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파트 - 자문부터 개발, 운영까지
Human Centered Nutrition (HCN) #1. 현장에서 본 영양 서비스, 사람을 중심에 두다.
이 브런치북의 마지막 포스팅이 될 사례는 서울시 통합 건강 증진 사업 지원단과 함께 기획하고 운영했던 서울시 직장인 비만예방관리 사업 모델 TF 프로젝트다. 개인적으로 지난 프로젝트에 대한 리뷰, 사업기획 팀에 도움 될 내용 자문 등의 형태에서 비로소 프로젝트 단위로 뛰게 된 고마운 작업이었다. 직접 기획부터 참여해 모델 테스트 운영까지 완료한 이 프로젝트는 꽤 좋은 결과를 남겼고, 다른 보건소에 해당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현재도 노력 중이신 걸로 알고 있다. 따라서 만약 이 포맷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제 소개할 서울시 통합 건강 증진사업지원단에 문의를 해주시면 되겠다.
본 프로젝트를 의뢰 주신 서울시 통합 건강 증진사업 지원단 (소개)은 서울시(시민건강국),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보건소, 그리고 민간과 공공영역의 전문가, 단체 그리고 서울시민과 소통하면서 약자와 동행하는 건강 안심 도시라는 취지에 부합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특히 '지역 사회'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병원이나 헬스케어 회사 등과 가지는 차별점인데,
지원단에서 운영하는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 사업은 지역사회의 특성과 주민의 요구가 반영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기획, 추진하는 보건사업으로 주민이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고 만성 질환을 예방/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취지로 한다.
서울시 통합건강증진사업지원단은 실무단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전문 자료들을 만들어 배포하고, 실무진에게 필요한 정보 내 국민들에게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 샘플이나 보건소에서 운영할 모델 등을 기획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 역시 그 일환으로 TF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도심의 비만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특히 그중에서 비만율 증가 대비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 3040 직장인 (남성에서 추후 확장)이 이번 TF의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지원단에서는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운동, 영양 파트가 어떻게 같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300인 이상 회사에서 실현 가능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중 영양 파트 자문 요청이 들어와 맡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할 땐 오만가지 아이디어가 다 나오기 마련이다.
관련 이해 관계자마다 원하는 방향이 있고 이왕이면 다다익선이라는 마음에 경우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난다.
초반의 기획 의도가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프로그램이 팔리려면 성과가 나야 하고, 실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돌이켜보면 자문 1회 차가 가장 쉬웠던 것 같다.
모델 개발 1 ~ 4차 자문
1. 국내, 국외 사례 정리 검토
2. 사업장 대상 건강증진 사업 운영
3. 모델 진행 전, 후 효과 평과 지표 및 척도 선정
4. 교육 방식 (그룹 수업, 개인관리) 목표 및 진행 방식 선정
5. 예산 잡기
자문 과정은 생각보다 길었다.
총 4회에 걸쳐서 진행 되었는데, 다 품이 많이 들지만 300인 규모의 직장에 납품할 모델을 구상하면서 나온 아이디어가 자세히 뜯어보면 3가지 형태였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고 토론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집중 관리군의 식사를 관리한다면 - 1:1 영양 관리
30인 인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면 - 영양 교육
300인 사업장 대상으로 변화를 주려면 - 캠페인
상담과 관리, 교육 기획을 할 때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 중 하나다.
이것도 조금 들어가면 좋겠고 저것도 조금 들어가면 좋겠지만, 설계 로직을 짜다보면 혼선이 생긴다.
1:1로 진행하는 건 아무리 간단하게 한다 하더라도 대상자는 꼼꼼히 봐주길 바라고 진행자는 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매일 쓰는 돈을 누군가에게 검사 맡고 피드백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면, 분석과 패턴을 파악해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밀착 케어다.
하지만 2인 이상부터는 다르다.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전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내용을 캐치해서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환경과 인식 개선은 또 다른 문제다.
캠페인은 표어, 반복된 기조를 노출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장 긴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수용하려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배를 타고 있으면서 느껴진다.
그러니 시간과 예산이 제한된 상태라면 선택을 하는 게 필수였다.
하지만 자문은 최종의사결정자가 아니다. 따라서 자문이 진행될수록 어디까지가 내 몫이고 어디서부터는 진행하는 곳에서 책임지고 해야 하는지 잘 생각을 하고 일해야 했다. 이건 지금도 오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 중 하나다. 대신 의사결정을 잘하실 수 있게 모델 목적에 따른 적절한 정보(지표, 예산 등)를 잘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려 했다. 덕분에 보건 사업의 1:1 스케일부터 캠페인 단위까지 공부하게 된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자문이 끝나고 1-2달이 지나 연락을 받았다.
대표님 프로그램 진행 하실 분 찾는 게 너무 어렵네요..
혹시 이번 시범 사업 때 운영까지 맡아서 진행해주실 수 없을까요?
진행하시면서 프로토콜도 같이 잡아주시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생각지 못했던 제안이었다. 하지만 대략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갔고 이왕 시작한 거 전체 과정을 진행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락을 하고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되었다.
자문이 끝나고 받은 프로젝트는 30명 집중관리군 1:1 케어와 전사 대상 캠페인으로 줄여졌고,
전사 대상 캠페인은 건강 도시락 자랑 공모전 형태로 선정되어 있었다. 실무는 꼼꼼하게 설계해야 하는 정도가 자문과 천지 차이니 빠르게 해나가야 했다. 그럼에도 TF이기 때문에 몇 가지 고려해야 했다.
운영시 고려사항
- 운영을 하게 되면 어떻게 설계해야 실무진에게 부담이 덜 되면서 운영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을까
- 인원을 어떻게 분산해서 어떤 형태로 (빈도, 방식) 피드백 제공을 할 것인가
- 인센티브 설계 (외적동기)와 성취감 (내적동기)를 어떻게 적절히 섞어서 동기 부여를 할 것인가
TF이기 때문에 고민할 점
- 명확한 결과물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 'TF'는 얼마나 도전적이어야 하는가?
- 교육이 없어졌지만 생각하는 방향을 바꿔야 할 땐 어떻게 콘텐츠를 이용할 것인가
-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목표로 세운 것은 다음과 같았다.
영양 파트의 목표
- 칼로리에 대한 피드백을 하지 않고, 식단을 제공하지 않고 패턴 피드백 > 수정으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자 함
3개월 프로그램 테스트 운영하기 전에 설계해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프로토콜, CRM, 인센티브, 피드백 설계 시스템 만들기
집중관리군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기 때문에 어떤 어플리케이션으로 얼마큼의 인원을 어떤 방식으로 동기부여하고 피드백해야 할까. 다양하게 설계해 보며 선정해야 했다. 우리가 편리하더라도 사람들이 자주 쓰지 않는 앱은 설치를 유도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여러 가지 테스트 끝에 식사 기록은 그룹 관리가 가능한 밀리그램(앱), 소통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피드백은 구글 드라이브 등으로 고객 여정을 설계하여 테스트를 했다.
인센티브는 영양 파트와 운동 파트가 다르게 설계하였고, 영양 파트는 마지막에 최종 합산 결과로 제공하기로 하였다. 운동은 행동을 취하고 유대관계가 쌓이기 좋지만, 영양은 기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보니 기록의 연속성을 고려했을 때 인센티브를 잘게 분산시키기보다 크게 마지막에 제공하는 것이 더욱 유의미하다 판단했다.
피드백 설계 방식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는데 숫자 (kcal, g)가 아닌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형태로 식사 피드백을 제공하려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정해야 할 '행동'에 초점을 맞춘 행동수정요법적 목표 설정으로 방향을 잡았다. 매주 행동 목표에 맞춰 몇 회 달성하였는지를 누적해서 보는 형태로 진행하였다.
3개월 간 매주 3일 (회당 약 10명)의 온라인 식단 리뷰가 솔직히 쉽진 않았다. 보고서 형태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내 욕심이기도 해서 수작업거리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식사에 있어 어떤 환경이 문제이고 어떤 음식 패턴이 반복되는지를 보고 어떤 방식으로 수정해야 내가 계속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요요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돌아가도 같은 방식을 시도했을 것 같다. 다만 CRM 구조를 자동화 가능한 것으로 선택할 것 같고, 운동하면서 참가자 간에 라포가 형성된 것을 보면서 유대감 형성 방법에 대한 고민을 더 해서 설계할 것 같다.
원래 혼자 습관을 변화시켜서 유지한다는 게 어렵다. 결국 우리가 모델에 설계하는 모든 장치는 참가자의 의지가 줄어들 때도 명맥을 있어갈 수 있게 군데군데 적절히 배치해서 최종적인 목표를 이루도록 돕는 데 있다. 사람들이 인센티브에 동기부여받을 것 같지만 대부분은 그것보다 꾸준히 행동하는 나를 보며 붙는 자신감에 탄력을 받는다. 그게 같이 하다 보면 보인다. '아 이 사람이 드디어 탄력을 받았구나.' 내가 할 일은 그때까지 같이 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결국은 본인이 해낸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배우고 연구하고 거쳐왔던 것들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곤 했다.
먹는 게 뭐라고 우릴 이렇게 힘들게 할까.
건강하기 위해서 행복을 다 희생할 만큼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하나.
뭘 먹는다는 게 사회생활, 삶이랑 이렇게 밀접한데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가.
적당히 건강하고 적당히 맛있는 것도 즐길 수 있는 상태를 위해 관리하는 것.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하는데, 현대사회에 살면서 이 기조를 가져가기가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아 쉽고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구현해 내는 게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고, 그런 시도 중 하나였던 이 프로젝트는 뜻깊었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