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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Mar 13. 2024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있는 힘껏 일상을 살았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평소엔 특별한 만남이 없으면 잘 바르지도 않던 팩트까지 챙겨 바르고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서 원장님을 만나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까 함께 의논하고 밖으로 나왔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우여곡절 끝에 겨우 찾아 약속한 만리재 쌀국숫집에서 좋아하는 친구를 만났다. 

평소 먹어보지 못한 맛있는 쌀국수와 곁들임 메뉴까지 야무지게 챙겨 밥다운 밥을 오랜만에 먹었다. 

슬슬 걸어 친구가 추천하는 카페에 가서 드립커피와 달콤한 글레이즈 처리가 된 레몬 마들렌들 먹었다.

조금 더 걸어 친구가 보여주고 싶다는 도서관 구경도 했다. 

친구가 길눈 어두운 내게 환승센터의 버스 서는 곳을 잘 찾아가라며 신신상부를 하고 나는 알았다 했다.

길을 세, 네 번을 건너고 지하철로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지만 내가 탈 버스가 서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지하철을 타고 돌아 돌아 내린 후 또 터벅터벅 걸어 겨우 작업실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4시가 넘어있었다. 

종일 헤매며 젖은 옷을 갈아입고 한숨을 돌린 후 친구가 조언해 준 대로 책에 실을 사진 사용 문의를 돌렸다. 

지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커피 대신 꿀배차를 따뜻하게 마셨다.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하며 오트밀과 단백질 파우더, 그리고 하루 견과를 아몬드유와 함께 먹었다. 

운동 갈 시간이 되었지만 너무너무 가기 싫고 13,000보를 넘게 걸어 지쳐있었지만 힘을 내어 센터에 갔다. 

50분의 운동 시간 동안 너무 힘들었지만 이 슬픔을 땀으로 조금이라도 흘려보내려 열심히 했다. 

얼마 전 검진에서 내 간이 기름 쫙 뺀 화덕피자처럼 지방간 제로라 하신 게 기억 나 맥주를 한 캔 사 왔다.

작업실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젖은 옷들을 세탁기에 돌렸다. 

그 사이 머리를 말리고, 로션을 바르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도 하고, 유튜브도 틀었다. 

선생님이 새로 지어주신 약을 먹고 자리에 앉았다. 

다시 옛날 약으로 돌어가지 않고 내 힘으로 이 상황을 이겨내 보자며 약한 약을 먹었다.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며 그 와중에 웃기도 했다. 

보들보들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푸근한 이불을 덮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려 노력했다.


-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고 지쳤던 어제 하루, 

일상을 지키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시 힘을 내기 위해 한 일들이다. 


별일들이 아니지만 요즘의 나에겐 기운을 쥐어짜고 또 쥐어짠 하루였다. 


그래도 하루가 지나 생각하니 잘한 것 같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고비도 잘 넘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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