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어렵게 들어갔던 회사를 9개월 만에 그만두었던 것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 문제가 있었지만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침 열 시부터 밤 일곱 시까지 늘 같은 곳에 있고 늘 같은 밥 같은 커피를 마시고 퇴근하면 집 청소를 좀 하다가 잠들고 다음 날 또 똑같은 곳으로 향하고..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도 그렇게 살 것이라는 내 미래가 선명히 그려져 버리는 그 첫 경험이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는 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내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토록 싫었던 똑같은 하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슷한 시간에 기상해서 약을 챙겨 먹고 모닝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꼭 유산소 운동을 하고 다리 스트레칭도 한다. 일이 끝나면 되도록 산책을 하려고 하고 잠들기 전에는 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이십 대의 나에겐 지옥 같았던 이런 반복된 행동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큰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매일 같은 루틴을 가진다는 건 정말 지루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루틴이 결국 나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고야 말았다.
이렇게 해내다 보면 언젠가는 하나를 빼먹으면 이 안 닦은 느낌처럼 찝찝한 기분이 들겠지.
그리고 그 하루하루는 쌓이고 쌓여서 매일 더 나은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