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월요일- 시간계획 다시 세우기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하는 일들이 줄을 서 있을 때 나름의 규칙이 있다면 줄을 세우기가 편하다.
나름의 규칙이 있어도 어떨떈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건 실행하기에 알맞지 않아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계획이라 불리는 그 규칙도 간간히 손을 봐가며 재정비를 해야 멈춰서 있던 일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받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뭔가 어수선하고 맘에 들도록 일이 딱 떨어지지 않을 때..
그때가 바로 재정비의 시간이 돌아왔다는 신호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규칙을 손보고 새로움을 추가할 것이다.
새로움은 설레는 마음을 데려올 수 있으니 일에 진전에 있어 이보다 더 큰 보약은 없다.
리서치를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항상 맨 뒷전으로 밀려나 진전이 하나도 없었다.
리서치하는 시간을 한 시간으로 정해 일과에 배정시켜 버렸다.
대신 책 보는 시간과 집안일하는 시간을 따로 정해 두지 않고 '지겨울 때..'라든지 '틈날 때'라는 단어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자유인의 꼬리표를 달아 주었다.
예전에는 욕심과 열정만 가득 차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전력질주를 하다가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포기해 버리는 일이 잦았었다.
새로운 물건을 사게 되면 무언가를 하나 비우라는 말처럼 행동계획을 하나 더 추가했으니 한 두 가지는 느슨하게 해 두어 새로운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두자.
오늘부터 새 계획을 실천하려니 희망으로 벌써 가슴이 두근하다.
5월 27일 화요일-주치의 다시 셋업
주치의 선생님이 남자다.
중년에 들어서며 몸에 여기저기 문제가 좀 생긴다.
남자이다 보니 뭔가 이야기하기가 불편하다.
의사는 의사지 뭐가 불편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
여자 내과의사로 주치의를 바꿔야겠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의사 선생님 쇼핑을 할 것이다.
내가 다니는 병원의 내과의사며 가정의학과 의사며 싹 다 검색해 본다.
사진을 보니 모두 쌀쌀맞게 생겼다.
나도 여권사진이 범죄자의 얼굴이다.
그러니 그들의 사진에 너무 겁을 먹지 말자 한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오피스에 있는 여자 내과의사로 선정을 했다.
전화를 걸어 정기검진을 예약한다.
제발 그녀가 친절했으면 좋겠다.
제발 그녀가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
그래도 이제 여자의사를 만날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무언가 불편한 일이 생기면 그게 무엇이건 부지런히 움직여 편안한 쪽으로 바꾸어 놓자.

5월 28일 수요일-계절 신발 교체
신발장 옆에 널브러져 있는 겨울 부츠들이 몸에 맞지 않은 날씨로 인해 치를 떤다.
한여름이 성큼 다가왔는데 나와있는 자신들의 모습 좀 보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 같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그들에게 여름잠을 제공할 것이다.
기름하게 생긴 부츠박스들을 꺼내고 겨울 내내 멋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몫을 단단히 한 부츠들을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준다음 한쪽은 바로 넣고 한쪽은 뒤집어 넣어 직사각형 상자에 꼭 맞도록 넣어준다.
부츠박스들을 차고 선반 맨 아래칸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신발박스들을 열어보니 투명하고 끈이 얇은 여름 샌들들이 기지개를 켠다.
여름 샌들들을 꺼내 물티슈로 먼지를 한번 닦아주고 신발장 안에 넣는다.
여름이다.

5월 29일 목요일-되돌아온 성적표 다시 보내기
한국학교 사무실로 한 아이의 성적표가 되돌아왔다고 한다.
주소가 맞지 않았나 보다.
다시 컴퓨터를 열어 다운로드 한 서류에서 아이의 성적표를 찾아 스캔을 하고 이메일에 첨부해 보낸다.
아이고 귀찮아라....
너무나 귀찮아서 손이 느릿하게 움직인다.
그래도 했다. 했어!!

5월 30일 금요일-세탁조 청소
세탁기에 세탁조 청소를 부탁한다는 표시등이 계속 들어오는데도 무시했다.
세탁기를 사용해야 할 때는 빨래가 급했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잊어버렸다.
어제로서 해야 할 빨래는 다 했기에 오늘은 잊지 말고 세탁조 청소를 해야겠다.
세탁조 청소는 세탁조청소용 세제를 넣고 다이얼을 '청소'로 맞추고 시작을 누르면 된다.
뭐가 그리 바쁜지.. 이것 또한 마음먹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게 우습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가볍게 여기지 않고, 하려고, 해내려고, 애쓰고 있는 나에게 고개 끄덕여 '잘하고 있음'이라고 무언의 칭찬을 잊지 않는다.

5월 31일 토요일-해바라기 심기
작년 가을에 사다둔 해바라기 씨앗 두 봉지가 있었다.
그 노란 해바라기 씨앗 두 봉지는 지난가을부터 내 마음에 무거운 머리를 얹어 두고 있었다.
'너 언제 나를 흙속에 묻어 줄 거야? 하는 눈빛으로..
나는 올해 초여름이 될 때까지 그 씨앗을 흙속에 넣어주지 못했다.
서랍을 뒤지다가 그 해바라기 씨앗 봉지가 눈에 들어오면 얼른 서랍을 닫았다.
꿈에 손과 다리가 달린 해바라기가 성큼성큼 나를 뒤쫓아 올 것 같아서...
오늘, 드디어 나는 '개구리 먹기'로 그 해바라기 씨앗을 심을 것이다.
화분을 비우고 까맣고 질 좋은 흙을 가득 채우고 구멍을 살살 파서 씨앗들을 세네 개씩 묶음으로 넣고 흙으로 덮었다.
샤워하듯 물을 뿌려주고 마당의 알맞은 자리에 화분을 배치했다.
이게 뭐라고 작년부터 무거운 마음을 이고 살았나 싶다.
이제 해바라기 귀신은 안 나타날 것 같으니 마음 편히 잘 수 있겠다.

6월 1일 일요일-아들과 영화 보기
예전에 아이들 만화영화로 나왔던 '릴로 앤 스티치'가 진짜 영화로 만들어져 다시 나왔다.
아들아이와 함께 보기로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오늘은 다른 모든 일을 제쳐두고 아이와 극장에 갔다.
아이들 만화영화였기 때문에 그저 가볍게 재밌게 보고 나올 줄 알았던 나는 하도 울어 퉁퉁 부은 눈이 창피해서 극장에서부터 선글라스를 끼고 나와야 했다.
하와이에 착륙한 외계에서 온 스티치에게 가족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며 영화는 우리 모두를 뭉클하게 만든다.
'하와이 말인 '오하나'는 가족을 뜻해... 가족이란, 누구도 뒤쳐지거나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이야'
우리 모두는 가족 때문에 힘을 얻기도 하지만 가족 때문에 더 크게 상처받기도 한다.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가족이랑 연락을 끊고 살기도 하며 그 죄책감과 서러움에 삶의 기력을 모두 잃기도 하면서 말이다.
해를 가하지 않는 가족이 되고 싶다.
힘들 때 숨어들 수 있는 가족이 되고 싶고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힘이 나는 말을 해주는 가족이 되고 싶다.
깜깜한 극장에서 오랜만에 실컷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