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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Oct 23. 2023

137. 괜찮아 마을

괜찮아지고 싶은 청년들을 위하여

| 2021년 1월 28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지치고 힘든 청년들에게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로 위로와 응원을 주는 마을이 있습니다. 예전의 화려한 흔적이 사라져 버린 항구 도시 목포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괜찮아 마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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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괜찮아 빌리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빌리지>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합니다. (지금부터 스포 주의 ^^) 


때는 19세기, 미국의 한 마을 ‘코빙턴’에 사람들이 모여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엔 독특한 사실이자 규칙이 하나 있는데요. 마을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숲 너머의 마을 바깥을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 말미, 사실 그 마을은 장로 몇몇에 의해 만들어진 현시대의 특정한 공간이었음이 밝혀져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립니다. 오래전 어떤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이 상처뿐인 사회를 스스로 떠나 폐쇄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해드릴 ‘괜찮아 마을’의 청년들은 영화 속 인물들처럼 사회에 상처 아닌 상처를 입었지만, 그들과는 정 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능동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죠.  


어쩌면 크고 무거운 ‘삶’이란 주제를 바닥에 둔, 하지만 그 어떤 곳보다 밝은 에너지로 그 삶을 꾸려가는 ‘괜찮아 마을’을 소개합니다.      




2. 시작과 지금

스스로도 나름의 뜨겁고 혼란스러운 청년기를 보내던 박명호, 홍동우 공동대표는 몇 해 전 문화기획사 ‘공장공장’을 세웠습니다. 서울 이태원의 카페, 치앙마이의 디지털 노매드 프로젝트 등의 거쳐 우여곡절 끝에 2017년, 드디어 목포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특히 초기 프로젝트 중 하나인 ‘목포에서 6주간 살아보기’를 통해선 ‘괜찮아 마을’의 중요한 뼈대를 만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프로젝트는 서울, 경기,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모여든 (특히 서울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청년들이 6주간의 시간을 통해 위로와 지지를 받는 경험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제공했습니다. 그들을 일단 쉬게 하고 싶다는 대표들의 바람처럼 그저 함께 먹고(‘괜찮은 식탁’), 산책하고(‘괜찮은 여행’), 즐거운 대화(‘괜찮은 대화’)를 하며 3 기수의 청년 76명을 배출하고, 그중 무려 30여 명은 이곳 목포에 자리를 잡으며 남게 되죠. 

괜찮은 식탁 @괜찮아 마을
괜찮은 여행@괜찮아 마을
괜찮은 대화@괜찮아 마을


그들은 높은 월세와 생활비, 치열한 경쟁과 지친 취업 준비 등으로 점철되었던 시간들을 떠나, 한적한 바닷가 도시에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게 한국의 네 번째 개항 도시로서 화려하던 시대는 져버리고 공실률이 70%라는 쓸쓸한 원도심으로 변한 목포 무안동 일대는 젊은 청년들이 활기차게 오가며 새로운 삶을 일궈가는 마을로 부활하게 됩니다.  

마을 풍경©괜찮아 마


특히 이러한 기획은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과의 교류 및 지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청년마을 및 도시재생 사업 모델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3. 그들이 사는 법  

이곳에 남아, 또는 다시 돌아와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청년들은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공동체가 책임져주는 것은 아니기에 예전에도 경험했던 스트레스와 힘든 과정은 당연히 동반되죠. 스스로 집을 구하고,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여 생활비를 벌어야 하며, 새로운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지 계획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유학파 요리사는 따뜻한 백반집을, 요식업계의 경험이 있던 누군가는 채식 식당을, 유통업계에서 일하던 애주가는 Bar를 오픈하는 식입니다. 또한 그들 중 10여 명은 공동대표 단 둘이었던 ‘폭포에서 60일간 살아보기’ 프로젝트 기획사 ‘공장공장’에 직원으로 취업하기도 했습니다.


괜찮아 마을에서 하는 일©괜찮아 마을




3. ‘ESC’의 의미 

‘괜찮아 마을’을 만들고 운영 중인 ‘공장공장’은 ‘Empty, Public, Space’라는 문구를 슬로건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키보드의 지우기 버튼인 ‘ESC’로 줄여서 표현하는 ‘Empty’, ‘Share’, ‘Community’를 사업의 핵심 콘셉트로 하고 있고요. 즉, ‘괜찮아 마을’은 빈 공간(부동산)을 찾고, 함께 나누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공공의 공간’으로서 청년들이 살아가도록 도와줍니다.


이는 청년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단순한 논리가 아닌,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자기 혁신의 배경으로서, 이 마을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브랜드 키워드들이었습니다. 


 


*구독자 분들과 처음으로 나눠보는 소회  

SBHV가 뉴스레터 형태이기 훨씬 전, 페이스북에 브랜드와 디자인을 소개해 드릴 때부터 전 원고를 작성하기에 앞서 꽤나 긴 시간 동안 리서치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괜찮아 마을’은 지금까지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브랜드였습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꼬박 3일이 넘게 걸렸으니까요. 


그래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곳이라는 건지, 아니면 그냥 모여서 산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고, 운영하는 콘텐츠와 프로젝트, 프로그램들이 워낙 다양해서 시간이 꽤나 걸렸었죠. 


그러던 중, 작년 초여름쯤 KBS 다큐멘터리 ‘다큐 3일’에서 소개된 영상을 보게 되었고, 청년들 중 한 명인 채식 식당 사장님의 부모님 인터뷰를 본 후 드디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장의 아버지는 딸이 이곳에 정착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찬성했냐, 반대했냐는 질문에 반대를 했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이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자꾸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죠. 


저는 생각했습니다. 

왜 평범한 선택, 즉, 남들도 다 하는 선택과 생활 반경이 부모님도 안심하는 삶의 방향일까 하고요. 그리고 오히려 ‘평범한 선택’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요즘 청년들이 스스로 이런 마을까지 만들게 한 건 바로 그 부모님 세대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물론 채식 식당 사장님 아버지를 빗대어하는 말은 아닙니다. ^^)    


이곳의 청년들도 어쩌면 저와 같은 문제 인식과 고민들 때문에 ‘괜찮은 마을’에 정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전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리고 그것이 실현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괜찮아 마을’이 어떤 곳인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SBHV 뉴스레터의 말미에 이렇게 운영자 개인의 소회를 전하는 건 처음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번 ‘괜찮아 마을’ 뉴스레터를 읽을 많은 청년들이 (또는 청년과 같은 마음으로 사는 모두가) 어떻게든 힘을 내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라며 편지를 보냅니다. 


요즘 2, 30대들, 

가만 생각해 보면 참 기발하고 좋은 독립 브랜드와 회사를 잘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 그게 회사에 워낙 취직하기 힘든 사회와 구조라 어쩔 수 없이 그들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게끔’ 한 것도 같습니다. 모두가 안 놀아주니, 스스로라도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어 놀아보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모두의 이야기는 아닐 테고요.) 


‘괜찮아 마을’로 모인 청년들처럼 한 번쯤 눈을 돌려 다른 시각으로 진짜 행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도전 같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모두가 괜찮아지면 좋겠습니다.  




|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 시재생의 새로운 방식과 모델을 찾으시는 분들

+ 정부에서도 적극 추진 중인 ‘청년마을’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

+ 도시 브랜딩의 사례가 궁금한 분들  

  

| TAG |

#괜찮아마을 #청년마을 #도시재생 #ESC #목포에서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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