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나무뿌리를 함께 마주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에게만큼은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내곤 한다. 그 사람이 친구일 수도, 가족일 수도, 1명일 수도, 여러 명일 수도 있을 거다.
나도 그런 친구들이 한 세 명쯤 된다.
아무리 친해도 누군가에게는 마음속의 이야기를 다 솔직히 말하지 못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술술 잘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실이나 상처, 생각 등은 그 세명에게도 절대 말하지 못하고 묻어두는 것이 있다. 그것이야 말로 정말 나만의 비밀이며, 치부이며, 상처라 그럴 거다.
그런데 얼마 전 정말로 말하기 힘들어 가슴속에 묻어왔던 이야기를 세 명중 한 명의 친구에게 13년 만에 꺼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이야기를 하며 친구의 조언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과연 이런 거까지 이야기하는 게 맞는 선택이었을까, 날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고 나니 그동안 수십 번 칭얼대며 겉도는 하소연만 해온 것보다 훨씬 나았다.
진짜, 정말, 진심으로 꺼내기 힘들었던 고민의 말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니 한결 가벼워졌다.
친구는 바로 그런 밑바닥의 마음을 앞으로도 편히 이야기해 달라 했다.
먼저 묻지는 않겠지만 그 마음이 너무 무겁고 마주하기 힘들다면 기꺼이 자신이 함께 들어주고 함께 바라봐 주겠다 했다.
그리고 정말 말하기 힘든 것을 용기 내서 말하는 순간 나의 오랜 우울감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 했다. 나무의 뿌리가 썩었는데 그 뿌리는 그냥 두고 계속 잔가지에 물만 주면 근본적인 해결이 되겠냐 했다.
(그 친구, 경제학 전공인데 나 몰래 심리학과나 정신의학과도 복수 전공했나 싶어 깜짝 놀랐다 ㅡ,.ㅡ )
가장 큰 장점이 현명함이라 좋아했던 그 친구에게 차마 그것까지 말하지 못했던 썩은 나무뿌리를 보여주어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아주 가끔은 깊숙한 비밀도 꺼내어 보자.
(단, 사람 봐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