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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Aug 04. 2019

인터넷이 잠시 중단됩니다.

하루에 2분이라도 넋을 놓게되는 그 순간이 있나요?

출퇴근길에 지하철로 항상 지나가게 되는 구간이 있다.


사람이 언제나 많은 출퇴근길 지하철역사안은 아침에는 피곤함을 뒤집어 쓴 좀비들이, 저녁에는 온 곳으로의 퇴근을 서두르는 연어들로 가득하다. 그곳에서 나는 가끔 정신없이 걷기만 하곤 하는데, 깜빡하면 발이 밟히거나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에게 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무사히 2호선과 7호선의 환승구간을 지나 갈아타서 지하철에 오르면 오는 시간이 있다.


뚝섬유원지역에서 청담역으로 가는 구간.

데이터를 이용해서 음악을 듣고 있던 중 음악이 끊겼다. 데이터 연결이 잠시 느려지는 구간인 듯 했다.

하는 수 없이 핸드폰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주위에 함께 서있던 사람들도 나와함께 창밖을 바라봤다.

청담역을 향해서 달리는 지하철은 창밖으로 한강을 비췄다. 한강위의 다리도 보이고 한강을 바라보며 자전거 타는 여유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늘이 맑은 날에는 더 넋을 놓고 보기도 한다. 분명 데이터가 잘 터졌다면 핸드폰을 보느라 발견하지 못했을 풍경이다. 멍하니 한강을 바라본다. 구름도 보고 사람들도 보고 그 속에서 나오는 여유를 느낀다. 무엇일까. 내가 하루에 2분이라도 아무생각 안하고 있는 순간이 있던가.


어느순간부터인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혹은 어느곳에서든

여유로움을 느끼며 다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여유를 갈망하지만 정작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7호선 지하철이 나에게 창밖을 보라고 일러주지 않았다면 아침저녁으로 단 2분의 시간이라도 가지지 못했을 바로 그 시간. 요즘은 오히려 출퇴근길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유'나 '휴식'이라는 단어가 요즘 본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라는 것과 같이 쓰여지는 것같다.

가져도가져도 부족해서 항상 더 가지고 싶은 돈 같은 존재이지만 동시에 가질수록 다시 무덤덤해져 벗어나고 싶어지는 오래된 연인같은 존재. 

적절히 바쁜 생활속에서 스트레스를 날려줄 만한 작은 여유와 휴식이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여유있는 시간을 나는 조금 대단한 것을 해야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찾지 못했던 작은 구간을 내가 가장 번잡하다고 생각했던 지하철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일하다 잠시 짬내어 가지는 커피타임도,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는 시간에도.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대화를 한다. 

하지만 지나가는 짧고 아름다운 광경은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는 '완벽한 휴식'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꽤 가까이 존재한다.

각자의 그 순간을 꼭 찾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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