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nem 이야기
솔직히, 나도 그땐 그냥 ‘열성 팬’이라고만 생각했다.
조금 과한 감정 표현일 뿐이라고.
그가 “슬림이 날 구해줄 거예요”라고 써도,
“오늘도 피 났어요, 그래도 연습했어요”라고 올려도,
우리는 그걸 감동적이다고 여겼다. 진심이 느껴진다고.
가끔 누가 “얘 좀 이상하지 않냐”고 하면, 누군가는 “빡빡한 요즘 그런 사람이 많아”라며 넘겼다.
실은 다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조금 이상하다는 걸. 조금 무섭다는 걸. 조금 심각하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부터가 그걸 정당화해주고 싶었던 걸지도.
“그땐 그냥, 뭔가 팬심이 강하면 다 멋진 줄 알았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아주 짧았다.
“형, 이제 아무 의미도 없어요.”
나는 그날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다.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뉴스에서 봤다.
“17세 소년, 임신한 여자친구와 함께 차량 추락사고.”
누구도 운전석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보도였다.
나는 처음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후, 팬카페에 조용히 올라온 글 하나.
“DarkSlim91, 요즘 안 보이네…”
그제서야 누군가 그의 실명을 검색했고,
그 이름이 뉴스 속 소년과 같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말이 없었다.
아무도 글을 올리지 않았다.
게시판은 조용해졌고,
그날 밤, 나는 사이트 관리자 권한으로
모든 글을 비공개로 바꾸고 팬카페를 닫았다.
자랑할 만한것도 없고 조금도 멋지지 않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사라진 밤이었다.
그 일 이후로, 나는 몇 년 동안 에미넴의 노래를 듣지 못했다.
지금은 다시 듣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밤에 혼자 걸을 때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를 위로해준다.
그런데 ‘Stan’이 재생되면 손이 멈춘다.
그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는 스마트폰을 쥔 채로 멍하니 서 있다.
그 마지막 벌스, 에미넴이 결국 편지를 쓰는 장면.
너무 늦은 답장.
“그때 나는 뭐였을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마음만 무겁다.
그 애는 날 누나라 불렀는데, 나는 한 번도 그렇게 느껴본 적 없다고,
그건 그냥 팬과 팬의 관계일 뿐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속였다.
그날, 그 애가 남긴 마지막 말이 자꾸 떠오른다.
“누나! 슬림형이랑 나, 진짜로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나는 여전히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플레이어의 ‘Stan’을 스킵한다.
에미넴의 주요 곡을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