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29

by 미스블루

6월 16일 월요일-보리차 끓이기

본격적인 여름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사이로 밖을 내다보면 눈을 못 뜰만큼 눈이 부신 햇볕이 바싹 다가와 있다.

집안은 하루 종일 돌아가는 에어컨디셔너로 건조하고, 밖은 수분이라고는 한 방울도 보이지 않을 만큼 바싹 말라있다.

그래서 여름엔 필요한 건 무조건 '수분'이다.

덥고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들이켜다 보면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음료수에 들어있는 당 성분으로 인해 마셔도 마셔도 헛배만 부르고 더 목이 마른 것 같은 이상한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보리차를 준비해 몸속에 수분이 필요할 때 즉각 대령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침에 일어나 '개구리 먹기'로 겨울에 끓여 먹던 보리차 티백을 꺼내 서둘러 보리차를 끓인다.

팔팔 끓여진 보리차에 생수를 섞어 미지근하게 만들어 일단 한잔 마신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의 보리차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잠에서 깨어난 몸에게 '굿모닝'이라고 싱긋 웃어주는 것 같다.

점심에 상추와 깻잎을 잔뜩 넣은 약식 비빔밥을 먹으며 국물대신 따뜻한 보리차를 마셨다.

비빔밥의 양념도 있는데 소금으로 간을 한 곁들임 국물보다 아무 간을 하지 않은 구수하기만 한 보리차를 마셨더니 비빔밥의 짠기는 내려보내주고 입안은 개운하게 만들어 준다.

올여름은 아침마다 열심히 보리차를 끓여 담백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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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화요일-걸레 냄새나는 옷 삶기

가끔 빨래가 잘못될 때면 옷에서 걸레 잘못 빤 냄새가 난다.

또 여름에는 수건에서 그런 냄새가 날 수도 있다.

나는 아이를 가졌을 때 입덧을 정말 심하게 하였다.

집안 2층에서 침대에 거의 반 죽은 상태로 널브러져 있다가 남편이 냉장고 문을 살짝 열었는데 그 냄새를 맡고 바로 다 토했다.

그때부터 남편은 나에게 K-9 경찰견이라고 이름 붙였다.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수건을 삶을 것이다.

수건을 삶는다고 하면 큰 들통을 놓고 가스레인지 위에서 빨래를 푹푹 삶는 상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세탁기가 알아서 삶아도 주니 세탁기의 도움으로 삶을 것이다.

집 안의 수건을 모두 모아서 세제와 함께 세탁기에 넣고 스팀소독 버튼을 누른다.

장작 3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래서 자주는 못한다.

3시간 동안 치도곤을 맞고 살아 돌아온 수건의 냄새를 맡아본다.

아무리 긴 호흡으로 냄새를 맡아도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여름을 보송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6월 18일 수요일-책갈피 찾아 끼우기

좋아하는 만화가 있다.

책을 좋아하는 치과의사가 그린 만화인데.. 그곳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나는 무슨 물건이든 책갈피로 써.. 포스트잇, 영수증. 풍선(풍선의 긴 줄을 책 사이에 끼워 놓았다. 그리고 풍선은 날아가지 못하고 책위에 둥둥 떠 있다.^^ 고양이 꼬리, 새의 깃털, 다른 책(책과 책을 펼쳐 겹쳐서 둔다.) 그도 아니면 그냥 외운다 ^^)'

ㅋㅋㅋㅋ 책을 좋아하시는 우리 작가님들도 이 대목에서 모두 빙그레 웃으실 것 같다. 너무 나랑 같아서?

내가 사용하는 책갈피는 크리넥스 한 장, 볼펜, 저절로 빠져서 마룻바닥에 돌아다니는 딱딱한 고양이수염, 초콜릿을 쌌던 빤짝거리는 종이(책을 읽다가 큰 초콜릿을 한 입에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어 먹으면 정말 충만한 기분이 느껴진다.^^,빨래를 개다가 만 양말 한 짝, 그리고 책 표지 날개..

근데 정해두고 쓰는 책갈피가 있긴 하다.

열두 가지 색상의 아주 작은 반짝거리는 인덱스 텝이다.

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갈피를 가지러 가기가 귀찮아 주위에 있는 모든 물건으로 책갈피를 대신한다.

오늘은 더 이상 책을 괴롭히지 말고 '개구리 먹기'로 냉큼 가서 책갈피를 가져와야겠다.

마음먹고 하지 않으면 끝까지 안 하는 행동들이 있다.

색상은 골고루 사용해야 하니 가장 많이 안 써서 도톰하게 되어있는 네이비 컬러를 한 장 뜯는다.

책에 붙여두고 어느 때고 책을 읽다가 일어날 때 척 붙여둔다.

정말 편하게 됐다.ㅎㅎ


우리 작가님들.. 비밀리에 쓰시는 책갈피는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귓속말로 살짝.... 뭐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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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목요일-약장 정리

약만 넣어두는 장이 있다.

꽤나 큰 장인데도 이것저것 약과 갖가지 비상용품으로 꽉 채워져 있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이 약장을 정리할 것이다.

약은 유통기한이 있으므로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폐기하고 새 약으로 구비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약이 필요할 때 유통기한이 지난 약만 남아 있을 수 있다.

전자체온계는 배터리가 나가지 않았는지 확인해 두고, 약만 쏙 뺴먹고 나뒹구는 약 포장지는 모아서 버린다.

약상자는 어디 가고 알맹이들만 있는 약들은 같은 것 끼리 모아서 작은 지퍼백에 넣고 무슨 약인지 파악해서 포스트잇에 적어 지퍼백에 같이 넣어두어 식별이 가능하게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약장을 닫고 돌아서는데 돌아선 뒤통수까지도 상쾌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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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금요일-'피오'의 집 준비

뒷마당에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4층짜리 허름한 선반이 있다.

그 선반 2층에 '맷비둘기'라는 사이즈는 비둘기 반 만하고 꼬리 쪽에 까만 점박이가 있는 새가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산모 새가 놀랄까 봐 그쪽은 아예 얼씬도 못하고, 지나다닐 일이 생기면 멀리 빙 돌아다녔다.

알을 깔고 앉아 있다가 내가 지나다니면 얼굴은 벽 쪽을 향해 있으면서 눈은 뒤를 보고 있다.

이 새는 두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한 마리는 너구리 등의 습격을 받았는지 마당에서 목이 뜯긴 채 발견되었고, (남편은 비명을 질렀다) 한 마리는 무사히 살아 며칠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우리 눈앞에서 푸드덕하고 하늘을 날았다.

우리는 '날았다!!! 날았어!!!' 손뼉을 치며 감개무량해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때부터 그 아이는 우리 마당을 자신의 집으로 삼아 살기 시작했다.

나는 '피오'라고 이름 지었다.

피오는 아장거리며 장미꽃 숲을 걸어 다니다가 내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내 앞에서 낮게 날아다니며 아는 척을 한다.

'피오 왔니?'라고 말을 시키면 듣고 있는지 고개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피오의 선반 2층 보금자리를 꾸며 줘야겠다.

안 쓰는 커피잔에 물을 떠놓고 쌀과 잡곡을 섞어 종지에 담아 둥지 옆에 두었다.

큰 양동이에 물을 가득 받아 선반 앞 바닥에 두어 목욕을 하며 놀 수 있도록 해둔다.

맷비둘기는 지냈던 곳이 마음에 들면 사용했던 둥지에서 또 알을 낳는다고 한다.

피오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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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토요일-휴가 준비

우리 가족이 합심하여 삼 년 정도 열과 성을 다했던 일이 잘 되지 않았다.

서로 탓을 하자고 들자면 밤을 새도 끝이 나지 않을 만큼 서로의 마음엔 각자만의 응어리가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기에 대해서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힘들었던 가족을 위해 가족여행을 준비했다.

우리 가족은 어느 때보다도 휴가가 필요하고 아기들처럼 뛰어놀면서 응어리를 풀어내야 한다.

여행은 막상 그곳에서 놀 때보다 가는 준비를 할 때 더 설렌다.

식구모두의 물건을 꼼꼼히 살펴 휴가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다.

남편은 리조트 안에서 돌아다닐 때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슬리퍼가 필요하겠다.

아들아이는 수영복이 하나밖에 없으니 여분의 수영복을 하나 더 준비해야겠다.

딸아이는 하이킹을 갈 때 가볍게 매고 갈 기능성 백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필요한 물품을 사러 쇼핑에 나간다.

쇼핑을 갈 때는 장시간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을 편한 옷차림과 신발이 필수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멋을 부리지 않고 가게 되면 스토어에서 약간의 덜 친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멋은 내되 편안한 복장을 해야 한다.

참으로 어렵지 않은가...


가족휴가에서 모두들 도망간 기운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 힘을 얻어 다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하림'의 노랫말처럼 '누가 누구를 아프게 했건' 그런 것 따지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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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일요일-쇼핑한 물건 다시 점검하기

오랜만에 쇼핑을 다녀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쇼핑한 물건을 보지도 못하고 뻗어 버렸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어제 산 물건 중 혹해서 산 물건은 없는지 다시 점검해 볼 것이다.

좋아하는 옷 브랜드에서 여름에 들면 딱 좋은 캔버스로 만든 토트백이 나왔다.

사이즈도 좋고 가격도 그만하면 괜찮아 계획에도 없던 백을 사 왔다.

거기다가 세일도 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스토어에서 가방을 만지작 거리며 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나를 상상했다.

'흠... 책 한 권도 거뜬히 들어가는 사이즈네.. 비행기를 탈 때 이 가방에다가 책도 넣고 간단한 간식거리도 넣고 작은 노트도 넣고 해서 들고 타면 딱이겠다..

대형마트를 갈 때 이런저런 물건을 넣어서 들고 가면 좋겠는데?

아이가 레슨을 갈 때 텀블러도 넣고 물티슈도 넉넉히 넣을 수 있겠어..'

그리하여 계획에도 없던 가방을 사가지고 온 것이다.

옷장을 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가방을 살펴보니 비행기를 탈 때 들고 타면 딱 좋을 가방이 4개쯤 되었다.

스토어에 미안하지만 리턴을 하고 환불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모든 물건은 사용하기 전까지 태그를 뗴지 않고 보관한다.

정말 필요해서 샀지만 며칠 지나고 보면 그 물건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때 새것 그대로의 상태의 물건을 가지고 다시 스토어에 가서 환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어릴 적 교실에 급훈으로 쓰여있던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임을 실감하며 살아간다.

갖은 노력을 다해도 삶을 완벽하게 살아낼 수는 없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것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면 피곤하고 귀찮더라고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그렇게 하고 싶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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