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지난번에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내가 잘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써보았어요.
이웃님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 글을 쓰면서도 부끄럽고 에이 이런 말은 쓰지 말까 하기도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는 와중에 아, 내가 잘 못하고 있는 일. 지금도 후회하는 일, 아직도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써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것 같아요.
그런데 원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잖아요?
제가 우리 직원들한테 가끔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 회사에서는 나만 잘하면 될 것 같아.
우리 회사의 제일 큰 장애물은 나야
왜 저렇게 말하냐면요..
저는 참 부족해요.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하는데 마무리는 잘 못 짓습니다.
놀기도 엄청 좋아하고요.
감정 기복도 심해서 아주 롤러코스터 같습니다.
근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야기를 왜 하냐면요.
제가 잘하는 거 못하는 거 저는 제가 다 인정해요.
제가 뭘 잘 못하고 있는지 압니다. 고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안됩니다. 잘 안 고쳐져요.
고무줄도 아닌데 관성은 좋아서 나쁜 점일수록 자꾸 되돌아가요.
그래도, 일단 저는 모든 변화는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을 잘 아니까 나쁜 것도 잘 좀 활용하고 좋은 건 더 잘 이용해서
백전백승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 버리는 거예요.
단순히 그냥 자책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래 나 부족하니까 더 배워올게
그래 나 놀기 좋아하니까 놀러 가기 위해서 지금 일 더 할게
그래 나 감정 기복 심하니까 아까 화내서 미안해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더라고요.. 그렇다고 맨날 이걸 무기 삼아, 핑계 삼아버리면 안 되고요^^;;;
사람은 습관을 참 쉽게 못 바꿉니다.
66일 동안 뭔가 꾸준히 하면 체화가 되어서 저절로 습관이 된다고 하죠?
아니오..
66일 매일 5분 달리기해봤죠..
66일 매일 일찍 일어나기 해봤죠..
66일 매일 독서하기 해봤죠..
근데 진짜 웃긴 게 67일째? 뭔가 핑계가 생깁니다.
67일 68일 계속 똑같이 해야 하는데 뭔가 목표는 이미 달성한 거 같습니다.
쉽게 마음을 툭 내려놓고 오~ 나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네?
이러고는 66일 동안 잘 만들어 놓은 좋은 습관을 중단해버립니다.
왜요?
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거든요.
세상에.. 이렇게 오만하고 교만할 수가!!!!!
네, 아마 제 평생에 걸쳐서 무한 반복일 수도 있겠어요.
저는
1. 금방 싫증을 냅니다.
이게 참... 저도 이런 제가 한심하기도 해요.
지금 생각해도 금방 싫증 낸 일 때문에 너무너무 후회하게 된 일이 많아요.
뭔가 끝을 보기 전에 중단하는 일이 많습니다.
금방 재미가 없어져 버리면 이게 참 관심이 없어지니까 걷잡을 수가 없어요.
학습에서도 그렇고
연애에서도 그렇고
일에서도 그랬습니다.
제가 살아가는데 너무 큰 영향이 있는 거예요.
우리 아빠는 한 직장에서 43년을 근속했는데
나도 분명히 저런 끈기 DNA가 있을 텐데
왜 안되지?
서른 넘어서부터는 이 싫증을 금방 내는 제 태도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봤어요.
어차피 이렇게 싫증이 잘 날 거면 역이용하자 싶었어요.
역이용해서 좋은 결과를 낸 일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 번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것만으로도 할 말이 엄청 많거든요 ㅋㅋ
하지 않으려 매번 경계하려는 일이 있습니다.
2. 남의 이목 신경 쓰는 일.
이거 참 안되죠.
저는 부끄럽게도 남 신경을 참 많이 썼어요.
어쩌면 이건 성장 배경에서 온 것일 수 있어요.
맏이의 맏이라는.. 제가 선택할 수 없었던 자리.
제 행동 하나하나는 항상 누군가에게는 본보기가 되어야 했어요.
또는 어른들 눈에 거슬리지 않게 스스로 모든 행동을 통제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하면 엄마가, 아빠가 어떻게 볼까?
내가 지금 이러면 할머니가 실망하겠지?
내가 이러는 거 동생이 배우면 어떻게 해.
뭘 하나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중심인 게 없었어요.
엄마가? 아빠가? 선생님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가 저한테 너무 중요했어요.
진짜 상관없는 일인데 말이에요.
물론 폭주할 때도 있었어요.
내 맘대로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 착한 아이로 돌아왔고 폭주했던 그 일 자체가 죄스러워서 더 착하게 굴었어요.
남 신경 쓰는 일.
그거 참 저를 힘들게 했더라고요.
어쩌면 지금도 남을 원망하고 있는 걸 수도 있네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누구도 저한테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어요.
그냥 제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 거더라고요.
저를 더 우선하고 저를 더 사랑하고 제가 먼저인 결정을 내려도
가족들은, 남은,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제가 제 속도에 맞추어 일을 하게 된 것,
제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이런 것도 제가 너무 남과 비교하고 남의 이목을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너무 지쳐서 얻을 수 있었던 깨달음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후회스럽지만 저는 남 신경을 많이 썼네요.
남 신경 쓰지 않고
나 자신부터 챙겨도, 있는 나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더라고요.
3. 어렵게 생각하기
뭘 시작할 때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봅니다.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요.
저는 실패하는 걸 싫어해요.
어쩌면 두려워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매번 성공만 하겠어요.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실행 전에 나름대로 계획도 세우고 리스크 대응 방안도 빠르게 마련해둡니다.
근데 이제 이게 문제에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위험요소까지 만들어놓고
실행하기 어렵도록 스스로 허들을 높입니다.
그냥 해봐도 될 일인데 제 머릿속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꼬아 놔요.
일을 더 어렵게 만들어버리는 게 특기입니다.
그래서 제 별명은 돌다리를 만들어 건너는 인간이에요.
돌다리를 두들기는 게 아니고 아예 만들고 앉았어요.
의심도 많고요.
직접 안 해보면 모르는 미련함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걸 어렵게 해요.
때로는 쉽게 생각해서 수월하게 가야 하는데
혼자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어버려요.
이건 참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끙끙거리는 게 아니라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는 것처럼,
어려울 거라고 지레짐작하지 않고 일단 할 수 있는 거부터 해보는 거.
요즘 그런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4.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은 일 (미루기)
십 년 전이었어요.
사회생활한지 한 2-3년 차였었나.
싫증을 잘 내는 저는 이직 준비를 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gap year을 즐기고 있었어요.
당시에 제주 올레길을 한 달 정도 걸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제주 모습이 아니었어요.
얼마간의 퇴직금이 있었고 걷는 동안 요즘 소위 말하는 줍줍 할 수 있는 부동산이 많았어요.
막연히 카페나 게 한 뭐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권했던 5천만 원짜리 농가주택(안거리, 밖거리, 창고)+귤 밭 100평 포함
대출을 좀 내거나 부모님 도움을 받으면 아예 감당 못하지는 않았을 텐데 와~ 좋다~ 이러고 말았어요.
너무 황량한 동네가 있었어요.
바람 많은 제주에 모래까지 섞여 부니 사람 살데 아니라대요?
근데 저는 너무 좋은 거예요. 그 황량함이 쓸쓸함이.
어우 그 와중에 바다색은 눈물이 나요. 너무 예뻐서.
여기에서 뭐라도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부동산 쪼끔 알아보다가 와 뭐 2000,3000만 원이면 촌집을 살 수 있네?
지금은 뭐 .. 열 배가 뭐예요... 그 동네가 엄~청 떠서 매물이 없어서 살 수도 없습니다.
월정리에요 그 동네가. ㅋㅋㅋㅋㅋ
이렇게 실행 못한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올레길 걸을 때, 맘씨 좋은 농부님들이 귤을 주기도 하고 당근을 주기도 하셨어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광고할 때 이 농부님과 밭을 크게 찍으면 소비자들이 뭔가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텐데.
롯데마트고 이마트도 맥도날드고 이제 생산자 얼굴을 대빵만 하게 광고 전면에 드러냅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생각했던 좋은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일.
엄청 많았을걸요?
어 저거 내가 생각했던 건데~~
생각만 하고 안 해보고 미뤘던 사람 여기 있습니다 ㅋㅋㅋㅋ
뭐 이런 것뿐이겠어요..
셀 수도 없죠.
생각만 하다가 놓친 기회들..
해야 해요. 무조건 일단 해봐야해요ㅠㅠㅠ
해보면 이런 일도 생깁니다.
5. 메모(쓰기)를 중단 한 일
크리스마스 때면 나를 위해 꼭 사던 선물이 있어요.
양지사 수첩입니다.
위클리 56
매년 새해에 한 해 목표를 열 가지쯤 쓰고
읽고 싶은 책 스무 권쯤 쓰고
월별로 챙겨야 할 생일들, 중요한 일들 쓰고
그리고 매일매일 얼마 썼는지 뭘 했는지 간단히 기록했어요.
지금도 서랍 한구석에 그 수첩이 열 권쯤 넘게 있어요.
대학생 때부터 그래온 좋은 습관이었습니다.
많은 게 디지털화되고 손으로 쓰는 것보다 타자가 더 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기록도 온라인으로 넘어갔어요.
그런데 이게 참..
수첩만큼 관리가 되질 않더라고요.
목표도 없어지고 독서 목록도 없어졌어요.
아무리 좋은 앱으로 투 두 리스트 쓰고 해도..
휘발성이 강했습니다.
양지 수첩보다 더 크고 무거운 업무 다이어리가 있긴 했지만
그건 업무용이지 개인용이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뭔가 강력한 무기 하나를 잃은 기분이었어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양지사 수첩 위클리 56을 오랜만에 사보려 해요.
화려한 다꾸는 아니지만 펜을 잡고 새해 목표와 다짐을 하던 꿈 많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보려고요.
제일 후회하는 일은 메모 쓰기를 멈춘 것입니다.
많은 걸 잃었어요.
방향도 습관도 생각도
이번 포스팅은 부끄러운 .. 내가 생각해도 못한 일에 대한 것이었어요.
가끔 이런 통렬한 반성들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못한 건 고치면 되잖아요.
오늘 글 덕분에 또 반성하고 새로이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레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