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낫다는 위로
환장의 짝꿍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함께 가진 사람들은 물론, 현대인이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로 항상 꼽히는 것이 남과 나를 비교하는 일이다. 이게, 한번 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더욱 갉아먹을 뿐 딱히 좋은 점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과 비슷한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그 어떤 엄마도 '너는 어떻게 된 애가 빌 게이츠만큼 성공을 못하는 거니! 워렌 버핏 좀 보고 배우란말이야!' 하지 않는다. 그저 비슷한 수능 점수로 같은 과에 들어간 대학 동기와 비교를 하거나, 비슷한 집안 환경에서 자란 누군가에 자기를 빗댄다. 결국 비교 대상은 몇 명 안 된다. 사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 중에 훨씬 많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고 난 후 남과의 비교가 때론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소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이라면 말이다.
마음이 힘들어지면 몸에도 증상이 나오고, 반대로 몸이 아프면 마음이 무너지곤 하는 나는 최근 그런 상황이 있었다. 몸에 심각하진 않은 질병이 생겼는데 마음이 와르르 무너진 거다. 머리로는 큰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영 마음이 수습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아이가 큰 병에 걸렸지만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는 것, 누군가의 친구가 이미 이겨냈다는 것, 누군가가 많이 아팠지만 지금의 나보다 긍정적이었던 기억 등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큰 위로를 받았다.
물론 내가 그들보다 더 낫다는 말엔 오해의 소지가 많다. 하지만 그 말 안엔 지금의 내 상황 속에 보이지 않는 '감사함'이 있다는 것을 알면 큰 위로를 받는다.
이런 종류의 비교라면 가끔은 하며 살기로 했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마음으로 응원하는 동시에,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이 스스로 몰랐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비교는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