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같은 인생, 만년 같은 인생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영어 교과서에 실린 글이다.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글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비버가 있었다.
놀기를 좋아하는 청년비버다.
젊고 잘 생겼다.
그래서 여자 비버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여자 비버들과 하루 종일 놀았다.
여자 비버 중 하나가 그에게 청혼을 했다.
젊고 예쁜 비버였다.
단 조건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생활을 끊고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아내도 생기고 아이도 생기는데 열심히 일을 안 하고 놀기만 한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젊은 비버는 그 청혼을 거절했고 예쁜 여자 비버와는 아는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기로 했다.
예쁜 비버는 젊은 비버 대신 늙고 못 생겼지만 열심히 일하는 비버를 택해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다.
나무로 댐을 막아 물고기를 잡았는데 아이가 생기자 댐을 여러개 더 만들어 더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다 늙은 비버는 과로로 죽고 말았다.
교훈 열심히 일만 하면 안 된다.
반전이었다.
원래 교과서에 이런 글이 왜 실렸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고 담당 교양영어 교수는 열이 받아서 씩씩 댔다.
뭐 이딴 글을 교과서에 싣고 자신보고 가르치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화가 안 풀렸는지 얼굴이 벌개졌다.
나도 그 글을 읽고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왜 교과서에 이런 글이 실렸는지는 의문이었다.
어느 날 이었다.
동네에 잘 알고 지내던 이웃집 아저씨가 돌아가셨다.
이 아저씨는 성실하기로 소문난 아저씨다.
직업은 건설회사 일용잡부다. 소위 우리들이 말하는 노가다.
어느정도 성실하냐면 일은 물론 열심히 한다.
그 뿐 아니라 그 아내를 위해서 새벽에 일을 나가는데 밥과 반찬을 해 놓고 나간다.
그 새벽에 말이다.
펑펑 노는 아내를 위해서 말이다.
애들 도시락도 다 싼다고 한다.
그리고 밤에 오면 밀린 빨래까지 했다고 한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집안일이며 청소도 전부 했고 아내는 노가다의 아내일 뿐이지 여왕님 대접을 받았다.
이 아저씨 매일 조그만 건설현장만 다니다가 큰 건설회사에서 하는 현장으로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발을 헛디뎌서 2층에서 추락사 하고 말았다.
그런데 보상금이 3억 원이 나왔다.
작은 현장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보상금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 서로 돈을 더 갖겠다고 싸움이 났다.
그것을 보고 교과서의 늙은 비버가 생각이 났다.
대학내내 배낭여행을 다녔다.
방학이면 한 달은 일을 하고 번 돈을 가지고 1달 또는 2달 동안 배낭여행을 다녔다.
유럽이나 호주, 동남아 등 각 나라들을 많이 다녔다.
그러다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에서 아주 특이한 사람을 만났다.
배낭여행 전문가다.
그 사람 얼굴이 하도 까매서 나는 태국 현지인인줄 알았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말을 붙였다.
한국에서 왔냐고 말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사람 외국에서 만나면 반가웠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그 사람 직업이 없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배낭여행을 다녔냐고 물어봤더니 80년대 초반부터란다.
그런데 90년에 여행자율화가 되었으니 80년대 초반이면 정말 오래전이다.
그럼 어떻게 지내냐고 하자.
일년에 9개월은 동남아에서 지내고 3개월은 한구게서 지낸다고 했다.
3개월 한국에서 지낼 때 9개월 동남아에서 살 것을 전부 마련해서 온다고 했다.
처음에는 여행사에 기고하고 그것으로 번 돈을 가지고 여기와서 논다고 말이다.
그런데 술 먹여놓고 물어보니 사실은 한국에서 3개월 있는 동안 노가다를 뛴다고 했다.
노가다를 뛰어서 그 당시 돈을 벌면 3달에 300만 원 정도를 버는데 그 돈을 가지고 동남아에서 9달을 황제처럼 산다고 했다.
황제처럼 살 수 있다.
그 때 당시 물가가 하루에 1만 원을 쓰기 힘들었다.
밥값은 한끼에 300원 1인실 숙소가 2000원 남짓이었으니 1만 원을 쓸려면 술을 엄청 퍼먹고 팟퐁같은데서 알카자이쇼를 봐야 했다.
그러니 9개월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시내가 지겨우면 해변이 있는 섬으로 가서 놀고 섬이 지겨우면 북쪽에 가서 트레킹하고 3개월 동안 밖에 못 있으니 다른 나라로 국경을 넘어 가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하다고 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하냐고 말이다.
그 사람이 얘기햇다.
결혼만 안 하면 된다.
그럼 된다.
맞다. 결혼만 안 하면 된다.
현대인의 삶을 보자.
아침에 가기 싫은 회사에 가고 일을 하다가 퇴근하고 TV를 켠다.
야구를 보며 치맥을 한다.
그러다 지치면 잔다.
그 일을 무한반복 한다.
마치 40년 이상을 살았는데 하루와 같다.
경험이 없고 같은 날의 반복이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과 같다.
그 반대의 삶이 있다.
반복적인 삶이 싫어 해외로 떠돌았다.
5대양 6대주를 떠돌았고 결혼을 3번하고 이혼을 3번 햇다.
아이는 그 와중에 10명이 생겼고 청소부도 하다가 국회의원도 했다.
마치 하루가 1년 같고 10년 같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어떤 사람이 삶의 경험을 다양하게 했을까?
여기서 나는 팔난봉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내 삶과 대조해 보자는 것이다.
어쩔수 없이 살아가는 나날이 지속되는데 그 날이 정말 지옥과 같다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자살이 아닌 그 생활을 끝내보는 것은 어떨까?
설마 굶어죽지는 않겠지.
사실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지도 못하고 인생을 질질 끌려다니다가 끝낼 수는 없지 않나?
죽기전에 후회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무엇을 하고 후회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 때 그것을 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만이 있다고 한다.
인생 한 번뿐인데 다시 태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해보고 싶은 것은 해보고 죽자.
JD 부자연구소
소장 조던
http://cafe.daum.net/jordan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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