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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Jun 08. 2019

<기생충> 제목에서도 빛난 봉테일

영화 기생충과 진짜 기생충




아이템 기획을 하다보면 단순한 발상이 정답인 경우가 있다. 어제 나간 <기생충> 방송도 그랬다. 영화 <기생충> 얘기를 하기에 영화평론가와 기생충 박사만큼 단순하게 적합한 사람들이 있을까.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사회문화평론 코너 '금요살롱'의 이번주 아이템은 <기생충>이었다. 고정 패널은 영화평론가 강유정 교수님이고 파트너인 이택광 교수님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소재가 영화이니 만큼 강 교수님 혼자 하셔도 충분하고도 남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개봉 일주일차인데다 스포일러 자제령이 떨어진 영화를 다뤄야 하니 영화 내용만 가지고 썰을 풀기엔 빠른 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인상비평과 몇 가지 논란들만 다루자니 겉도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어서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진짜 기생충'이야기였다.



사실 기획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정말 단순한 발상이다. 내가 발제를 하면서도 나란 놈은 왜 이렇게 단순한가 싶었다. 결과적으론 성공한 것 같으니 다행이다.


◆ 서민> 기생충이 딱 정말 맞는 제목인 게 처음에 그 사람들이 부잣집에 들어가려고 노력을 하잖아요. 약간 위장도 하고. 기생충이 보통 숙주에게 들어갈 때 그런 식으로 되게 노력을 많이 해요. 예를 들어서 개미 안에 있는 기생충이 있어요. 그런데 얘는 반드시 새한테 들어가야 한단 말이죠. 그런데 새가 개미를 안 먹으니까 새가 좋아하는 딸기처럼 개미를 바꿔요. 그러니까 새를 속여먹어서 결국에는 새가 개미를 잡아먹게 만들어요. (...)  제가 봉준호 감독이 천재적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기생충의 기생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 정관용> 기생충에 붙는 기생충.  

◆ 서민> 영어로는 하이퍼 패러사이트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기생충의 기생충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게 되게 신기했어요. 이런 것도 디테일이 아주 멋있네 생각했습니다.

◆ 강유정> 그 부분에서 봉준호 감독이 이 세상을 보는 나름대로 시각의 날카로움이 있어요.  왜 우리 양극화라고 하면 극단적인, 부자쪽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구조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 보면 또 그렇지도 않거든요. 부자가 그렇게 또 나쁘지만도 않고요. 때로는 빈자들끼리 서로 착취하려는 모습도 얼핏 보이기도 해서 그게 좀 당혹스럽고 불편한 거죠.  


역시나 기생충의 생태계는 놀라울 뿐이고.. 원고엔 가장 기생충스러운 캐릭터와 가장 기생충스럽지 않은 캐릭터 얘기도 함돼있었는데 스포일러 문제로 결국 방송에선 두루뭉술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었다. 진행자께서 영화를 안 보신 상황이라 특유의 핵심으로 찌르고 들어가는 질문이 불가능했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그건 그것대로 영화를 보지 않은 청취자들의 귀높이에 맞는 분위기 연출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보신 분들은 보신 분들 나름대로, 안 보신 분들은 안 보신 분들 나름대로 편하게 들으면서 중간중간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방송 아니었나 싶다. 어차피 라디오 매체 특성상 본격적인 영화평론은 어려울 수 있었으니 이 정도가 최대치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주 참 정신 없었는데 마지막 아이템이 듣기 편해서 좋았다. 논란이라면 논란이고 비평이라면 비평이고 아무튼 말들이 많은데 나도 뭐라도 써서 보태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한국사회를 찌르고 들어온 작품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얼른 한번 더 보고 나도 뭐라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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