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말만 듣고 순식간에 1억 5천이 날아갔습니다.
창업하려고하면 뭐 부터 하시나요?
시장조사?
제품개발?
고객확보?
경쟁사 분석?
다 해야죠. 창업 시작하기전에 저거 다 해야합니다. 맞아요.
저는 어땠을까요?
창업 준비 전에 꼭 봐야하는 실수담이에요.
묻지마 컨설팅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단 하루만에 1억 5천 날린 인생최대 실수 들어보세요.
일단 왜 그런 어이 없는 실수를 하게됐는지 제 사연을 먼저 이야기해야하거든요.
(안 궁금하신 분들은 그냥 스크롤 쭉 내려서 뭔 실수였는지만 보셔도 됩니다.)
갑자기 가족이 돌아가셨어요.
점심 먹을때 안부통화했는데 저녁먹고 나니 부고전화가 왔어요.
맨탈이 완전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너무 가까운 사이여서 그랬나봐요.
당연히 한 몇 개월 정신 못차렸어요.
슬프다는거 이거 보통일 아니더라고요.
멀쩡한 직장다니다가 관뒀고요.
당시에 20대후반쯤이었는 연봉이 한 4500쯤 됐었나?
어쨌든 혼자 살면서 때마다 여행가고 원하는 먹고 입고 쓰고 부족한 거 없이 지냈어요.
근데 돈이고 뭐고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데 다 무슨 소용이었겠어요?
그 풍광 좋은 제주도에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그러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죠.
아니었어요. 더 싫더라고요.
나만 슬픈건지 나만 밥도 못먹고 나만 모든게 원망스러운건지.
다른 사람은 다른 가족은 다 멀쩡히 잘 사는 것 같았어요.
맨날 울기만 했더니 입맛도 없고요.
밥 안먹으니 영양실조가 왔어요.
아마 우울증이었나봐요.
병원은 안가고 버텼습니다.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실제로 스스로 치유했습니다.
놀고있는 텃밭이 있었어요.
거기서 해뜨고 해질때까지 잡초뽑고 땅팠어요.
그렇게 3개월 하니까 좀 살겠더라고요.
땅파면서 울고 잡초뜯으면서 소리지르고.
지금생각하면 미친사람처럼 보였겠네요.
근데 그 와중에 뿌린 씨앗들이 얼마나 잘 크는지
처음 텃밭했는데 농작물이 온갖 종류대로 엄청나게 수확했어요.
쌈채소는 쌈채소대로 오이 토마토 고추 가지 피망 뭐 셀 수도 없었습니다.
슬픔이고 우울증이고 이때쯤 슬슬 잘못된 일이 시작됩니다.
재능 발견. 나 아무래도 농사에 소질 있나봐
엄청난 착각이 시작되었습니다.
왜 직장인들, 서류에 사람관계에 찌들다보면 누구나 한 번 쯤 귀농귀촌 꿈꾸잖아요,
저는 좀 어릴때부터 귀농귀촌을 하고 싶었어요.
직장때문에 제주도에 가 있었는데 그때 도시직장인을 위한 귀농귀촌수업도 야간에 들으러 다니고
귤 과수원 당근 밭도 보러다녔어요.
그래서 그랬나.
텃밭을 처음부터 너무 잘 해버려서 저는 저한테 농사에 소질이 있는 줄 알았죠.
마침 다시 수도권으로 가서 직장을 찾고 싶진 않았고
너무 갑자기 가족을 떠나보내야해서 그랬을까요.
그냥 고향에서 가족들이랑 살아야겠다 싶었습니다.
맨날 방에 틀어박혀서 밥도 안먹고 울기만하던 사람이 뭔가 해보려고 하니
의욕이 미친듯 샘 솟습니다.
이때 진짜 조심해야해요.
백수가 달리기 하면 무섭다잖아요.
뭔 일 낼까봐.
딱 제가 그랬습니다.
아 근데, 내가 사는데는 광역시인데 어쩌지?
농사 어디서 짓지.
와 될려고 그랬는지 그 생각하면 가는데 "귀농 귀촌 박람회" 홍보 현수막이 펄럭입니다.
당연히 갔죠.
이미 의욕충만하겠다.
재능도 발견했겠다.
무작정 박람회를 돌아다니다가 운명의 바로 그것을 만나게 됩니다.
미래의 식량, 고단백 곤충 " 굼벵이"
박람회 부스에서 어리숙한 아저씨가 손 위에 올려주는 꿈틀대는 굼벵이.
징그럽지 않고 눈이 번쩍 뜨입니다.
그도 그럴게 이 아저씨가 하는 말이 그럴듯 솔깃합니다.
일주일에 서너번 잠시 가서
2-3시간 돌봐주면
굼벵이 1키로를 30만원에 팔 수 있는데
한 컨테이너에서 한달에 30키로는 나와.
자, 일주일에 4일 갈때마다 3시간.
그럼 일주일에 12시간. 한달에 48시간.
한달에 이틀정도 시간만 할애하면 단순 계산해도 900만원.
거래처 고객명단 드릴테니 초반에는 판매 걱정 할 필요도 없어.
뭐어?
자,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이면 분명히
창업하려고 하시는 분일거에요.
솔깃합니까?
한달에 48시간 일하고 한달에 900만원.
에잉 뭐 그런게 있어 하고 휙 돌아서야 정상이죠?
그런데..
굼벵이 사육 농장 이전, 사육노하우, 장비세팅, 유통처, 일정기간 기술전수, 허가까지
다~ 해준답니다. 심지어 특허도 마음껏 쓰래요.
제가 알아볼 건 아~무것도 없데요.
그냥 자기가 하던거 그대로 하면 된다고.
자긴 너무 잘돼서 다른 지자체에서 스카웃 당해가서 이전한다고.
아무 걱정말고 자기가 컨설팅하는대로만 하면 다~ 잘된답니다.
ㅋㅋㅋㅋㅋ
네, 박람회 끝나고 다음날 농장가서 한번보고 덜컥 계약했어요.
뭘 알아보지도 않았어요.
의심도 안했어요.
그 말 대로 될 줄 알았어요.
이런 똥멍청이가 있나
호구네
미친거아니야
제정신인가?
단 하루만에 잘못된 선택으로
그 농장 인수하고
매일 새벽6시부터 오후12시 까지는 농장일, 오후1시부터 8시까지는 온갖 개발, 공부 등 매달려서
2년을 키웠는데, 제가 얼마벌었을까요?
마이너스 1억 5천
임대료, 각종공과금, 사육재료비 등 운영비 최소 월 100만원
이전 연봉 감안하면 내 급여 최소 월 400만원
그리고 농장인수 + 컨설팅비 3천만원
굼벵이로 수익 0원.
제대로 생산한번 못해보고 그냥 서서히 망했어요.
단 하루만에 결심한 정말 한심한 실수하나로 1억5천의 기회비용이 날아갔습니다.
창업을 시작하려고 창업을 준비하는 여러분.
제가 뭘 실수한걸까요.
자만
무지
맹신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텃밭 작물도 잘 키워봤으니 곤충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자만.
진입하려는 시장, 아니 저 기초적으로는 창업에 대한 무지.
컨설팅. 즉, 알려주는 사람이 있기때문에 문제 없을 것이라는 맹신.
저처럼 이렇게 하면 그냥 정말..
진짜 쓴 맛 봅니다.
정말 써요.
안되는걸 억지로 해보겠다고 질질끌어서 2년을 했어요.
미친거죠.
안되는건 안된다고 인정도 해야하는데 저는 그걸 못해서 1억5천을 그냥 날렸습니다.
저한테는 너무 씁슬한 경험이에요.
저 세가지 조심하셔야합니다.
지금 창업 준비하시는 분들 본인들에게는 없을 경험이라고 흘려듣지마세요.
저도 누가 저런 일 당했을 때 콧방구 끼던 사람이에요.
근데 저한테 일어나니까 뭐가 잘못된건줄도 모르고 허송세월 되더라구요.
지금까지 단 하루만에 1억 5천 날린 인생 최대 실수담 알려드린 조레카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