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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Jun 17. 2024

의사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다

무엇보다 큰 위로 

점점 잔병이 많아지고 그래서 추적검사를 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찾는 병원들이 늘어난다. 

그럴 때마다 병원에서는 늘 현재 먹고 있는 다른 약이나 진료받는 곳이 있는지 꼭 체크하신다. 그러면 나는 먹고 있는 약을 줄줄 읊고 마지막엔 항상 신경정신과 약도 꾸준히 복용 중이라 알린다. 


그러면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를 진료 말미에 하신다. 


"나도 사실 공황장애가 있어요."

"우울증 약 나도 먹어요. 내 선후배들 중에도 먹는 사람들 아주 많아."

"약 먹으니까 도움 되지 않아요? 나는 분명 도움이 되더라고."

"오래 먹어도 괜찮은 약들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꾸준히 먹어요."

"불안장애랑 건강 염려증은 많이들 가지고 있어요. 심각하게 나빠질 상태가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마요."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고백할 때보다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의사라는 공통의 직업을 가진 여러 명의 사람들이 사실은 의사인 자신도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 말해주니 괜스레 그렇다. 


내가 꾸준히 진료받는 선생님들의 결이 다들 다정다감한 스타일이라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의사여도 환자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며 위로를 해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증상이 오면 그야말로 곧 죽을 것 같다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고백해 주신 신경정신과 선생님, 자신이 다니는 병원을 추천하며 예약까지 걸어주시는 치과 선생님, 나도 약의 도움을 받는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외과 선생님, 나는 이렇게 했더니 훨씬 나아지더라 정보를 공유해 주신 한의사 선생님 등 모두가 하나 되어 나의 감정을 같이 들여봐 주신다. 


우울증, 불안장애와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되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고백을 듣는다. 너만의 일이 아니라고, 의사인 나도 그렇다고, 그러니 언제든 무섭고 겁나면 이야기하라고, 다 괜찮다고 마음속 이야기들을 해 준다. 


한동안 괜찮아지는 듯 하다 요 며칠 흔들리던 차, 며칠 전 외과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흔들림을 잡아주고 있다. 


"약 먹는 의사가 얼마나 많은 줄 모르죠? 다른 사람 치료해 주는 의사도 다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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