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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Aug 25. 2023

106. AKOMEYA

쌀가게의 변신

| 2020년 4월 23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빵과 인스턴트식품 등에 밀려 점차 그 존재감을 상실해가던 쌀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며 새롭게 큐레이션 한 일본 '아코메야'의 쌀 내음을 맡아보세요. 앞으로의 쌀가게가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는 모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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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쌀집? 라이프스타일 숍!   

우리나라에서 쌀은 너무나도 익숙한 식재료입니다. 그래서 때론 공기처럼 느껴지죠. 항상 옆에 있지만 익숙하여 오히려 잊게 되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식문화의 국경이 점차 흐려지며 쌀의 존재감도 함께 흐려져왔습니다. 빵집도 넘쳐나고 인스턴트식품과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식품)도 다양합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선 쌀의 소비가 삼겹살보다도 적은 시대라고도 합니다. 농림부 장관 후보자의 공약이 '쌀값을 올려드립니다'일 정도니, 그 상황을 짐작할만합니다.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쌀이 잘 안 팔린다고 합니다. 그런 일본에 2013년 문을 연 새로운 개념의 쌀집이 있습니다.     


'AKOMEYA'(이하 '아코메야')는 일본 도쿄, 그중에서도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긴자에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온갖 럭셔리 브랜드와 트렌디한 제품들이 가득한 그 거리에 쌀집이라니.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쌀집이 아닙니다. 쌀을 매개로 한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숍입니다. 

아코메야 긴자 본점 © https://www.akomeya.jp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제는 그 존재감이 많이 흐려진 쌀을 새롭게 해석하고 큐레이션 하여 그것이 본래 갖는 가치와 의미를 전달합니다.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줄어든 쌀 소비를 늘리라며 일방적으로 선전하고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의미를 다시금 인지시켜 줍니다. 그저 '먹는 쌀'이 아니라, 보는 쌀, 만지는 쌀, 선물하는 쌀, 이벤트가 되는 쌀 등으로 말입니다.   




2. 쌀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     

1호점 긴자 매장을 시작으로 이제는 신주쿠와 같은 번화가 13곳에 매장을 둔 아코메야.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해당 지점만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전국에서 모여 엄선된 쌀을 지역, 품종, 등급, 취향 등의 새로운 기준으로 큐레이션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각각의 제품에 새로운 스토리와 테마, 생활양식을 창조합니다. 


고객들은 엄선된 쌀들 중 현미부터 백미에 이르기까지 5단계의 도정 정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5, 7, 10 종의 쌀을 소포장한 샘플러를 만들어 패키징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어 자신의 입맛과 요리 목적 등에 맞는 쌀을 고를 수 있습니다.   

아코메야의 쌀과 선물용 소포장 © https://www.akomeya.jp


하지만 아코메야의 전체 매출 중 쌀은 약 30%에 해당합니다. 이 말은, 나머지 70%를 쌀 이외의 것들이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죠. 이 부분이 아코메야를 단순한 쌀가게와 차별시키는 또 하나의 포인트입니다. 이곳에서 쌀을 구매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아코메야가 전달하고자 하는 쌀의 가치와 그에 따른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동의하고 실천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쉽게 말해, 아코메야의 전략과 브랜딩이 먹힌 사람들이죠. 즉, 그러한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연관 식재료와 아이템들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아코메야의 상품들 © https://www.akomeya.jp


일본어로 쌀집을 뜻하는 ‘코메야’에 영어로 ‘하나’를 뜻하는 관사이자 부정의 접두어 ‘A’를 붙인 아코메야는 그 이름처럼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합니다. 주인공인 쌀과 각종 소스, 반찬을 만들 수 있는 식재료들,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릇, 조리도구, 리빙 용품, 액세서리, 심지어 욕실 용품까지 확장하며 결국 라이프스타일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또한 '아코메야 주방'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6000여 종의 아이템을 판매 중인 아코메야는 그렇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숍이 됩니다.  




3. 씁쓸하지만 필요한 벤치마킹  

1995년에 이미 '스타벅스 재팬'을 론칭하고, 'Afternoon Tea', '론 허먼', 신발 브랜드 '캠퍼',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등을 이끄는 라이프스타일 기업 '사자비 리그(Sazaby league)'의 또 다른 결과물인 아코메야. 2013년 3월 도쿄 긴자에 론칭한 후 지금껏 쌀 시장을 새로운 스토리로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한편으론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의 다양한 쌀 품종의 상당수(아니, 대부분!) 본국으로 훔쳐가 발전시켜온 장본인들이란 생각에 씁쓸함도 곁들여지지만, 아코메야가 쌀을 새로운 방법으로 해석하고 큐레이션 한 업적에 대해선 우리가 벤치마킹할 이유와 명분이 충분합니다. 

동네정미소, 현대쌀집, 동수상회 © 주간동아 네어버 포스트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컨셉의 쌀 편집숍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이 아코메야를 벤치마킹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케이스 스터디가 진행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동네 정미소', '현대쌀집', '동수상회' 등이 보이는 한국형 아코메야의 모델을 통해 쌀이 가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우리만의 방식과 컨셉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한 지금. 이 또한 분명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 새로운 해석과 컨셉으로 제품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린 브랜딩 사례가 궁금한 분들 

+ F&B 분야의 색다른 모델을 찾는 분들 

+ 우리나라 쌀 시장의 다음을 예측하고 싶은 분들 

  

| TAG |

#큐레이션쌀집 #쌀라이프스타일숍 #쌀의재해석 #쌀집케이스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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