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선택
우울증 진단을 공식 타이틀로 단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의 업, 다운 기간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어떤 사건 때문이건, 사람 때문이건, 무엇이건 간에 늘 존재한다.
나도 최근 다시 찾아온 그 구간을 벗어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됐지만 내 느낌으론 꽤나 많이 빠져나온 것 같다.
가만 생각해 봤다.
폭풍 같던 또 한 번의 구간을 차차 벗어나게 해 준 힘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보니 결국 사람이다.
나는 거의 10년 간 혼자 일을 하는 프리랜서로 살아왔다. 온갖 비합리가 합리로 변신하는 조직 생활이 지긋지긋하기도 했고, 타고난 태생이 큰 조직보다는 소소한 몇몇이나 혼자가 편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혼자인 생활이 물론 가끔은 외롭고 어려웠지만 대부분은 평온했다. 그래서 영원히 이렇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마의 구간을 벗어나기 위해 이번에 내가 찾은 솔루션은 사람들이었다. 혼자 일을 한다는 것이 나에게 잘 맞는 방식이라는 것에는 여전히 흔들림 없지만, 그런 나조차 결국은 사람의 에너지와 도움이 필요한 한 인간이었다.
혼자 프리랜서의 형태로 일을 하는 것을 접고 마음이 맞는 몇몇과 함께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야겠다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약 일 주간 아주 작은 인연이 있는 사람, 이야기로 전해 듣기만 해온 사람, 전혀 모르는 사람 등을 직접 만났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감사하게도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고 대화가 잘 통했으며 공감의 교집합이 많았다.
내가 낯선 사람들에게 노크를 하긴 헀지만 아직 무언가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 이제야 낯선 첫 만남을 가졌을 뿐 서로가 알아가야 할 것이 수두룩이다. 그래서 물론 부딪히기도, 생각과 달라 당황하기도, 아니면 기대만큼 좋기만 하기도 할 거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그런데 나는 그 어떤 이른 걱정보다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기대는 일종의 약이 되어 최근 계속되었던 마의 구간을 빠져나오는 결정적 역할을 해 주었다. 그냥 든든하고, 혼자가 아니니 더 많은 것들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더 즐겁게 해 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내 인생에 새롭게 찾아온 이들의 어깨에 기대어 혼자가 아닌 함께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보고 싶다. 그러면 내 감정 소화도 그들과 함께 하는 산책으로 더 잘되겠지.
혼자를 좋아하는 내가 사람들을 통해 치유를 받아가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