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제 사무실은 4층이에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항상 걸어서 오르내립니다.
그런데 매일 4층을 오르내리는 제가 요즘 거슬리는 게 있어요.
제가 세 들어있는 건물엔 엘리베이터도 없고 주차장도 없어서 공용부라곤 계단이 다예요.
임대차계약을 할 때 건물주께서 3~4층 구간의 계단만 청소를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5층 건물이고, 1층은 계단실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2층, 3층, 4층, 5층을 사용하는 각 업체에게 청소를 부탁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3~4층 구간의 계단 청소를 합니다. 쓸고 닦아요. 바닥뿐만 아니라 손잡이도요.
2층이 좀 오래 비어있었는데 오가며 큰 쓰레기가 보이면 제가 올라올 때 주워서 처리하곤 했습니다.
2층이 비어서 청소할 사람이 없어서 그랬죠.
가끔 하는 김에 하지 뭐~ 하면서 계단 청소를 했습니다.
저는 직원들한테 청소를 시키지는 않아서 목요일 오후 나 금요일 아침에 혼자서 청소를 하곤 합니다.
대부분 동참해서 하긴 하죠^^;;
2층에 새로운 가게가 오픈을 했어요.
인테리어도 하고 오픈한지 벌써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사장님은 업종 특성상 외모가 아주 화려하세요.
개업 떡도 얻어먹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인테리어를 할 때 바깥으로 나온 먼지며 쓰다만 나사며 실리콘 조각이며..
오픈한지 몇 개월이 다 되어가도 청소는커녕
심지어 문 앞에 수신인이 분명히 2층 가게인데도 방치해둔 우편물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는 저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어요.
아직 오픈한지 얼마 안 됐고 아직 정신이 없나 보다.
처음엔 그랬어요.
근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지금 벌써 서너 달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2층 가게 사장님은 단 한 번도 자기 가게 앞은 물론 1~2층 구간의 계단 청소를 하지 않아요.
비어있는 게 아니니 저도 굳이 그 가게 앞과 1~2층 구간 계단 청소를 하지 않습니다.
몇 달 지나다 보니 우리 직원들이 오가며 흉을 보기 시작합니다.
지저분한 게 안 보이는 걸까?
계단 청소를 해야 하는 걸 모르는 걸까?
온갖 추측이 난무합니다.
어제오늘은 무엇 때문인지 바닥이 끈적하고
버석거리기까지 합니다.
혹시 사무실 비질을 하고 문을 열어서 계단실로 바로 쓸어버리는 거 아닐까요?
우리 직원이 이런 이야기까지 했어요.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데
오늘 퇴근 전에 내려가서 내가 한 번 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쪽지라도 붙이던지 부동산이든 건물주에게든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어쩌지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잠시 후 3시에 저희 사무실에 손님이 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우리 직원 하나가 안 보여요.
점심시간이 끝났는데 자리에 없습니다.
그 직원이 어디 갔나 싶어 여기저기 둘러봤습니다.
계단실에 소리가 나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세상에.
그 직원이 전 층 계단 청소를 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놀라서 뭘 하고 있는 거냐고 하니
잠시 후에 손님이 오시는데 올라오는 길이 이러면 우리 회사에 대한 기분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자기가 그냥 청소를 하고 싶었답니다.
제가 며칠 전에 그랬거든요.
도대체 언제 할 건지 두고 봐야겠다고.
그런데 오늘 우리 직원 덕분에 또 제가 배웁니다.
그리고 참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계단 잠시 청소하는 게 뭐 어때서.
우리 직원들이 불편하고 내가 거슬리는 건데 그냥 내가 먼저 할걸.
회사에 찾아올 손님의 기분까지 내다보는 직원의 한 마디에
머리를 쾅 얻어맞은 것 같은 부끄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계단을 청소하는 직원.
그 직원이 세상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인 사람의 미래가 궁금해졌습니다.
그간 저는 오늘 뭘 놓쳤고 뭘 배웠을까요?
지나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이제 저에게 가르침이 됩니다.
세상엔 배울 것들 투성이네요.
일하다 화들짝 놀라 깨달음을 블로그에 남긴 조레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