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잠옷을 샀다. 율제병원 로고가 박힌 수술복 스타일의 잠옷인데, 내가 입으니 환자복 같기는 하다. 드라마에 이렇게 빠져서 굿즈까지 사기는 오랜만이다.
내가 이 드라마에 이렇게까지 빠져든 이유는 현실적이게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 그 가운데 인생이 있다는 아주 뼈아픈 현실과, 등장인물들의 비현실적 인간성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아 어쩌면 저런 사람들이 실존할 수도 있어..’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여기 주인공들이 정말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은 좋은 일들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조용히’ 한다는 것에 있다. 자랑하려 하지도 않고, 알아주길 원하지도 않고
그저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조용히 행한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건데 이건 정말 정말 정말 힘든 일이다.
어쩌면 큰 일을 남이 알아주기 위해서 하는 것보다 작은 일을 남몰래 하는 것이 더욱 힘든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이 드라마를 보며 드는 생각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까지만이 진심일 것 같다 는 것이다. 내가 해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정도의 호의를 베풀고 그 호의의 범위를 점점 더 넓혀가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