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 PD Mar 25. 2018

언시생 작문 #11

제시어: 오해

맨날 필기시험 준비한다고 논술 쓰고 작문 쓰고 하는 와중에 정작 서류통과가 안돼서
매너리즘에 빠졌던 시기.. 타이거 JK와 윤미래의 <편의점>을 거의 그대로 복사 ㅋㅋ


제시어: 오해


#그 남자

어깨가 뻐근해져오는 느낌이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새벽 2시가 넘었다. 

   [반반무마니: 고생들 하셨습니다] 

   [이글루속에어컨: 굿밤]


같이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접속을 종료했다. 게임이 끝날 때면 알 수 없는 허탈감과 허기가 밀려왔다. 담배나 한 대 피우고 그냥 잘까 했는데 이런, 담배가 떨어졌다. 이왕 나갈 거 컵라면도 사와야겠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달칵 달칵, 꺾어 신은 운동화가 끌리는 소리에 여기저기 숨어있던 길고양이들이 고개를 들었다. 새벽 달빛은 쓸데없이 환했다.


#그 여자

어깨가 뻐근해져오는 느낌이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새벽 2시가 넘었다. 오늘은 유난히 무거운 제품이 많이 들어왔다. 못 보던 수입맥주가 있어서 가격표를 보니 한 캔에 4,700원이다. 시급의 2/3 가격이니까 40분 일하면 한 캔을 마실 수 있다. 밥도 폐기음식으로 먹는 마당에 맥주는 무슨. 마지막으로 삼각김밥과 도시락, 샌드위치를 차곡차곡 매대에 쌓았다. 새로 진열한 음식들 뒤에 폐기가 2시간 남은 김혜자 도시락이 있다. 아침으로 저걸 먹을 수 있으면 운수 좋은 날이다. 이제 조금 졸아볼까. ‘띠링’ 이런, 방해꾼이다. “어서오세요.”


#그 남자

눈앞이 밝아졌다. 편의점 조명 때문이 아니다. 새벽달보다 더 환한 미소가 나를 반겨줬다. “어서오세요.”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지구가 멈춘 것 같았다. 이게 첫 눈에 반한다는 느낌인가. 집 앞의 편의점에 담배가 떨어진 게 행운이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라면을 사갈 게 아니라 여기서 김밥까지 먹으면서 시간을 끌어봐야겠다. 김밥과 도시락 코너에서 서성대며 그녀를 곁눈질했다. 그녀가 나를 살짝 쳐다봤다! 혹시 그린 라이트? 컵라면에 끓는 물을 넣고 그녀 쪽을 향해 섰다. 그녀도 계속 날 바라보고 있다. 조금 부끄러운 건지, 맥주라도 한 캔 한 건지, 볼이 살짝 빨개졌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가 말했다. “저기요.” 그린라이트 맞구나!


# 그 여자

눈앞이 어두워졌다.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운동화를 꺾어 신은 사람이다. 보통 손님들은 인사를 하면 듣는 둥 마는 둥 지나가는데 이 사람은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두리번대더니 어슬렁대며 가게 한 바퀴를 돈다. 그냥 살 거 빨리 사고 나가주라. 남자는 컵라면 하나를 들고 김밥과 도시락 코너를 서성댔다. 제발 내가 찍어둔 김혜자 도시락만 피해줬으면 좋겠다. 슬쩍 바라보니 참치김밥을 고른다. 좋은 선택이다. 아니 근데 왜 컵라면에 계산 없이 물을 붓는 거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내 쪽을 바라보더니 슬그머니 웃는다. 날 우습게 보는 건가? 시비 걸면 끝을 봐주겠다. “저기요.”


# 그 남자 그 여자

“저기요.”

“네?”

“계산 안하셨는데요.”


(1,383자)

매거진의 이전글 언시생 작문 #1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