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ersjoo Nov 30. 2023

건강염려증의 정의를 알게 되다

알고 보니 더 오싹한 병이었어 

오늘 건강염려증의 정확한 정의를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 알고 있던 정의를 넘어서는 매우 중요한 해설이 덧붙여있었다. 


건강염려증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염려하는 것으로 끝나는 심리적 문제가 아니었다. 그에 더해, 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자신의 상황을 남들이 알게 되어 타인의 주의가 자신에게 집중되길 원하는 심리였다. 민폐다. 

나아가 병을 구실로 하여 타인을 조종하고 급기야 지배하고자 하는 매우 자기중심적인 질병이었다. 


제대로 된 정의를 다 읽고 나자 오싹했다. 

내가 가진 심리적 문제들을 솔직히 나누는 몇몇 친구들에게 난 아무렇지도 않게 나의 건강 염려증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게 그들을 지배하고자 하는 자기중심적 심리에서 나온 것이라니. 하고 말이다.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것 같았다. 

가까운 지인 중에 늘 자신의 현재 증상에 대해 아주 작은 것마저도 라디오 방송처럼 남들에게 말하는 이가 있는데, 그 사람에게 느낀 것들이 바로 그런 뉘앙스였다. 기침이 나올 것 같다는 느낌마저도 저렇게 구구절절 빠뜨리지 않다니, 저 사람은 어쩌면 모두가 자신에게 집중해 주길 원하는 것 아닐까? 자기 몸의 미세한 현상까지 모두가 알길 바라하는 것은 그로 인해 자신이 모두의 사이에서 중심이 되길 원하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한번 오싹했다. 


-

핑계같이 들리겠지만 꾸준한 상담과 약 복용, 생활 속에서 경험한 몇몇의 결정적 이벤트들을 통해 나는 분명 이전보다 건강 염려증이 많이 나아졌다. 예전 같으면 똑같은 상황에서 덜덜 떨며 식은땀을 흘렸을 텐데 제법 담담해진 경우들도 많아졌다. 혹시 내가 암에 걸린 건 아닐까 싶은 막연하고 불쑥 나타나는 불안감이 아빠와의 이별 이후 자주 몰려왔었는데 이 또한 꽤나 잦아들었다. 


그렇다. 

나는 남들이 나를 집중해주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제발 집중해주지 말았으면 하는 원래의 성격을 되찾아 간다. 


충격적인 의학적 정의를 알게 된 오늘, 나는 불과 며칠 전에 마신 맥주를 또 한 캔 마시며 이 글을 쓴다. 예전 같으면 며칠에 한 번 술을 마신다면 간에 빵꾸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했던 생각이 많이 잦아든 것일 거다. 


맥주가 어떻게 된 건지 오늘은 달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오전 이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나지만 오늘은 누군가의 집중이 없어 마음이 더 가볍다. 


나의 건강 염려증은 많이 호전되었다.  




 

이전 11화 누가 더 외로운지 결론 내지 못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