본인이 원할 때가 아니면 쉽게 자신과 놀아주게 허락하지 않았다. 만져달라고 허벅지를 긁고 애교를 피우다가도 본인이 만족하고 나면 훌쩍 떠나버리는 아이. 이런 똘이의 성격 때문에 나와 내 동생은 항상 애를 태웠다. 똘이를 만지려면 아주 슬며시 다가가 낚아 채야하기 때문이다! 똘이는 그럴 때마다 으르렁 거리다가도 괜스레 손길에 취해 또 가만히 있어주기도 했다. 이런 똘이를 우리는 미워할 수 없었다.


똘이는 시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정할 때에는 아주 다정했고 용감할 때는 거침없었다. 똘이는 언제나 꼬리를 바짝 세우고 다니며 높은 자존감을 표현했다. 작고 긴 꼬리. 찰랑거리는 꼬리털. 왜 사람들은 저 이쁜 꼬리를 잘라내는 걸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똘이는 평화주의자였다. 가족들끼리 싸우거나 때리는 모습은 똘이 앞에서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가끔 우리가 장난으로라도 서로 때리는 제스처를 취하면 똘이는 발견하는 즉시 으르렁거리고 짖으며 우리를 말렸다. 싸움은 절대 안 돼!라고 말하는 것처럼. 똘이의 모든 시크한 성격에는 아빠가 예외사항이었으나 때리고 싸우는 것에는 아빠까지 포함이었다. 그런 똘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서로 때리고 싸우는 척 시늉하며 똘이의 눈치를 보는 놀이에 빠졌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똘이도 눈치가 늘었는지 이게 장난인 것을 금세 알아차리곤 했다. 그럴 때면 똘이는 한숨을 푹 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눈을 피했다.


똘이는 엄마의 음식 냄새가 나는 곳에 언제나 있었다. 엄마의 설거지 소리에 반응했고 냉장고 문을 여는 소리에 반응했다. 여느 강아지와 같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예민했고 소파에 앉아있다가도 엄마의 움직임에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가족들이 오는 시간에 마중 나가는 것을 좋아했고 산책을 가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더 좋아했다. 양반다리 위에 앉는 것을 좋아해서 강제로 양반다리를 시키곤 했다. 양반다리를 안 해주면 다리 위에 올라가 어떻게든 눕고서는 불편하다며 낑낑거리곤 해서 결국 양반다리를 해주곤 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똘이에게 양반다리를 너무 자주 해준 탓에 고관절이 아파 정형외과까지 다녀본 적이 있었다.

이불을 좋아해서 이불을 깔면 신나서 달려오곤 했다. 깔린 이불 위로 올라가 한두 바퀴 전속력으로 달리고 쓰러져 폭신하게 누워있는 상태를 좋아했다. 똘이는 맨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는 것을 불편해했다. 그리고 이것은 늙어서 살가죽이 적어진 뒤에 더 심해졌다.

간식을 먹고 싶으면 벌떡 일어나 간식이 있는 방으로 갔다. 누나들을 유인하고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따라오라 눈짓했다. 하얀 얼굴에 까만 눈이 인도하면 안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런 누나들을 간식 앞으로 유인해서 저 봉지를 뜯으라며 짖었다. 자의 반 타의 반 그렇게 간식을 줄 수밖에 없었다. 똘이는 정말 원하는 것을 잘 얻어내는 강아지였다.


나는 똘이가 한 번도 수동적이었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똘이는 언제나 주장이 강했고 그것을 잘 표현했다. 우리 가족은 그런 똘이에게 정말 고맙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나와 내 동생이 똘이에게 피해를 최대한 주지 않고 키울 수 있게 해 주어서. 조심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그리고 가끔은 친구가 되어주고 가족 구성원 간의 평화 지킴이가 되어주어서. 나의 강아지가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해 줘서. 그래서 결국 똘이가 조금이라도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서.


강아지와 적응해가는 법을 직접 가르쳐준 똘이의 성격은 우리 가족에게 하나의 선물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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