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월요일-지저분한 숙제 마치기.
월요일부터 조금 지저분한 이야기를 들려드려 어쩌지 싶다.
간단한 피검사로 정기검진을 마치고 받아온 대변검사 킷트가 나를 노려보고 있어서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시행하기로 했다.
나 어릴 때는 왜 학교에서 대변검사를 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전국적으로 그 많은 아이들의 응가검사를 어떻게 다 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대변봉투를 한 번에 수거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별 수를 다 생각해 냈었던 거 같다.
그 당시에 선생님들이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협박'이었을 것이다.
내일 대변을 채집해서 가져오지 않으면 교탁 위에서 신문지를 깔고 똥을 뉘일 거라는 협박이 나에게는 가장 무서운 소리였다.
하라고 하면 더 안 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있는 심리적인 압박이지 않은가..
그 봉투만 보면 나오려고 하다가도 도로 들어가 버리니 울며불며 엄마 것이라도 가져갔던 시절이었다.
어떤 아이가 개똥을 채집해서 가져갔다가 사람에게는 나올 수 없는 기생충이 발견되어 너무 놀란 선생님이 며칠을 고민하다가 부모님에게 어렵게 의논하니 개똥이었다는 것을 알고 선생님이 크게 화를 내었다는 스토리는 너무 흔한 대변검사 에피소드 아닌가..
어쨌든 요즘도 내과에서 그것과 비슷한 숙제를 내준다.
옛날처럼 그렇게 크게 잘라 봉투에 넣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작은 마이크로 치간칫솔 같은 것에다가 아주 조금 묻혀 시약병에 넣고 단단히 잠가 함께 들어 있는 뽁뽁이 종이로 감싼 뒤 빨간 씰이 붙은 무시무시한 봉투에 넣어 몇 겹의 접착제가 붙은듯한 봉투에 넣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너무 자세히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점심도 드셔야 하는데.. ㅠㅠ
역시 하라고 하니 잘 안된다.
어렵게 어렵게 해서 함께 받은 특수 봉투에 넣어 우체통에 넣었다.(24시간 안에 우체통에 꼭 넣어야 한단다.)
정말 무거운 숙제를 마쳤다.

6월 3일 화요일-유예기간을 마친 옷들 점검하기.
지난번 겨울옷 정리를 마치고 더 이상 입고 싶지 않은 옷들이 두 봉투 정도 나왔다.
몇 년을 내리 입었고 또, 길었던 겨울 탓에 보기만 해도 지겨운 옷들이었다.
나는 옷을 버릴 때 바로 버리지 않고 유예기간을 둔다.
안 보이는 곳에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옷을 놔두었다가 다시 꺼내 보는 것이다.
불도저 같은 성격이 약간 있는지라 어떤 행동에 '지연'이라는 고리를 걸어 살살 잡아당기며 느리게 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리를 마친 후 바로 버렸던 옷들은 나중에 괜히 버렸다 후회하며 두고두고 생각난 적이 있었다.
유예기간을 가진 후 버렸던 옷들은 대부분 다시 생각나지 않는다.
오늘은 유예기간을 마치고 헌 옷 수거함에 갈 옷들이 마지막 점검을 받는 날이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다.
이번에는 회색과 크림색의 후드티를 다시 옷장으로 가져가게 되었다.
다시 아침저녁으로 조금 쌀쌀해진 날씨 탓에 요즘 입기에 딱 좋고 한 달 정도 보지 않았더니 지겨운 마음도 가셨던 것이다.
그냥 내다 버렸으면 후회했을 것이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공부하며 살아가면 좋다.
단점이 될 만한 점은 대응책을 마련해 두었다가 사용하여 최대한 후회를 막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장점은 더 크게 사용하여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무대를 마련해 주자.
그냥.. 나 자신을 최대한 살아가기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별짓을 다하는 것이라 해두자.

6월 4일 수요일-잘못 꺼낸 고기 재두기
어제 갑자기 로스구이가 먹고 싶어서 냉동실 뒤편에서 숨 죽이고 있던 고기 한팩을 꺼내 급하게 전자렌즈에 해동을 시켰다.
잉?
급하게 해동시킨 고기는 소고기 로스구이가 아니라 제육볶음용 돼지고기였다.
다시 냉장고로 던져 놓았다.
오늘은 더 두었다가는 상하게 될 수도 있는 고기를 꺼내 강제로 양념에 재놓아야 한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다.
이 정도 경력의 가정요리를 한 사람들에게 양념에 고기를 재는 일은 정말 식은 죽 먹기다.
비율도 없이 눈대중으로 양념을 넣고 휘리릭 섞어 놓으면 맛있다고 식구들은 흥분을 한다.
미국의 엄마들에게 밀가루와 몇 개의 베이킹 재료를 제공하면 거의 대부분 레시피 없이도 빵 한 덩이를 구울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카페 테이블에서 냅킨에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사람이 방금 냅킨에 그린 그림을 구겨서 주머니에 넣으려는 찰나 옆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이 그 그림을 사고 싶다고 했다.
예상보다 훨씬 비싼 값을 부르는 냅킨그림에 옆테이블 사람은 놀라서 되물었다.
'아니 지금 5분도 채 안 걸려서 그린 그림이 그렇게나 비싼가요?'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 대답했다.
이 그림을 그리는 데는 25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사람은 피카소였다고 한다.
나의 고기재는 시간도 10분도 안 걸렸지만 사실 26년 정도 걸린 것이다.

6월 5일 목요일-화장품 관리
새 화장품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다.
성능도 모두 다 웬만큼은 되니 뭘 발라도 다 좋다.
그러다 보니 광고에 혹하여 자꾸 사게 되면 화장품을 쟁여두게 될 수가 있다.
쟁여둔 화장품은 다 쓰지도 못하고 유통기한을 넘겨 얼굴에 바르기가 찝찝해 아까워서 울면서 발뒤꿈치에 발라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화장품의 재고파악과 빨리 써야 하는 화장품을 꺼내놓아 불상사를 막도록 하자.
샘플도 넘쳐나기 때문에 새것을 뜯기 전에 샘플먼저 알뜰히 쓰도록 보이는 곳에 꺼내둔다.
뭉뚝해진 연필류의 화장품들은 잘 깎아서 날렵한 선을 그릴 수 있도록 준비해 둔다.
약속시간이 촉박한데 뭉뚝해져서 잘 안 그려지는 화장품의 심까지 깎고 있으려면 손이 다 부들부들 떨린다.
액체가 흘러서 말라붙어 잘 안 나오는 화장품은 잘 닦아서 산뜻하게 나오도록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일들을 해 놓으면 필요할 때 유능한 비서가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든든하니 '개구리 먹기'의 최대 장점이 아닐 수 없다.

6월 6일 금요일-영어공부 어플 찾아 깔기
미국에 살면서 꽤나 영어 영어 한다고 하실 것이다.
살아야 하니, 사용해야 하니, 늘 더욱 절실하다.
내가 좋아하는 '김창욱' 교수님이 한 강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미국에 가보니 미국에 살아서 좋다는 분들과 안 좋다는 분들로 나뉜다고..
미국에 살아서 좋다는 분들이 왜 그런가 하고 가만히 보니 그분들은 영어가 되는 분들이었다고..
방청석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나는 집에서 더 크게 웃었다.
일상의 대화는 되지만 더 다양하게 표현하며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늘 간절하다.
요즘 밖에서 뭘 해도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그 자투리 시간들을 이용할 영어공부 어플을 찾아서 더 공부하고 싶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영어공부 어플을 검색하니 좋은 어플들이 꽤나 많다.
정말 요새는 누가 책으로 공부하나 싶을 만큼이다.
나에게 알맞은 어플들을 다운로드 받았다.
오후에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사용해 보니 많은 시간 공부할 수 있었다.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니 그게 가장 좋은 점이었다.
나의 영어와의 씨름은 계속된다.

6월 7일 토요일-산책하기
날씨가 흐릿하고 공기가 촉촉하다.
그러면 마음도 촉촉해진다.
나는 해가 쩅한 날보다 이런 날이 더 좋다.
드라큘라가 좋아할 것 같은 날씨 말이다.
엘에이에서 이런 날씨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날씨에는 무조건 산책에 나서야 한다.
런던 사람들이 해가 나면 열일을 제치고 웃통을 벗어던지고 잔디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커피를 연하게 내려 마시고 산책에 나선다.
구름에 가려져 채도가 한층 낮아진 식물들의 푸른 녹색이 좋다.
이것은 운동이 아니라 그저 산책이다.
심박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호흡하며 일주일 동안 달린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다.^^
6월 8일 일요일-차분한 기도시간 가지기
매일 하는 기도가 있다.
하루를 지내다 보면 일상의 일들을 먼저 하고 기도는 맨 나중에 하게 될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가장 피곤한 시간에 기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눈은 시뻘겋고 하품을 하느라 산소를 다 써서 그런지 머릿속은 텅 비어 있는 느낌...
이런 몰골로 기도를 하는 나를 내가 봐도 한심하다.
가장 정신이 맑은 아침시간에 기도를 해보기로 했다.
기도를 시작하려고 앉으면 우리 고양이 모모는 어디 있다가도 나타나 내 뒷자리에 착석을 하며 골골송으로 기도를 보탠다.
너무 피곤해서 속으로 삼키듯 소리도 못 내던 기도소리가 낮고 맑은 음성으로 나오며 나를 감싸 안는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눈을 감고 나를 내려놓는다.
저녁기도가 나의 하루를 반성의 시간으로 이끌었다면 아침기도는 나에게 새 생명을 주어 아름다운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
나의 모든 번민과 욕심과 기대를 바람에 실려 보내고 가장 가난한 사람의 마음이 되어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