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월요일- 아이들 성적표 보내기
한국학교가 방학을 했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성적표를 받아가지 못한 아이들이 꽤 되었다.
방학식날 결석을 했기 때문이다.
교장선생님은 이메일로 성적표를 발송해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나는 우편으로 보내주고 싶다.
성적표에는 한 학기의 아이들의 모든 학교생활이 일일이 열거되어 있다.
뭐랄까..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에게 내가 보내는 편지 같다고나 할까..
우편으로 보내 종이로 된 성적표를 받아보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 성적표를 간직할지 그냥 보고 버릴지 모르지만 먼 훗날 잘 열어보지 않던 서랍에서 지난날의 성적표가 나왔을 때 그 시간을 잠시 추억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성적표는 인생을 좌우하게 될 수도 있는 내신 성적표 같은 심각한 것이 아니라 그저 지난날에 대한 추억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아이들의 성적표를 봉투에 넣어 주소를 쓰고 새로 나온 예쁜 우표를 붙이고 우체국에 간다.
봉투를 모두 우체통에 스르륵 떨어지도록 넣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1년간 내 아이들이었던 아이들을 모두 보냈다.
5월 20일 화요일-고양이 병원 다녀오기
13살 고양이 '모모'가 병이 난 것 같다.
이 아이는 누구보다 예민해서 식구들 모두 그의 곁을 지나갈 때는 놀랄까 봐 숨까지 참는다.
봄에 온 손님들 탓에 1차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2차로 내가 3주 정도 집을 비웠다.
마지막으로 어퍼컷을 날린 스트레스는 딸아이가 키우기 시작한 새끼 고양이들의 본가 방문이었다.
그러고 나서 모모는 살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거의 껍데기만 남은 듯 털 속의 앙상한 몸이 만져졌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의 긴급 '개구리 먹기'로 동물병원 방문을 택하게 되었다.
마침 오후에 자리가 났으니 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검진을 받았고 아무래도 '갑상선 항진증 ' 같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아이고... 정말 저 예민 덩어리....
고양이가 갑상선 항진증이 웬 말이더냐..
그래도 '개구리 먹기' 덕분에 어디가 아픈 걸까 하는 불안한 머릿속의 물음표를 지워낼 수 있었다.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차게 되면 뭘 해도 그 생각에 가려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을 보아서 머릿속에 공간을 만들어 두는 것을 권해 드린다.
살아간다는 것이 물음표를 지워낼 수 없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일을 해서 해결을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라고 생각하며 잽싸게 몸을 움직여 편안해 지시길 바란다.
오늘은 예민 덩어리를 안고 고르게 쉬는 숨의 본보기를 보여주며 그 아이가 어서 평온해지기를 바라고 싶다.

5월 21일 수요일-운동용 실내 자전거 구입
운동을 하기가 싫다.
안 하기 버릇을 하니까 더 하기가 싫다.
걸으러 나가려고 하면 언제나 날씨 탓을 하고 있다.
오늘은 너무 더워서 안 되겠고, 내일은 이상하게 갑자기 추워져서 안 되겠고, 너무 밝아서 안되고, 금방 깜깜해져서 안되고..
뭔가 조치를 취하기 위해 실내 자전거를 구입하기로 했다.
리서치도 간단하게.. 힘을 그리 들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당한 자전거를 찾아 구입했다.
이번에 구입할 자전거의 조건은 언제 갖다 버려도 아깝지 않도록 가격이 낮아야 했다.
싸이클 느낌이 나는 의자가 날렵하고 프로그램 장치도 돼있는 값비싼 자전거는 안된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못 믿기 때문이다.
운동을 할 것이다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은 가장 쉽게 저버리기 쉬운 약속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변덕이 생겨서 안 쓰게 될 경우 아까운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도록 미래의 나를 위한 선택이다.
가장 기본적인 페달만 밟을 수 있는 실내 자전거를 구입해 티비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티비를 틀면 나는 자동으로 이 자전거에 올라앉을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5월 22일 목요일-세트로 산 안 쓰는 물건 버리기
몇 년 전 아로마 오일을 세트로 구입했다.
얼마나 좋은 오일인지 설명해 주는 판매자 앞에서 나는 그만 쉽게 지갑을 열고 말았다.
세트로 들어있는 오일은 몇 개는 유용하게 썼지만 손이 안 가는 오일들이 새것처럼 남아 있다.
아까워서 몇 년을 들고 있었지만, 안 쓰는 물건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 쓰게 되는 이상한 힘이 있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이 오일을 과감하게 버릴 것이다.
뭐든지 세트로 사면 꼭 후회를 하게 된다.
오래전에 읽은 책에서, 어떤 옷이 마음에 든다고 색깔별로 사게 되면 그 옷을 버릴 때 몇 벌을 한꺼번에 버리게 되니 좋은 구매방법은 아니라는 글을 읽고 그 후로는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단 한벌만 구입했더니 정말 끝까지 잘 입고 안녕도 잘할 수 있게 되었었다.
세트로 사는 구매도 이젠 안 해야겠다 싶다.
이 만큼 살고 보니 이미 물건이 필요한 만큼 있어서 새로 구입할 물건이 줄어들고 있지만 말이다.
먼지만 쌓인, 쓰지도 않지만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했던 물건을 버렸다.
그리고 그 짐을 오늘 드디어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5월 23일 금요일-건 나물 불리기
이곳에서 나물 반찬을 해 먹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고는 콩나물과 시금치뿐이다.
콩나물도 미국마켓에서는 안 팔기 때문에 한국마켓을 들르게 되는 날이나 귀하디 귀한 콩나물을 한 봉지 들고 올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한국을 방문하거나 이곳에 오는 식구들에게 건 나물을 공수하고 부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건나물을 입으로 가져갈 수 있게 만들기까지는 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바스러질듯한 나물을 꺼내 불리고 삶고 더 부드러워지도록 담가두고 그런 끝에 겨우 양념을 하고 볶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휴... 길고 긴 나물 먹기 여정이다.
그래도 샐러드만 먹다가 먹는 나물반찬은 건강해지는 느낌과 함께 그렇게나 맛날 수가 없으니 이 여정을 포기할 수 없다.
오늘은 '개구리 먹기'로 건나물 먹기에 첫 번째 관문인 나물 불리기를 시작해야겠다.
느리게 조리하여 먹는 음식으로 매일을 달리고 있는 나에게 천천히 가자고 말을 걸고 싶다.
5월 24일 토요일-좋은 일이 있는 지인에게 전화통화로 축하해 주기
가까운 지인의 집에 경사가 났다.
카톡으로 연락이 와서 카톡으로 넘치게 축하해 주었지만 문자로 하는 축하는 부족하다.
오늘은 직접 전화를 걸어 디테일한 설명을 들으며 목소리로 또 축하해 줄 것이다.
이런 일은 미뤄두면 안 되는 일들 중에 하나다.
시간이 갈수록 늦어진 축하는 빛을 바랜다.
축하는 당장 빨리 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정해두고 지인에게 전화를 건다.
쑥스러워하며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하는 지인의 목소리에 즐거움이 묻어난다.
마음껏 자랑하도록 판을 벌려주는 것이 친구가 해줄 수 있는 일들 중에 하나이지 싶다.
나의 '오늘의 개구리'는 축복의 임무를 띠고 즐겁게 떠드는 것이었으니 횡재다.
5월 25일 일요일-겨울 옷 정리
이곳은 날씨의 변덕이 심한 곳이다.
아침엔 조금 쌀랑, 오후엔 무지 덥고, 해가 떨어지면서 기온은 햇님과 손을 잡고 의형제를 맺기로 약속을 한 듯 함께 떨어진다.
언제 더웠냐는 듯 쌀랑한 바람으로 어쩔 땐 파카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애매한 날씨 탓에 겨울옷 정리를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었다.
이미 떠난 연인이 다시 올까 봐 새로운 연애를 못하고 있는 사람처럼..
오늘은 보기만 해도 숨 막히는 겨울옷 정리를 할 것이다.
이제는 날씨가 갑자기 추우면 입을 옷 한두 개만 남겨두면 되겠다 싶다.
외투는 먼지가 앉으니 의류보관용 비닐을 씌워 걸어두고 스웨터는 수납용 큰 박스에 넣는다. 스웨터를 접어 넣을 때는 절대로 꽉꽉 눌러 담으면 안 된다. 헐렁하고 공기가 잘 통하도록 넣어 놓아야 다음 겨울에 꺼냈을 때 옷이 눌려져 있지 않는다.
여름 원피스를 꺼내 착착 걸어놓고 라탄 핸드백도 잘 보이는 곳에다 둔다.
'개구리 먹기'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옷장 정리를 시작해서 점심 전에 끝냈다.
점심으로는 햄버거를 먹는다. 짜릿한 콜라와 함께...
노동을 끝내고 먹는 음식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아마도 심리적 개운함이 더해져 그렇지 싶다.
그래서 마음이 심란할 때는 주변정리를 해보라고 하는 것 같다.
알뜰하게 일주일치 '개구리'를 모두 먹어 치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