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감사합니다는 무슨 너나 잘하세요
나는 내 디자인에 꽤 애정이 있는 디자이너이다. 사실 어떤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에 애정이 없겠는가.
하지만 언제나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다. 도처에 나의 디자인을 깎아내리는 사람도, 수정을 원하는 사람도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그 '평가'들을 '조언'으로 여기고 넘겨야 한다는 부분이다.
사실 좋은 디자이너는 그런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들 하지만 사람이라면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내가 열심히 만든 것에 대하여 이성적인 생각이 완벽하게 가능할만큼 어떤 현자도 성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운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기분이 좀 나빠도 얻어가는 것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 이후에 잠시 그 사람이 미워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나는 이 글에서 성숙하고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의 얘기가 아니라 조금은 소심하고 또 속좁은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몇 주 전의 일이었다. 나는 한창 어플리케이션을 디자인 중이었다. 비교적 간단한 어플이었지만 이 회사에서의 첫 프로젝트였기에 최대한 예쁘게 만들고 싶었다. 좀 더 비주얼적으로 좋게 만들고 싶었던 내 바람은 대표님의 한마디에 무너졌다.
"디자인에 산출된 금액이 있어요. 그 이상으로 기간을 끌어서도 안되고. 개발하는데 좀 귀찮은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은 빼도록 해요."
아주 짧고 굵은 조언이었다.
사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열심히 하고픈 욕구가 바닥까지 떨어지곤 한다. (참고로 기간은 내가 끌고 싶어서 끌어진 것도 아니었으니) 그 와중에 어플리케이션 컬러는 로고에 맞춰 진행되어야 했고 그 로고의 컬러는 그린이었다. 살짝 민트기가 도는 청량한 그린은 어떤 색과 있어도 어플리케이션 특징의 성격과 맞지 않았고 그 때문에 나는 최대한 컬러다양성을 낮춰서 디자인했다.
해당 어플의 메인 컬러를 정한건 내가 아니다. 사실 그런 컬러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었고 여리여리한 그린 컬러는 앱의 화면또한 여리여리해 보이게 만들었다. 그 부분을 알고 있었지만 컬러감과 앱분위기에 몰려오는 '디자인비판'에 빈정은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뭐든지 어쨌든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말조심, 마음조심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공적인 사이에서는 조금의 오지랖도 필요없다고 생각할뿐더러, 다른 분야의 비전문가의 혹은 무작위의 디자인 비판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내 기분을 안좋게 만든다. 나도 하고 싶지 않았던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는 애착이 있다. 쉽게 버려질 수 없는 아픈 손가락같은 애착이다. 물론 그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컨펌을 받지만 욕을 듣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 자식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못난 것을 알지만 남한텐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기분이랄까.
나는 개발자에게 어떠한 조언도 혹은 감상평도 하지 않는다. 귀찮거나 번거로워서 작업을 생략하거나 바꿔달라는 상대에게 일침을 가하지도 않는다.(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왜냐하면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는데에는 개발이라던가 디자인이라는 한가지의 분야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클라이언트에게 어떠한 생각의 평가도 무시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 분들의 분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니 어플기획의 이해도가 상충되기도 할 뿐더러 생각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부드러운 조언이 아닌 다른 어떠한 평가나 감상평, 짧고 성의없는 조언에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말이라는 것은 한끝차이로 달라지기 마련이라 조언으로 주더라도 평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여전히 프로페셔널해야한다는 디자이너의 강박관념때문에 앞으로도 평가에 담담한척 하겠지만 마음속으로는 나에게하는 하나의 위로로 외치고 있을 것이다.
'평가 감사합니다. 는 무슨 너나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