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년 4월 1일
3월 초에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고 ‘아니 이런 명작이 ㅠㅠ’ 이랬는데 며칠 뒤 <더 포스트>를 보고 ‘최고다 ㅠㅠㅠㅠ’로.. ㅋㅋ 메릴 스트립과 스티븐 스필버그는 물론 각본을 쓴 리즈 한나에게도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보고 나서 쓰고 싶은 말이 한다발이었는데 3월 일정이 좀 빡세서 아직도 못썼네. 3월에 좋은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물론이고 <플로리다 프로젝트>나 <소공녀>도 월간 베스트 정도는 되고도 남을 명작들인데 하필이면 3월에 몰렸네 @_@;;;
3월에 처음 마셔본 맥주는 병/캔 9종, 생맥주는 11종. 보통 이 정도로 마시면 가장 맛있는 맥주는 생맥주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 달에는 캔맥주인 ‘빈지풀 스피릿 IPA’가 최고. 그 다음으로 맛있었던 맥주도 병맥주인 발라스트 포인트 ‘피넛버터 빅토리 앳 씨’, 파운더스 ‘CBS’였다. 다만 얘들은 (펍 기준) 한 병에 3만원 -_-;; 이라는 무지막지한 가격이고 엥간한 바틀샵에서도 안 팔지만 ‘빈지풀 스피릿 IPA’는 이마트에서도 파는 보급형(!)이다. 스톤 양조장의 다른 IPA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싱그러운 꽃향이 꽤나 매력적인데 마실수록 파인애플과 오렌지의 달콤한 맛이 혀를 사로잡는다. 지난주에 이마트 가서 한 캔 더 사옴
읽기 시작한 건 1월인가 2월부터인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조금씩 끊어서 읽다가 겨우 완독. 내용이 특별히 좋았다기 보다는 자신의 삶과 글쓰기를 연결시키는 구성이 재밌었다. 다른 책들 중엔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도 좋았다. 처음 몇 작품 읽을 때는 약간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다만 비슷한 방식의 자극이 반복되어서 그런지 뒤로 갈수록 점점 시들해지는 건 아쉬웠다. <불평등의 킬링필드>도 나쁘지 않았다. 불평등이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지 설명하는 사회학 논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완전히 한국으로 좁혀서 같은 관점의 연구가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촌의 LP바. 양주가 메인이고 생맥주로는 기네스와 크롬바커가 있다. 기네스가 링고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맛있는데 여기는 술보다는 음향이 감동이다. 주기적으로 진공관을 교체하는 앰프에 4.1채널 저리가라 할 공간감까지 구현하는 스트레오 시스템.. 소리가 온 몸을 울리는 진동으로 파고드는 감동은 오랜만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대화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 가끔 혼자 찾아가서 음악을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3월에는 MB도 구속되고, 동북아 외교에도 엄청난 성과들이 있었고, 뭐 아무튼 이런저런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하지만 나에게 올해 3월은 미투로 기억될 것 같다. 안희정 성폭행 피해자가 JTBC에 처음 등장한 날, 미투 이후의 삶에 대한 구성물을 만드느라 과거 성범죄 사실을 폭로했던 피해자들에게 연락하고, 이 과정이 혹시 2차 가해는 아닌지 고민하던 순간들, 피해당사자들이나 오랫동안 그들과 연대해왔던 전문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방송에 나갈 수 있는 이야기 사이에서의 줄타기. 너무 어렵다. 그렇다고 무한정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고 결과물을 내야 하지만 적어도 하나씩 매듭을 지을 때마다 조금씩은 나아지고, 나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