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꽤 활발한 편이었다. 유치원 때 사진을 봐도 늘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고, 학예회가 끝나면 엄마는 늘 나보고 무대체질이라고 하셨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반장 부반장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생겼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다시피 아무런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한 것이다.
어릴 때 기억은 잘 없다고 했었지만 이때의 장면들만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아니 장면이라기보다는 그때의 감정이 가슴 깊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 무기력함과 그저 가만히 있고 싶은 마음. 잘 지내지 않아도 괜찮고 친구가 없어도 괜찮으니까 그저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는 마음.
다행히도 내 따돌림의 시간은 중학생이 되면서 사라졌지만 내 모습은 절대 그 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무대체질이라 꼭 학예회 중심에 서고 싶었던 나는 사라졌고 과학실도 체육시간 운동장도 혼자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해 휙 사라져 버리는 아이가 되었다.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그렇게 된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집에 돌아오면 오늘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자꾸 되씹어보게 되어서 말도 행동도 작아지고 줄어드는 아이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