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녀 VS 독박육아녀
엑셀에 적어놓은 오늘 할 일을 하다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매일 조용한 공간 창 앞에 앉아 하루를 혼자 보내는 나는 가끔 이런다. 불쑥.
일단 사람이 눈에 보이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좋아하는 드라마 클립을 두 개의 모니터 중 하나에 틀었다. 화면 속 남녀는 참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대사는 어쩜 그리 귀에 쏙쏙 박히는지. 금세 화면을 끄고 이번엔 분위기 있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었다. 스누피와 그의 친구들이 나오는 클래식 캐럴 플레이리스트가 10시간 넘게 노래를 들려주겠단 표시가 보였다. 그런데 이번엔 10시간 내내 빙판 위를 다 같이 뱅뱅 도는 스누피와 그의 친구들이 문제였다. 내 눈까지 같이 돌며 도무지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결국 모든 화면과 소리를 끈 채 다시 조용해진 혼자만의 공간에서 일에 몰두하자 마음먹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나 스스로 성인 ADHD가 아닐까 싶을 만큼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외롭다는 감정이 소화되지 않아서인 듯했다. 결국 어린 두 아이 때문에 화장실도 끼니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정신없는 오후를 보내고 있는지 전화를 받지 않은 친구는 몇 시간 후 전화를 걸어왔다. 반가웠다. 전화기 너머로 칭얼거리는 아기의 목소리가 들리고 괜히 미안했다. 그런데 당이 떨어져 빵을 뜯어먹으며 전화를 건 친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전해주었다. 너무나도 정신이 없는 하루하루지만 그녀의 종류가 다른 외로움이 사무치게 전해져 왔다.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하다 외로워서 정신없을 거 뻔한 너한테 전화 거는 내가 더 외로울까, 아니면 어린 아들 둘에 살림까지 하느라 본의 아니게 일일일식하는 네가 더 외로울까?"
친구는 그저 웃기만 했다.
자신보다는 혼자 하루를 보내는 내가 더 외롭다는 무언의 대답인지, 말하나 마나 자신이 더 외롭다는 말인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혼자 있든, 자신을 가족에게 모두 내어주어야 하는 독박육아를 하든 우린 둘 다 외롭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영 외로운 마음이 소화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