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집단이 연구하고 정의한 것을 어떻게 대중적 캠페인으로 확산해야 할까
나의 가치관 중심부를 형성한 책 중 하나인 미각의 지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왜 국가에서 건강한 식사 기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물을 많이 마셔라, 규칙적으로 먹어라, 신선한 채소를 먹어라와 같은 뻔한 이야기만 하는가?
그 이유는 국가에서 제시하는 바를 국민들은 곧 '법', '절대적 시선'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적으로 기준을 이야기할 때 구체적이기보다 전 연령, 사회 경제적 위치를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기보다 넓은 범위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내게 중요한 시사점 중 하나였고, 이 작업을 할 때 기준이 되기도 한 내용은 영양학자, 영양전문가들이 영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항시 중요하게 가져가는 주안점 중 하나다.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한 이래로 내 친구 입에서, 매체에서, 친척 입에서 이렇게 많은 생리학 과학 용어와 알파 감마 리놀렌산처럼 구체적인 영양소 이름, 논문을 근거로 대사-영양소를 고려한 식단을 이렇게 흔하게 자주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쇼호스트가 설명하는 이야기, 취미인 운동에 도움 되기 위해 먹는 영양제 설명을 듣다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구체적이고 학문적인 이야기라 놀랍다. 또 뉴스에서 최신 저널에 어떤 캐나다 연구실에서 쥐 실험을 통해 발견한 특정 식품 속 성분이 획기적이라며 보도할 때도 신기하다.
식품에 든 특정 영양소가 몸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수를 배제하고 섬세하게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쥐 실험에서 결과가 나왔더라도 인체 실험에서 확인이 되어야 하고, 인체 실험도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더라도 인종적 특성인지, 나이대에 따른 특성인지, 전 인류적 특성인지를 검증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은 때로는 권태롭고 오랜 기간 축적되어 쌓여야 하기 때문에 영양학자들이 연구실에서 읽는 논문 편수나 실험 설계를 보고 있으면 '하...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영양학은 이렇게 현미경으로 하나의 기능을 바라보는 관점(미시)도 있지만 큰 그림을 보는 관점(거시)도 있다. (이 점에서 영양학은 경제학과 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가계 단위에서 소비하고 생산하는 미시 경제 접근과 국가, 정부, 현물/통화 관점에서 말하는 거시 경제의 룰은 다르다. 그 이유는 파급력 때문이다.
내 지인에게 혹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줄 때 이자 치는 것과, 미국 연준이나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결정할 때 신중한 정도가 달라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 미치는 파급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거시적 입장의 영양학 중 하나가 국가에서 영양 지침을 발표할 때다.
보통 나라마다 국민 공통 식생활 지침 (국가 영양 지침)이라는 것을 발표한다. 주로 5년 주기로 개정, 마련을 하고 그 기준은 각종 연구와 국민의 건강 상태를 조사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3년 주기) 등을 바탕으로 영양 정책 수립을 해서 지침을 발표하게 된다. 해당 지침은 산업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노인을 위한 단백질 음료'라는 기능성을 어떤 회사 제품이 홍보를 하는데 만약 기준 수치가 바뀌면 그에 맞춰야 한다. 학교 급식도 성장기 아이들의 기준에 맞게 급식 기준을 짤 때 지켜야 할 'g' 혹은 비율 기준이 있다. 그런데 지침 상 g 이 바뀌면 바꿔야 한다. 기존에 없던 기준이 새롭게 생겼다면 그것도 산업계, 의료 보건 업계에서 맞춰야 한다. 그래서 획기적인 연구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급진적인 변화가 있더라도 많은 것을 고려하여 지침을 발표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을 해야 한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지난달 (2026년 2월) 미국에서 자국민을 위해 새롭게 발표한 국민 공통 식생활 지침이 뜨거운 감자였던 것이었다. 너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동물성 기름이 심혈관계에 안 좋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다가 갑자기 요리할 때 식물성 기름 대체제로 라드와 같은 동물성 지방을 사용해도 된다고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은 한 개인이 말하는 것과 다르다. 판도가 바뀌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미국이 어떻게 수습할지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영향력이 꽤 클 것 같다.
요지는 보수적이고 뻔해 보이는 말 뒤에 4-500페이지 연구 검토 결과와 전문가의 사회 업계 파장 고려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면, 건강에 특별한 관심이 없더라도 이렇게 생긴 그림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식품 구성 자전거는 우리나라의 국가 영양 지침을 시각적으로 국민들에게 잘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프레임이다. 건강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야 한다. 보건소, 노인정, 어린이집 등 사회 모든 계층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으로써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교육 자료인 셈이다. 그래서 각 국가마다 자국민들이 이해하는데 도움 되는 형태를 취한다.
자문을 요청 주셨던 2022년 당시 한국영양학회와 보건복지부에서는 2020년 가이드라인을 이미 배포한 상태였다. 하지만 해당 내용이 사람들에게 잘 확산되고 있지 않다고 내부에서 평가하면서 다른 방안을 마련하던 중이었다. 내게 연락이 왔던 이유는 공인 영양사이면서 심리학 분과 중에서 인지심리학을 대학원 과정에서 전공하였기 때문이었다. 인지심리학은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지각한 순간부터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분리해서 단계별로 연구하고 실생활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01012344321로 표기하게 두지 않고 010-1234-4321로 하이픈 표기를 하게 한 것 은 사람들의 단기 기억력 한계를 연구해서 그에 맞게 숫자 개수 (3~7)를 쪼개서 룰을 만든 것이다. 인지심리학은 이러한 다양한 인간의 사고 과정 특징을 발견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여러 교수님께서 자문으로 연락을 주셨다. 전 회사에서 UX 기획을 하면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보 전달하는 작업을 해보았기 때문에 교수 학습안, 교육자료, 그리고 메타버스 등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해서 자문 자료를 꾸렸다.
핵심은 식품, 음식, 영양은 아무리 단순화시켜도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정보의 위계를 잘 묶어야 하고, 직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해야 된다는 점이다.
당시 자문이 진행된 이후 다양한 시각적 결과물과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나도 오프라인 워크샵에 참석을 하면서 사람들이 캠페인의 취지를 이해했는지, 어떤 부분이 헷갈리는지 오해하진 않는지 등을 직접 듣고 소통하면서 짧은 자문이었지만 뿌듯했고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2025년에 새로운 기준이 또 한 번 나왔다. 이번에도 새롭게 개정된 내용들이 생겼다. 저탄고지를 많이 하면서 탄수화물 최소 섭취량이 생겼다거나 지방 중에서도 특정 지방의 최소 섭취량 기준 등이 마련되었다. 개인적으로 영양학은 바다 같다. 잔잔해 보이지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 분야 뒤에 많은 사람들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많이들 알아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