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셀프 자존감 올리기가 필요해요.
*주의*
창업 7년 차, 그간의 개인적 경험과 정보에 기반한 의견이니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주 실패하기를 권해요.
그래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창업 강의의 제목을 "나는 매일매일 실패합니다"라고 정한 적도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예요.
실패해서 얻은 게 있다면 추억이고
실패해서 잃은 게 있다면 경험인데 말이죠.
사실 저는 실패하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실패를 줄이기 위한 좋은 방법을 찾아냈어요.
그건 바로.
오를 수 있는 나무만 공략한다.
꿈과 희망을, 이상을 너무 과하게 설정하지 않는 겁니다.
물론 저도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어요.
제 어릴 때 꿈은 의사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 꿈은 아니었어요.
저희 아빠의 꿈이었죠.
근데 저희 집안에는 의사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많은 교사, 공무원, 사업가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친척 대부분 흔히 말하는 블루칼라 기술직에 그나마 아빠만 대기업 화이트칼라셨어요.
그렇다고 야망 있는 분은 아니어서 만년 과장으로 퇴직하셨고요.
다행히 엄마는 현실적인 분이셨습니다.
의사 되기를 세뇌시키던 아빠에게 하던 말씀이 생각나요.
"학자 집안에 학자 나고 의사 집안에 의사 난다, 애 앞길 막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게 놔둬"
자식이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우리 아빠는 그것으로 끝이었어요.
자녀 교육에 필요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열심히 해라. 이게 다였습니다.
저에게 의사가 될 만한 동기부여가 있었을까요?
아니요, 의사가 되고 싶었던 각성을 일으키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는 딱히 아! 이걸 해야겠다.
난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런 꿈이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뭔가 딱 되어라 하는 건 없었는데 맏이의 맏이로 태어난 죄로
단지 그 사회적 위치 때문에 제 어릴 때 주변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야 했습니다.
뭘 잘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어떤 걸 잘하라고 딱 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그저 네가 잘해야 한다.
네가 동생들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이게 한도 끝도 없는 것입니다.
매번 100점 받다가 한 문제 틀리면 다음번에는 잘 하라는 거예요.
아니 한 문제 틀렸는데 그것도 잘 한거 아닙니까?
늘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었던 거 같아요.
나는 정말 보통 사람이고 특출난 능력도 없었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1.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이게 뭐 잘 한일이야 싶으시겠지만 저한텐 정말 큰 결단이었습니다.
아빠의 바람대로 의사가 되려고 했다면 제 유년 시기와 청소년기는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아빠의 꿈은 아빠가
내 꿈은 내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 제 꿈은 늘 변했습니다.
아빠가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장래희망 사항 칸에다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적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제가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일에 노력을 다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성장 시기에 부모님이 권했던 것들은 많았죠.
악기를 배우는 것이라든지 진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과 외 활동이라든지..
그런데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니까 흥미가 없더라고요.
당연히 성과도 안 났어요.
고3 때 학과 선정도 제 성적에 맞춰 엄마와 담임선생님이 결정했습니다.
어땠을까요?
새내기 1년 지나고 바로 편입했어요. ㅋㅋㅋ
관심을 가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합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깨닫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그런데 결정이 되면 몰입을 잘 하더라고요.
즐기고 있으니까 뭐든 잘 돼요.
2. 나는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것만 한다.
이건.. 보시는 분들마다 좀 의견이 갈릴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이겁니다.
저는 창업 7년 차이지만 엄청난 성과를 내는 사업자는 아닙니다.
마켓 컬리, 당근, 야 놀자, 배달의민족 등등..
모든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런 기업의 창업자가 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몇십억 몇백억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엄청나게 성장시키고
대한민국의 산업에 족적을 남기고
길이길이 후대에 기억되는 기업가.
물론 투철한 기업가정신으로 제 사업체를 꾸려가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런 게 제 목표는 아니라는 거죠.
대신 저는 제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또 안 지치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런 사유를 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제가 하는 일은 제 일생 동안 내내 해야 하는 일입니다.
더디게 성장하겠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일이죠.
딱히 선구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정글 숲을 헤쳐나가면서 길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전 굳이 달성 못할 높~~~은 목표를 세우지 않습니다.
올해 매출 100억 달성!!!!
한 달 안에 블로그 서로이웃 3000명 모집!!
블로그로 월 천 수익!!! 이런 거 말이에요.
그냥..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목표에서 20% 정도 더 올려서 목표를 설정합니다.
이러면 저는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고는 항상 초과 달성을 해요.
그러면 말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요.
자존감이 엄청 올라가요!
마음을 지키고 지치지 않고 꾸준히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남들이 하나같이 동일하게 삼는 목표가 아니라 제가 할 수 있을 만한 일을 목표로 삼았을 때.
그래야 제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더라고요.
작은 성공을 계속 맛보고 목표를 조금씩 상향 조정하다 보면 어느새 그 목표가 커~파랗게 되어 있더라고요.
3. 나는 내 속도에 맞춰서 일을 한다.
창업을 처음 했을 때 매일매일 이상하게 조급하고 화가 났습니다.
창업가들을 많이 만나던 시기였거든요.
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만 사업을 잘 못하나 싶었어요.
다들 무슨 지원 사업을 받고
이 달 매출이 얼마고
투자를 이만큼 받았고
기보니 중진공이니 몇 억씩 대출을 받고..
론칭을 하고
유저가 얼마고 어쩌고저쩌고
나는 굼벵이 농장 사기당해서 삽질하느라 2년이 그냥 지나갔는데
그래서 지금 배우는 모든 게 너무 새롭고 신기한데
아니 어째서 저 사람들은 어떻게 어디서 언제 시작했길래
저렇게 다들 노련하고 척척 박사지?
창업자 네트워킹, 독서모임, 조찬회 할 것 없이
좋은 정보가 있고 배울만한 게 있다는 곳엔 빠짐없이 다니던 때였어요.
그런데 이런데 다녀오면 에너지를 얻기도 했지만 뭔가 씁쓸하니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매번 활기 넘치고 으쌰 으쌰 불타고만 있겠어요.
내 주변에서 오토바이 타고 씽씽 달리는데
나 혼자 맨발로 걸어가는 심정이었어요.
당연히 조바심이 났습니다.
밤도 새워보고
주말이고 휴일이고 그 사람들 했다는 거
그게 얼마나 뭐 대단한데? 나도 하면 돼. 하면서 그냥 무작정 달려나가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어요.
시간과 건강과 자존심만 바닥났습니다.
이게 참 불필요하더라고요.
괜한 감정 소비.
그제야 경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시간에 맞게
제 체력에 맞게
제 형편에 맞게
무엇보다 내 속도에 맞게 지치지 않고 하면 되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4. 나는 쉬고 싶을 때 쉰다.
일을 하다 보니 일의 주도권이라는 게 별게 아니었어요.
일정을 잡을 때 내가 우선이 되냐
아니면 상대방이 우선이 되냐
시간도 그렇고 장소도 그렇고요.
저는 무조건 상대방을 맞춰주는 편이었습니다.
심지어 상대방 되는 시간에 상대방 근처에 가서 음료까지 제가 사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일을 진행할 때도 터무니없는 시간대나 무리한 요구를 아무렇지도 않아 하더라고요.
일에는 갑과 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근데 이 갑을이 참 단어부터 마음에 안 들어요.
그래서 저는 계약서에도 회사와 계약의 상대자 이런 식으로 써요.
갑과 을 법률에도 있는 단어이지만 그냥 싫어서요 ㅋㅋ
어쨌든 일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당하다 보니 방법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나는 내가 쉬고 싶을 때 쉰다.
프레임을 짰어요.
조레카는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
조레카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
조레카는 쉴 때 쉬는 사람.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마감에 급급해서 일정을 짜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가 업무가 넘치든 말든 우리는 쉬어요.
직원들이 있지만 쉬는 것에 눈치 절대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휴가 권장하고 원할 때는 대표가 캠핑 갈 때 같이 가기도 합니다.
노는 핑계도 많이 만듭니다.
창립기념일이라서 ( 영세사업자이지만 사업자등록증에 개업연월일 있잖아요 ㅋㅋ)
금요일이라서
비 와서
해 나서
더워서
추워서
혼자 노는 게 아니라 직원들도 같이 놉니다
대표가 집에 가자 하면 직원들도 퇴근해야 해요.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냐고요?
대표가 언제 퇴근하라고 하기 모르기 때문에 직원들이 일을 미루지 않습니다.
대표가 재촉하기 전에 미리 다 해놓습니다.
가끔은 "대표님 000일 때문에 지금 놀러 갈 수 없어요. 대표님 혼자 가세요" 할 때도 있습니다.
쉬자는 제 말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회의할 때도 있어요.
놀기 위해서 일할 정도입니다.
언제 쉬어야 할지 모르니까 회사에 있는 동안 집중하고 몰입해서 일합니다.
거래처도 이걸 알아서 마감시한을 넉넉하게 주거나 하루 안에 이틀 안에 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해달라고 하지 않아요.
시간의 주도권을 잡으니 많은 것이 유리해지더라고요.
아! 좋은 게 더 있습니다.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쉬니 차 막히거나 붐비거나 줄 서거나 그런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요.
같은 돈으로 좀 더 쾌적하고 훨씬 만족도 높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5.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다.
우리 회사 직원이 저한테 하는 말이 있어요.
대표님은 대표님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네, 저는 저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런데 저를 사랑하는 것치고는 절 우선순위에 둔다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까 잠깐 언급했었죠, 맏이의 맏이.
저는 챙겨야 할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이게 제가 원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무언의 강요와 압박인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서른 후반인 지금도 저는 가끔 저보다 가족들을 먼저 챙길 때가 많아요.
이게 참 칭찬도 인사도 없이 서운함만 남겨질 때가 있습니다.
1970년대도 아니고 2023년에 무슨 가족 타령.
올해 추석에도 대가족 바글바글한 할머니 댁에 들어섰더니
삼촌들 숙모들 할 것 없이 절 반기셨어요.
아이고 우리 집 가장 왔다.
대표님한테 잘 보여야지.
어휴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저는 그냥 가족 중에 한 사람일 뿐이에요..
저는 제가 제일 중요한 사람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잘 한 일 베스트 5 제일 마지막은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다입니다.
이건 사실 마음먹고 이대로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아요.
아직 잘 하고 있는 건 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잘 한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 행복을 제 안위를 저를 제 자신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거든요.
또 쓰다 보니 두서가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쓴 건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제 블로그 이웃님 중에 글쓰기 관련해서 정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그랬어요. 글이라는 건 무조건 쓰고 보라고.
오늘은 그분 말씀대로 한 번 해봤네요 ㅋㅋ
2023년 상반기는 좀 여러 가지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들이 많았어요.
경기도 좋지 않다고 하고
주변에 폐업하는 동료 창업가들도 많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그래도 내가 잘 하고 있는 일들이 있구나
앞으로도 잘 유지해야 할만한 그런 일들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어요.
여러분도 오늘 잘하고 있는 일 5가지 한번 써보시기를 권합니다.
때로는 스스로 이렇게 자존감을 올려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조레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