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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삭을 하는 이유

앗, 실수! 나도 모르게 다 먹어버렸네는 당연한 수순


먹기 시작할 땐 몰랐죠.. 눈 깜빡할 사이 다 먹어버릴 줄은


우리가 자주 하는 ‘한입만 먹자’라는 말을 할 땐 그 순간만큼 세상 가장 간절해서 한 입만 먹고 끝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행동이 시작되고 멈추는 게 참 어렵죠?

'또.. 다 먹어버렸네. 나는 역시 의지박약이었어'


결국 아이스크림 한통을 비우거나 예상했던 것과 달리 빵 한 개를 다 먹고 나면 이렇게 스스로를 다그치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고요.

그런데요 결과가 순삭이라고 여러분이 노력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멈추고 싶지만 먹을 때, 고민하는 생각의 단계들이 있어요.
그리고 단계마다 우리의 욕구는 변합니다.



어떤 음식이 떠오르고 나면, 처음엔 그저 '먹고 싶다'라는 욕구만 해결되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게 됩니다. 그럼 한 입만 먹었으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때는 내 식욕을 건드리는 자극은 나의 생각 하나입니다. 


그. 러. 나.

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음식을 내 앞에 가져오게 되면 상황은 바뀌게 됩니다. 

직접 눈 앞에 있고 (시각), 냄새를 맡게 되고 (후각), 생생한 현장감에 침은 더 고이기 시작하면 위나 내장기관에도 신호를 보내 (생리적 현상) 욕구는 더욱 증폭되게 돼요. 

(사진으로 메뉴 선택할 때와 뷔페에서 메뉴 선택할 때 다른 것처럼요) 


그러다 맛(미각)까지 보고 식감(촉각)까지 느끼게 되면.. 난리 나는 거죠. 



그런데 음식의 양을 조절하는 건
처음 음식을 맞이할 때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1. 몸속 내부 사정

처음 욕구는 분명히  '먹기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 였어요. 


그런데 음식이 몸에 들어오면 내장기관에서는 '포만감'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이 함께 관여합니다. 혈당도 체크하고요, 위에 내용물이 얼마나 찼는지도 체크하고, 맛이나 영양소에 따라 위에서 소화되는 속도도 다르기 때문에 위에서 음식을 얼마나 빠르게 배출하는지(위 배출 속도)도 체크하면서 여러 가지 호르몬이 나오게 돼요. 더불어 맛있는 음식이 들어와서 느끼는 행복감 때문에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도 나오게 되고요. 하지만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도 같이 나올 수 있어요.

즉, 보고 상상할 때보다 더 많은 실제 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2. 나의 심리 변화 

심리적인 변화도 마찬가지로 욕구가 변하는데요. 

처음에는 시각적인 자극만 있었지만 이제는 맛도 봤기 때문에 다른 '만족감'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한입 먹을 때는 ‘시작에 대한 만족감’은 채워줬지만 음식을 내려놓을 만큼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했고
 ‘한입’이라는 한계선을 지나고 나면 그다음 멈출 포인트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몇 번 고민하다가 대부분 음식이 다 사라지는 것을 결승선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질주해버리는 거죠. 

(전문용어로 에라 모르겠다!!일까요)


만약에 티브이를 앞에 켜고 200mL 우유가 아니라 1L짜리 우유를 주고 컵을 안 준다면, 프링글스 긴 1통을 들고 먹는다면 언제 멈출 것 같으신가요? 사실 이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멈춰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 기분 좋으려고 시작했는데 순간순간 스트레스만 받고 끝날 가능성이 커요. 그러니 상대적으로 덜 만족스러운 거죠. 


욕구 자체가 '한입만'에서 -> '어차피 시작한 거 만족스러울 만큼 양껏 채우고 싶다' 욕구로 이동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양에 있어 만족스러울 만큼'의 기준은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먹어야 하는 이유들을 나열하게 됩니다. 그냥 먹은 김에 화끈하게 마저 다 먹자, 한 개 다 안 먹으니까 애매해, 어차피 이거 한입 남은 건데 등등.



그렇다면?

우리는 '양'을 조절하는 데 있어 위장의 포만감을 느끼고 숟가락 내려놓는 훈련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숟가락을 내려놓을까?' 고민할 때 위장의 포만감이 목소리를 잘 못 낼 때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1회 제공량이 클수록 많이 먹게 될 가능성이 크게 됩니다.


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나왔었죠 (슈퍼사이즈 미)

심리학에서 1회 제공량과 섭식량(식사량) 사이에 대한 연구는 정말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https://www.oercommons.org/authoring/5383-the-psychology-of-eating/view



먹는 행동은 그나마 시작할 때 가장 이성적일 수 있습니다.


폭주하는 간식 사고인 ‘SNACCIDENT’를 멈추고 싶다면,

'시작'의 만족감을 채워주는 한 입만 이후에 '이 정도 먹으면 멈추자, 만족하자' 싶은 지점 (1/4 지점, 1/2 지점 등)을 몇 군데 미리 한번 찍어놓고 먹기 시작하면


내가 설정한 기준이고 

스스로에게 멈출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줄 수 있고, 

멈춰야 하는 선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런 기준이 없을 때에 비해 행동을 멈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술 마실 때도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자리가 달아오르기 전에 '오늘은 몇 잔(병) 마시고 마칠까?'를 미리 정해놓고 주문받으시는 분께도 먼저 말씀을 한번 드리고 나면, 추가 주문을 할 때 머쓱해지기도 하지만 술 마시는 페이스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그 이유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한 시간에 1병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의 잔 비우는 속도가 시간에 비해 빠르면 조금 늦출 수 있고, 

1병을 넘기면 아무런 기준이 없을 때보다 적게 먹을 것이고,

다 비우지 않으면 성취감이라는 만족도도 더해져서 어떤 결과도 지지 않는 게임이 되거든요.


기준은 있지만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충분히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순삭으로 질주하는 나를 조금은 쉽게 잡아줄 수 있을 거예요!



원문: https://www.instagram.com/nutricious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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