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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주연 May 24. 2022

디아스포라영화제② 《나의 집은 어디인가》

사실 영화제를 찾으면서도 영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GV에 오는 작가들에 끌려 예매를 했다. 

그렇게 사전 정보 없이 보게된《나의 집은 어디인가》.

덴마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이야기다.


아프가니스탄은 작년 미군이 완전 철수하고, 그러자마자 탈레반이 재집권하여 한동안 뉴스를 장악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 정도로만 생각하고 더 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영화를 계기로 찾아보았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군이 20년 주둔으로도 별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두손두발 들고 나간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강대국의 무덤"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고산으로 이뤄진 척박한 땅이지만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라 제국을 이루고자 했던 모든 이들이 탐을 냈던 곳

그러나 누구도 완전히 손에 넣지 못했던 곳인 것이다.


하지만 "강대국의 무덤"도 외부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은 강대국들이 지나가는 동안

그 땅에 살아가는 일반인들은 얼마나 많은 침략과 체제 변화를 겪어야 했을까. 


영화는 소련의 지지를 받던 공화국이

소련이 퇴각함에 따라 이슬람 반정세력 무자헤딘에 무너지던 시절

개혁파였던 아버지가 어딘가로 끌려가고

남은 가족이 국경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흥미로운 점은 다큐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감독이 학창시절 친구였던 주인공을 인터뷰하고 촬영을 하는 모습을 액자 삼아

틈틈이 자료화면을 삽입하면서 실제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아민"이라는 가명을 쓰기를 원하는 주인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그리고 아민이 들려주는, 관객들은 겪지 않았기에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 속 장면들을 그림으로 보여줌으로써 함께 강렬하게 체험하게 해준다.


목숨을 걸고 밀항을 하는 모습이나(컨테이너나 배바닥에 짐처럼 실려 가는 모습에서는 배멀미가 전해오는 느낌이었다)

형에게 동성애자임을 고백했을 때 형이 어딘가로 자신을 데려가는 숨막히는 장면 등.


그렇다. 아민은 동성애자다.

그리고 밀입국을 하는 과정에서 브로커가 시키는 대로 가족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뒤 정착국에서는 자신의 배경을

가족에게는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집"이 없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동성애는 무조건 배척할 것이라는 나의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비웃듯

아민의 형이 데려간 곳은 진정한 남자를 만들어주겠다며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여성을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게이 클럽이었다.

영화 통틀어 가장 밝고 화려한 색감이 펼쳐졌다.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그 클럽에서의 경험과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아민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이제까지 회피해왔던 파트너와의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무자헤딘 사이의 내전으로 혼란스러움을 틈타 이슬람주의 극단주의 탈레반이 등장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역사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군 철수와 함께 재집권하는 탈레반의 탄압을 피하려 공항으로 몰려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사진에

싸워보지도 않고 나라를 포기한다는 비판 댓글이 달리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외세를 비롯한 여러 세력들의 다툼과 그에 따른 체제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나라 안에서 안전한 "집"을 가질 수 없었던 이들이 "집"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것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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