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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주연 May 23. 2022

디아스포라영화제① 10주년 기념 소설집 『보통의 우리』

'디아스포라'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타의로 나라를 떠난 이들이나

이질적인 문화, 민족, 인종 사이에서의 갈등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아스포라 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단편소설집을 받아보았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이주민이 전면에 드러나는 소설은 한 편 뿐이고

결혼증명서를 발급 받으려 뉴욕을 여행하는 레즈비언 커플(조우리의 「부케와 증인」),

인공 자궁으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MTF 트렌스젠더(박서련의 「김수진의 경우」) 등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저 소수성이라는 공통점에 집중을 했겠거니 했다.

그러다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의 첫 프로그램 영화 《나의 집은 어디인가》 GV 현장에서 두 작가님의 의도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두 소설 모두 디아스포라와의 접점을 떠나 미묘한 관계에 대한 묘사가 탁월했다.


「부케와 증인」에서 주인공 커플은 뉴욕에서 먼저 결혼해 살고 있는 선배 레즈비언 커플 집에 초청을 받는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커플 내에서도 정주국의 언어와 생활에 얼마큼 적응했느냐와 그에 따른 경제력의 차이에서 권력 관계가 나타나는가하면,

커플 사이에서는 한국에서의 동성애 상황에 대해 얘기하다 뉴욕 커플이 한국을 무조건 뒤처진 곳으로 보고 그걸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주인공 커플에 대해 우월감을 내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뉴욕 커플을 마냥 밉게 볼 수만은 없는 것이

조우리 작가의 말대로 그들의 이주가 자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고국에서는 진정한 나로 존재할 수도,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릴 수도 없기 때문에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 타의에 의해 떠밀려온 것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포장하기 위해 그들은 주인공 커플이 보기에 명백한 인종차별도 부정하고,

자신들이 진취적으로 삶을 개척했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이다.


「김수진의 경우」에서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숭고한" 욕망으로

막상 자신의 엄마는 막대하는 트렌스젠더 김수진이 나온다.

여자인데 남자로 태어나는 바람에 성전환수술, 인공 자궁까지 온갖 힘든 일을 겪어야 했고

죄인처럼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엄마에게 무리한 요구와 투정을 하는 모습이다.


사실 페미니즘 관점에서 젠더 공부를 꽤 한 편임에도

젠더이분법을 벗어난 성정체성에 대해서는 무지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눈이 많이 뜨였다.


정치적으로 깨어 있으면서도 자신의 엄마의 희생에 대해서는 무지한 김수진처럼

우리 모두는 각자의 디아스포라를 겪으면서도 서로 공감을 하지 못한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GV 사회자 정지은 문학평론가의 말 대로 그게 비극일지도 모른다.


GV 현장에서 박서련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인 김수진이 영화 속 주인공(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아민)을 만났다면 뭐라고 했을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 불쌍하네" 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로를 피상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위치에 서보고 공감을 하기 위해-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며 배우는 것일 테다.


이어서 영화 《나의 집은 어디인가》와 같은 날 관람한 연극 《디아스포라 기행》에 대해서도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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