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술
비극의 풍경 속 소품 같은 희극적 장면들이 찬란하고, 서글프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종 갈등을 비롯한 온갖 구조적 문제를 털어넣은 비판적 텍스트인 동시에 등장인물 각자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캐릭터 영화이기도 하다. 결국 인생이란 그런거야 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
한국 문화 풍자를 캐나다 한인사회로 할 수 있다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가.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아빠, 엄마라는 호칭을 유지하는 건 생경했다. 캐릭터의 과장이 좀 심한가 싶으면서도 시트콤이니까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고. 이해하기 어렵고, 밉고, 짜증나는 캐릭터들도 결국엔 잘 살았으면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필터 버블이니 확증편향이니 가짜뉴스가 어쩌고 공론장이 어쩌고.. 이런 담론들이 공허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꼭 알고 있어야 할 내용들을 담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극단에 끌릴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내가 만드는 콘텐츠는 어떤 효과를 가질 것인가. 나는 혹시 극단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언론밥을 먹는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물음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그래서 좋은 책
뉴잉글랜드IPA가 또라이 양조장(?) 드몰렌을 만나면 이렇구나 싶었다. 보통 뉴잉글랜드IPA는 약간 쿨피스같은데 이 맥주는 좀 기존의 IPA 스타일에 가깝고 쿨피스의 질감이 토핑됐달까. 향도 과하지 않고 바디감도 적당하고 입에서 터지는 홉의 맛까지 상당히 밸런스가 좋다. 끝의 쓴맛은 약한 편.
맥주만 마시던 내가.. 독주에 손을 대게 될 줄이야. 8월에 보드카 - 스미노프 그린애플+ 앱솔루트 피치로 시작해서 9월에는 싱글몰트 위스키까지 즐기게 됐다. 애인님이 바에 가면 마시던 맥캘란12Y는 딱히 끌리지 않았는데 우연히 지인과 방문한 서촌의 위스키바에서 보모어를 마셔보고 입문. 탈리스커, 글렌피딕15Y, 오반10Y까지.. 블렌디드 위스키인 발렌타인17Y나 버번인 짐빔은 별로였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는 적당히 만족스러워서 계속 시도해볼 예정. 무엇보다 배가 안 부르고 다음날 숙취가 없다는 점이 좋다. 예전엔 양주를 양맥이나 부어라마셔라 느낌으로만 마셔봐서 이 풍미를 못 즐겼나 싶은..ㅎ 양주를 마시게 되면서 맞춤안주인 올리브에도 맛을 들이게 됐다. 지금까지 먹어본 그린올리브는 5종, 블랙올리브는 1종인데.. 아직은 탐색중
가을이 훅 왔다가 벌써 가버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추석연휴 기간에 하늘공원에 가서 가을풍경을 흠뻑 느끼고 왔다. 서울살이 15년인데 여길 처음 가봤... 억새가 완전히 익진(?) 않았지만 바람도 풍경도 억새소리도 참 좋더라.
1회용 빨대 좀 그만 써야지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대체재를 찾던 무렵, 트렌드에 민감한 건지(?) 여성영화제 굿즈로 스텐텀블러와 스텐빨대가 올라왔다. 겨울에도 쓰려나 싶었지만 예쁘기도 해서 밀어주기 완료. 요즘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여전히 쓸만하다.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라는 문구도 참 좋다. 정작 굿즈만 사고 영화제는 못간 게 함정... ㅠㅠ
부동산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죄다 때려박은 인터뷰. 국감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자료가 더 나오고 있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기형적이다. 다른 인터뷰에서 연결한 어떤 시민은 "부동산 농단"이라는 말을 쓰기까지 했다. 사랑하는 동네의 사랑하는 가게들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들어오는 걸 볼 때면 화가 치민다. 대체 이 시장이 활발해졌을 때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과연 이 정부가 관료+부동산 기득권의 저항을 이겨내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봐야지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너무 다행이다. 쌍용차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는데,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페이소스가 항상 내 마음을 울리곤 했다. 마음의 짐을 완전히 덜어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 조금은 내려놓고 평안을 찾았으면 한다.
◆ 김득중>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동료와 가족들의 죽음이었어요. 특히 합의 이후에 발생됐던 죽음은 그것이 곧 제가 잘못 합의를 해서 발생된, 결국 그렇게 동료를 떠나보내게 된 원죄 아닌가라는 게 제 가슴을 많이 후벼 팠고요. 다른 육체적 문제는 얼마든지 견디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동료의 죽음은 정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쌍용차 복직합의가 발표된 9월 14일, 그 날도 여전히 노회찬이 떠오르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