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월요일-'개구리 먹기' 다시 시작하기
시차적응을 유난히 못하는 편이다.
구독자 작가님들과 3주 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못 지키고 4주 만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하신다면 좀비가 되어 흐느적거리며 정신 못 차리고 살았다고 답할 수 있겠다.
몸과 마음은 일맥상통 인지라 몸이 흐느적 대니 마음도 흐느적 되는 게 맞았다.
정신을 좀 차리고 먹을 개구리 좀 찾아보자 하니... 넘치고 넘친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될지 모를 때는 그냥 아무거나 하는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에 한국학교에 다녀온 후 내팽개친 가방을 뒤집어 모두 꺼낸다.
아이들 숙제며 나뒹구는 자료들과 서류들..
종이 바구니를 가져다 놓고 더 이상 필요 없는 종이는 버리고 두어야 할 종이들은 클립을 이용해 묶어서 제자리에 둔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것도 제정신으로 한건 아니었다.

5월 6일 화요일-지갑의 모드를 전환하기
한국을 갈 때는 지갑을 한국모드로 바꾼다.
한국에서 사용할 크레딧 카드와 신분증을 챙기고 쓰다 남은 상품권과 한국돈을 챙긴다.
집으로 돌아오면 지갑을 다시 미국모드로 바꾼다.
크레딧 카드를 바꾸고 운전면허증을 챙기고 마켓 포인트 카드와 미국돈을 챙긴다.
지갑의 전환이 끝나면 집에 왔구나 한다.
5월 7일 수요일-수저 서랍 정리
한국에서 새 수저 세트를 사가지고 왔다.
아무리 멋지고 예쁜 접시를 사용해도 수저세트가 받쳐주지 않으면 폼이 나지 않는다.
특히 나무로 만든 수저세트 같은 것은 위생을 생각해서라도 자주 바꿔 주어야 한다.
중국에서 아이들까지 온 식구가 암에 걸려 이상하다 생각해 조사해 보니 낡은 나무젓가락을 오래 사용해서 거기서 나온 곰팡이 균으로 인해 온 가족이 병에 걸렸다고 한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수저를 넣어둔 서랍을 정리한다.
더 이상 쓰지 않을 수저와 낡은 젓가락등을 꺼내서 조리용으로 쓸 만한 것은 조금 남겨두고 처분한다.
그리고 새로 가져온 아이들을 반짝거리게 세척해서 정리해 둔다.
저녁식사때 한국에서 새로 사 온 수저로 밥을 먹으니 매끄러운 새 숟가락이 입 속을 들락 거릴 때마다 기분이 좋다.
5월 8일 목요일-생활비 예산 다시 세우기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를 오가며 지내다 미국에 돌아오니 화폐가치가 너무 달라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이곳에서 당연하게 지불하던 돈에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생활비 예산을 다시 세우고 줄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쓸데없이, 괜히 하는 외식을 자제하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도 더 알뜰하게 먹으며 마켓 가는 횟수도 줄여야겠다.
물건을 다 쓰기 전에는 여분의 물건을 사지 않아야겠다.
다 쓰고 사도 충분함과 동시에 그 물건이 없는 며칠의 시간도 나름 괜찮다.
여행이라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던 삶에 자극을 주어, 더해야 할 것과 뺴야 할 부분을 일깨워 주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한 번씩 일상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 밖에서 나를 들여다볼 기회를 가지면 좋은 것 같다.
여행의 끝에서 단단해진 나를 만난다.
5월 9일 금요일-새 문구류 정리하며 놀기
아직도 문구점을 좋아한다.
한국에 가면 보이는 문구점은 모두 들른다.
연필도 사고 볼펜도 사고 지우개도 사고 파일도 사고 스티커도 산다.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책상에 앉아 새로 가져온 문구류로 좀 놀아야겠다.
필기구를 꽂아 놓은 머그컵을 뒤집어 더 이상 쓰지 않을 필기구를 분류하고 새로 가져온 필기구로 채운다.
낡은 파일들을 걷어내고 익살맞은 그림이 그려진 반짝거리는 새 파일로 교체한다.
스티커를 꺼내 일정이 쓰여 있는 달력에 붙이고 또 붙인다.
브런치 약속에는 도넛 모양의 스티커를, 안과검진 날에는 안경을 쓴 아이 스티커를, 가족의 생일엔 3단 케이크 스티커를 붙이며 나 혼자 좋아서 난리 부르스를 춘다.
내 안에 있는 나는 아직 초등학생 정도인 것 같다.

5월 10일 토요일-새 책 정리
시차적응 중일때는 새벽에 가장 정신이 맑다.
이 세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아침형 인간이 나도 모르게 되어있다.
어떤 노력도 없이 되어 있다니... 달콤하다.
신데렐라가 12가 되면 재투성이 소녀가 되는 것처럼 약 일주일 후면 나도 다시 아침형 인간의 삶은 사라질 것이다.
따뜻한 차 한잔을 가지고 마당에 나가 새벽을 즐긴다.
원래 그렇게 살았던 사람인 것처럼.....ㅋㅋ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한국에서 가져온 책들을 정리했다.
읽지 않은 책은 책꽂이에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에 책상옆 사이드 테이블에 몇 권식 툭툭 쌓아 놓았다.
지나다니며 읽어지는 책 제목 때문에 쌓여있는 책들을 볼떄마다 마음이 설렌다.
아직 읽지 않은 책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은 우리 브런치 스토리 작가님들이 제일 잘 아실 것이다.^^
이번의 한국방문은 혼자서 갔기 때문에 짐에 한계가 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서점에서 책 구입을 많이 하지 않았다.
정말 이상하게 손에 잡히는 책이 그다지 없었다.
몇 번을 빙빙 돌다가 집에 돌아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겨우 몇 권 집어 가방에 넣었고 다행히 공항 면세점에 있는 서점에서 또 몇 권 가져올 수 있었다.
면세점 서점에서는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니 책 욕심이 발동해 꽤 많이 가져올 수 있었다.
마지막에 손에 든 책의 제목은 이것이다.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바로 책을 들어 카트에 넣었다.
걱정 인형인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다.
'이제 그만 걱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야..라고
5월 11일 일요일-트렁크 정돈해서 제자리에 넣어주기
여행에서 돌아와 비워진 트렁크의 마무리가 끝나지 않아 아직도 한편에 어정쩡하게 세워두었었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트렁크를 마무리해주고 제자리로 들여보내 주어야 한다.
다음 여행에 혼선을 주지 않도록 트렁크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공항코드며 다양한 신호가 붙어있는 스티커들을 떼어낸 후 바퀴를 잘 닦아낸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지고 혼자 공항으로 오며 좀 울었다.
퉁퉁 부은 얼굴로 탑승수속을 하는데 중년의 남자 직원분이 얼굴도 들지 않은 채 내 탑승수속을 하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비즈니스석 아니신데 가방에 비즈니스석 타시는 분들에게 붙들리는 스티커 붙여드렸어요.. 가방이 일찍 나올 겁니다.... 일 하다 보면..... 가끔 동갑을 만나거든요..
내 여권을 보며 탑승수속을 하다가 생년월일을 보고 동갑친구 구나 하셨나 보다.
울던 뒤끝의 나는 내가 언제 울었냐는 듯 정말 활짝 웃으며 그 앞에서 물개 박수를 한없이 쳤다.
직원분은 역시 고개도 들지 않고 서류만 들여다보며 씩 웃으셨다.
한국은 나에게 마지막까지 친절했다.

그림은 <핀터레스트>에서 담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