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외로움의 물줄기가 흐르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혼자 여행해 본 적 있으세요? “
“혼자 여행하는 거 좋아하세요?”
나는 대답했다.
“네, 저는 원래 혼자 여행하는 거 좋아해요.”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내 생각에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통, 버려지고 마는 시간들을 되려 아끼는 사람인 것 같다. 주류의 시간.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유명 관광지에 가는 것은 분명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나는 생각보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도 어려워하고,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해도 눈치 보느라 잘 들어가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이유는 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비주류의 시간들 때문이었다. 어느 골목길에나 있는 전봇대와 전깃줄이 얽힌 모양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 지나치는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을 집중해 바라보며 그들의 인생을 유추해 보고, 집 앞을 꾸며놓은 화단을 보며 집주인의 취향을 상상해 보는 일.
현실에 지친 마음 때문에, 어딘가로 몇 시까지 향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혹은 누군가와 동행함으로써 선택받지 못했던 시선들은 낯선 땅에 홀로 남겨질 때야 힘을 얻게 된다. 그것들은 너무나 사소하고 흔한 것인지라 처음에는 더 자주 나를 행복하게 하고 모든 자투리 시간을 풍요롭게 한다. 내가 무엇을 하느라 이렇게 도처에 널려있는 아름다움 들을 외면하며 살아왔나 후회스럽다.
하지만 결국 인간인지라 그 시간이 길어지고 어느 정도 이 길에도 익숙함이라는 것이 생기고 나면, 이 예민한 시각도 새로운 필터에 점점 무뎌지고 만다. 그리고 다시 주류의 시간에 대한 갈증이 쌓이고,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땅을 헤집어 물꼬를 트기 시작한다.
내 마음밭에는 벌써 외로움의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앞으로 이틀의 시간은 남편이 함께하기로 했다. 교토역에 약속 시간 한참 전에 도착해 남편을 기다렸다. 이 수많은 낯선 사람들과 세계들 속으로 내 세상의 일부가 들어오는 경험은 생경했다. 그동안 눈독 들이다가 결국 용기 내지 못했던 작은 가게들을 들어가 봐야겠다. 나만의 작은 세계들이 잠시 줄어들고 다시 우리의 세계가 확장되는 시간이 왔다. 내 안의 여러 가지 세계들은 이렇게 자꾸 줄어들고 커지고를 반복해야 살아있음을, 소중함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한 번 깨달았을 때 마음에 가둬둘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은, 살아있다는 것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