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윤 Jul 07. 2021

눈물범벅의 손에 쥐어준 위로


따돌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와는 저학년   친한 편이었다. 엄청난 단짝 친구는 아니었지만 가끔 집에 놀러  정도로는 교류가 있는 사이였다. 그러다 귀엽고 예쁘장했던  친구는 고학년으로 가며 소위  나가던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 , 다른 여느 날들처럼 수업시간보다 괴로운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책상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들어 온갖 욕설을 내뱉기 시작하고 나는 잘못한 것도 없지만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아무것도  들리는   위에   없는 낙서들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태연한  대꾸를 하지 않고 있었어도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던 쉬는 시간을 끝내는 종이 드디어 울리고 바닥만 바라보던  시야에서 발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이 보이고, 드디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벌게진  얼굴을 보고 있던  아이가 남아있었는데, 어릴   친구였다.   없는 표정을 지닌  친구는 말없이 재빨리  손에 쪽지 하나를 쥐어준  마치 엄마 몰래 나쁜 짓을  아이처럼 후다닥 사라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쪽지를 펼쳐보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동안 내가 받은 쪽지에는 지우개 가루나 욕설 비웃음만이 가득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도 그런 것들이 적혀있을 것이라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래도 펼쳐  종이에는 의외로 빽빽한 편지가 써져있었다.


미안하다고, 진심이 아니라고, 네가 잘못한  없고 나는 너에게 이러고 싶지 않는데 어쩔  없이 이러고 있는 내가 너무 미안하다고, 힘내라고, 나는  싫어하지 않는다고.


아이들 앞에서 편을 들어준 것도 아니었지만  편지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아직까지도  모양과 문구가 기억날 정도다.  친구로 인해 적어도 나는  시간을 견뎌내면서 

내 자신을 혐오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눈치를 보며  손에 급하게 쪽지를 쑤셔넣었던  아이는 돌아서서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



작가의 이전글 작아지고 줄어드는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