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과 신점
내 친구들 중에는 신점이나 사주 보는 것을 즐기는 친구들이 있다. 사실 처음 그 친구들이 그러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았다. 누가 봐도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합리적인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나게 점보고 온 이야기를 할 때면 공감가지 않는 마음에 그저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결국 물어봤다.
그런 거 왜 보냐고.
요지는 재미와 컨설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됐다.
일종의 라이프 컨설팅이라 생각하면 되는 재미있는 놀이와 같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약간 이해가 갔다.
친구들에겐 맹신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큰 의미를 담지 않은 재미 기반의 참고 자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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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나서 점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다만 점을 보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개인의 선택이며 걱정이 많고 답답할 땐 갈대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아, 나도 가끔 잡지나 신문사, 은행 앱 등에서 올리는 '이달의 별자리 운세', '디지털 역술방'과 같은 것을 찾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그럼 나랑 같은 날에 태어난 사람들은 다 똑같은 일 년을, 한 달을, 하루를 보낸다는 말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친구들은 그저 재미있는 참고의 말 정도로 여기는 점사를 나는 왜 공감하지 못할까 하고.
결론은 내가 작은 물건 하나에도 곧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라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심지어 나의 미래를 본다면 그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심각한 감정 이입을 할 것이 뻔해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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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나의 차이는 나에 대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적당히 끊어내는 것이 되고, 잘 안되고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내가 본 친구들의 뚜렷한 자기 주관과 합리성은 그녀들 스스로를 남의 이야기로부터 지키는 테두리였다.
그래서 나는 자기 주관과 합리성이 약하다는 생각도 든다. 친구들처럼 단단한 자존감이 있다면 나도 점보는 놀이를 즐기는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생각을 한 오늘.
난 2023년 하반기 띠별 운세를 봤다. ㅡ,.ㅡ
그동안의 고생이 정리되고 만원을 벌면 2만 원으로 만드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아싸.
여전히 난 수많은 점집에 발을 들이긴 힘들지만 그 재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과연 나도 내가 말한 것처럼 자존감이 더 단단해져 그런 것일까? 조금은 궁금한 하루다.
오늘의 운세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