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 깨어 정신을 차리다.
'프리랜서'라는 괜히 있어 보이는 타이틀을 걸고 지낸 지 언 3년쯤 되던 해 어느 날.
'경력직'이라는 더 있어 보이는 타이틀을 걸고 지낸 지 언 10년쯤 되던 친구와 만났다.
30대가 훌쩍 넘었지만 연애, 결혼, 육아 등과는 거리가 있던 우리가 다룰 주제라곤, 그저 건전하기 그지없는 '일'과 '회사' 뿐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사람'이라는 주제, 그것이 메인이었다.
프리랜서를 하다 보니 일에 대한 불안감은 있어도 맘에 안 드는 사람과 부대끼고 치이는 일이 없어 살만했던 나는 마침 살짝의 외로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아니, 외로움을 넘어 가끔은 동료가 있는 이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러한 배경을 뒤에 두고 난 경력직 친구의 회사 이야기를 들으며 그 감정을 더욱 짙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그 좋은 동료들을 무색게 할 만큼 강력한 나쁜 놈(!) 사장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고서 다시 써오래서 해가면 아까 한 게 낫다는 둥, 출장은 명절을 끼고 다녀오라는 둥, 커피값 아끼게 탕비실에서 카누 인스턴트커피를 없애라 했다는 둥 살벌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차차.
내가 잠시 기억 상실증에 걸렸었구나.
외로움이... 외로움이 대체 무슨 말인가!
나는 각성했다.
한 작가의 말처럼 나는 회사 체질이 절대 아니었는데, 그렇게 온 세상과 합의 봤는데 회사를 안 다녀서 외롭다니. 회사가 그립다니..
친구와 뒤끝 화끈하게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생각했다.
너의 그 가난하지만 후리한 생활을 잊지 마. 너의 그 풍요로...롭지도 않은데 힘들기까지 했던 회사생활을 잊지 마. 넌 할 수 있어.
하고 말이다.
PS. 그런데 또 몇 년이 지난 지금. 난 오늘도 왠지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낀다. 세상엔 쪼잔한 사장만 있는 게 아니잖아?라고 상상하고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