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논점 2019에 빠진 것
2019년 2월 18일
<한국의 논점 2019>에 실린 워마드 관련 꼭지. "주류페미니스트'가 '워마드식의 혐오표현을 페미니즘의 정당한 방식이라고 믿는 가운데 자신을 워마드와 동일시'하는게 문제"라는데 이것도 모 언론인이 남긴 명언(!)을 인용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틀린 문장이다.
페미니즘 진영의 스피커들 중에 윤김지영 교수 스탠스면 이론적 옹호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만.. 대개의 페미니스트들은 워마드를 둘러싼 복잡한 맥락이 있음을 설명하고 워마드의 극단적인 행동이 갖는 의미 자체를 질문했다. 그런데 비난을 안했다고 그걸 싸잡아서 워마드를 키운 책임을 '페미니스트' 집단에 돌리는 무식함은 무엇이며;; 아니 애초에 '주류 페미니스트'는 뭘까 @_@??
이 책에 실린 다른 주제들은 대부분 필드에서나 이론적으로나 상당히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썼다. 1부 경제 파트는 거의 어벤져스고 2부 사회 파트 역시 교육은 이범, 주거는 최은영, 복지는 오건호, 이런 식이다. 그런데 과연 워마드 현상을 다루기에 이 글을 쓴 '장의준'이라는 분이 최선이었을까..?
황당함에 목차를 훑어보니 놀랍게도(!) 이 책이 선정한 2019년 42개의 논점 안에 페미니즘/성평등 꼭지가 없다. 논점마다 아주 깊이 있게 들어가진 않더라도 핵심 쟁점들이 정리되어 있어서 한번쯤 훑어보기 좋은 책이긴 하다만 젠더이슈를 빼놓고 2019년을 말할 수 있을까.
2018년에 젠더 이슈가 부각되면서 지겹다, 미투 피로감이 있다 등등의 말이 떠돌곤 했다. 그런데 실제로 중요하고 많은 일들이 터져나오면 많이 다루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_@;; 결국 '내가 생각할 땐 젠더이슈가 중요하지 않다/불편하다/보기 싫다'는 말의 표현 아닌가 싶었다. 나에게 지겨운 걸 고르라면 프로레슬링마냥 정치인들 각본대로 말싸움 하는 걸 중계하는 것이었을 뿐이고.
꾸역꾸역 책은 다 읽었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이 접했지만, 이 책이 2019년 한국의 논점을 충분히 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