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24

by 미스블루

5월 12일 월요일-Y의 엄마에게 메세지 보내기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한국으로 돌아간 Y의 엄마한테 연락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친구의 딸인 Y는 부모님과 떨어져 이곳에서 혼자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Y를 가끔 챙기는 것은 나의 몫이지만 이번 봄학기에는 나의 사정상 Y를 전혀 챙기지 못했다.

Y의 엄마가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Y의 엄마에게 카톡을 보낸다.

나도 딸아이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밤낮으로 아이 생각만 했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 누가 내 아이에게 밥 한 번만 먹여줘도, 안부인사 한 번만 물어줘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호떡집에 불이 난 내 일상을 살아내며 남의 아이까지 챙기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알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를 챙겨줬던 그 사람이 새삼 고맙고 또 고맙다.

가을학기를 기다려 Y를 만나 다시 든든한 어른의 역할을 해줘야겠다.


5월 13일 화요일-떨어진 프린트 종이 사러 가기

집에서 이런저런 문서를 프린트하다 보니 큰 박스로 샀던 A4용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어마무시한 문서작성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오늘은 열일 제치고 '개구리 먹기'로 종이를 사러 가야 한다.

벌크로 사는 품목은 무조건 코스트코다.

두 가지 종류의 종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더 내 마음에 꼭 드는 종이인데..

그 종이는 글자가 쓱 미끄러지지 않고 실로 수를 놓은 듯 탄탄하게 글자가 종이에 박히는 느낌이라 더 좋아하는데...

이런... 생각이 안 난다.

어느 박스에 들어있던 종이였는지....

한참을 서 있다가 그냥 아무거나 카트에 싣는다.

종이가 다 거기서 거기지... 유난 떨지 말아랏!!! 하며 까탈스러운 마음의 머리를 꼭 눌러 입을 틀어막고 집으로 돌아온다


5월 14일 수요일-서류 작성 시작


이번 주 토요일 수업을 마지막으로 한국학교는 석 달간의 방학에 들어간다.

오호호 이 날이 드디어 왔다.

나는 석 달 동안 토요일에 침대에서 뒹굴거릴 수 있다.

그전에 학교에 제출해야 할 서류가 줄을 서 있다.

그래도 이 서류만 제출하면 방학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은 룰루랄라다.

'개구리'를 먼저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성적표 작성을 하고 담임의 코멘트를 적고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했던 일 년간의 시간이 머릿속에서 슬라이드 영화를 틀어 놓은 것처럼 느리게 지나간다.

하루의 시간이 모여 일 년이 되고 일 년씩 모여 평생의 삶이 된다.

갑자기 바다거북은 그 오랜 시간을 살아내자니 참으로 고단하겠다 싶다.

인간에게 주어진 생명의 시간이 참 알맞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5월 15일 목요일-서류 작성 마치기

내가 일하는 방의 바닥이 온통 서류로 덮여 발 한쪽을 놓을 자리가 없다.

오늘은 그만 서류준비를 끝내야겠다 싶다.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는다.

가장 하기 싫은 일부터 해치우는 것이 '개구리 먹기' 프로젝트의 핵심 아닌가...

'개구리 먹기' 연재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 먼저 하는 삶을 살아볼까?

그렇다면 침대에서 일단 넷플릭스를 틀고 잠옷은 안 갈아입고 아침부터 떡볶이 먹고...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가끔은 이렇게도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컴퓨터 위에서 칼춤을 춘다.

그리고 저녁이 되기 전에 서류준비를 모두 마치고 해야 할 일에서 놓여난다.


5월 16일 금요일-새 친구 초대하기

이 나이에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비슷한 연배겠지 생각은 했지만 서로 실례가 될까 나이도 못 물어보고 있다가 우연히 동갑이라는 사실을 알고 함께 크게 웃었었다.

마음속으로 기쁨이 넘치며 그녀에게 좀 더 바싹 다가앉게 된 기분이랄까..

새 친구인 E는 다정하고 배려심 넘치는 성격이라 그녀의 기분 좋고 뭉클한 배려심에 고마운 마음이 내 마음을 항상 가득 채운다.

E의 남편도 내 남편과 잘 어울려 우리는 몇 번 커플로 만나 신소리 늘어놓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멋들어져 보이는 생맥주집을 발견하고 술을 좋아하는 E가 생각이 났다.

요즘 새로 직장을 옮겨 살짝 긴장한 채 살아가는 E와 함께 초여름 밤을 적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E에게 생맥주 집으로 초대하는 메세지를 보낸다.

메세지를 받은 E는 글자에 웃는 얼굴이 보일 정도로 기뻐하는 답을 보낸다.

새로운 인연에 우리는 매번 쑥스러워하며, 조심하며, 그렇지만 설레며.. 늦은 인연에 감사해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무엇에도 그냥이 아님을 알며 감사하는 마음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

지금 이 나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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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토요일-잠긴 어카운트 해결 보기

은행 어카운트가 잠겨 버렸다.

안면인식으로 해놨는데..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눈도 못 뜨고 전화기로 어카운트 열다가 눈을 못 뜨니 몇 번 시도하던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그냥 잠가버렸다.

골치가 아프다.

한숨이 나온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이일부터 해결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다시 넣고 안면체크를 다시 하고 그것도 안돼서 아예 어플을 지웠다 다시 깔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겨우 다시 열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우울하기까지 하다가 해결이 되니 날아갈 것 같다.

아침에 눈이 안 떠지면 절대 시도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안면인식 프로그램이다.

다짐하고 나를 스스로 가르치고 또 가르친다.




5월 18일 일요일-방 치우며 남편 마음 안아주기

내가 일하며 보내는 방의 상태가 심각하다.

책상은 책상대로 바닥은 바닥대로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말이 딱 맞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이 방을 원상태로 돌려 깨끗한 책상에 앉아야겠다.

남편이 지나다니며 보게 되니 지저분한 방이 미안해 괜히 한마디 한다.

'오늘 치우려고~~~'

남편이 방 안으로 얼굴을 쏙 내밀며 말한다.

'쉬다가 나중에 치워~~ 일 년쯤 있다가 치워도 뭐 어때~~'

남편은 늘.. 언제나 재촉하지 않는다.

나는 늘.. 언제나 재촉한다.

남편은 어떻게 저런 말을 해서 나를 그렇게 편안하게 해 주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 무릎을 탁 쳤다.

어쩌면 남편이 나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저런 말이 아니었을까...

나는 왜 이때까지 남편에게 저런 말 한마디로 그를 편안하게 못해줬을까..

갑자기 남편이 안쓰럽고 미안해 티비 보고 있는 남편에게 뜬금없이 말한다.

'고마워...'

'뭐가?' 남편이 의아해 하며 말한다.

'그냥 다... ㅋㅋㅋㅋ' 하며 나는 웃는다.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는 남편은 그래도 고맙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지 나를 보며 웃어준다.

깨끗하게 치워진 방이 여름방학을 축하한다며 두 팔 벌려 나를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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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일이 좀 있어서 글이 늦게 올라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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