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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Jun 25. 2021

똑같은 하루를 보내기



스물넷

어렵게 들어갔던 회사를 9개월 만에 그만두었던 것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 문제가 있었지만  비중을 차지했던 이유  하나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침 열 시부터  일곱 시까지  같은 곳에 있고  같은  같은 커피를 마시고 퇴근하면  청소를  하다가 잠들고 다음   똑같은 곳으로 향하고..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도 그렇게  것이라는  미래가 선명히 그려져 버리는   경험이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내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토록 싫었던 똑같은 하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슷한 시간에 기상해서 약을 챙겨 먹고 모닝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유산소 운동을 하고 다리 스트레칭도 한다. 일이 끝나면 되도록 산책을 하려고 하고  잠들기 전에는 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이십 대의 나에겐 지옥 같았던 이런 반복된 행동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매일 같은 루틴을 가진다는 건 정말 지루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루틴이 결국 나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고야 말았다. 


이렇게 해내다 보면 언젠가는 하나를 빼먹으면  안 닦은 느낌처럼 찝찝한 기분이 들겠지.

그리고  하루하루는 쌓이고 쌓여서 매일  나은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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