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늘 커피를 마신다.
십육 그램의 원두를 갈고 뜨거운 물을 끓인 후에 천천히 내려 그 날의 아침 식사와 함께한다. 아침 식사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 날 사다 놓은 사워도우(Sourdough)가 있다면 두어 장을 빵칼로 썰고 토스터기에 넣는다. 약간 거뭇 거릴 만큼 타버린다면 딱 내가 좋아하는 굽기다.
행여나 토스트가 식을까 한 장을 꺼내어 땅콩버터를 바르는 동안 나머지 한장은 토스터기에 내버려 둔다. 잠시라도 온기를 더 느끼고 있으라고. 그래야 우직한 땅콩버터를 덜어놓고 펼칠 때 토스트의 열기로 좀 더 수월해진다.
땅콩버터를 살 때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무조건 무설탕에 땅콩 100% 여야만 한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본연의 땅콩버터 맛이 듬뿍이다. 달달함을 원한다면 그때의 기분에 따라 잼을 곁들이면 좋다. 나는 라즈베리 잼과 블랙커런트를 특히 좋아하는데 솔직히 잼 없이 잘 익은 바나나를 썰어 올리기만 해도 훌륭하다.
아, 이 모든 건 신선한 사워도우가 토스터기에서 적당히 노릇노릇해졌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이다.
아무튼 이렇게 시작하는 토스트 두 장의 아침식사는 꽤나 든든하다. 적당히 채워지는 느낌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고 점심에 무얼 먹을지 기다리기 적당한 상태가 된다. 가끔 김치찌개와 여러 반찬이 즐비한 한식 밥상이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요즈음은 잘 구워진 토스트와 커피에 감사해하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여전히 알람인 오전 여덟 시 전엔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일 잠들기 전엔 꼭 일곱 시에 일어나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낼 테다, 다짐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잠이 많은 나여서 여덟 시에 눈이 떠지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내 시계가 오전 여덟 시를 가리킬 때 당신들의 시계는 오후 다섯 시를 가리킨다. 시간에 너무 연연에 하기엔 서로 다른 시간 속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한 시간, 두 시간에 너무 성을 내기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오늘도 샤워하기 전 거울에 비친 조금 부은 얼굴의 나를 보며 웃어준다. 매일이 좋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