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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May 07. 2024

어버이날을 맞은 나의 단상들

엄마한테 어버이날 꽃 보냈더니 사진 찍어서 보내고 좋아하셨다. 엄마 나이가 많고 당뇨에 경동맥협착증도 있어서 지금은 그럭저럭 지내시지만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 몰라서 사랑한다거나 그런건 사실 별로 없지만 할수있는 일은 하려고 한다. 엄마에게 사과도 받았고 화해도 했고 요즘은 날 별로 괴롭히지 않으니까. 나이 드니까 사람이 좀더 유해진듯도 하고.


사과받고 화해하고 이해하더라도 꼭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냥 용서했다. 엄마나 아빠를 사랑한다는게 뭔지 나는 아마도 영영  모르고 죽겠지. 조금 아쉽고 궁금하지만 그럴수도 있는 거지 뭐. 인생이란.


나는 엄마에게 정서적 학대를 받았고 사랑을 받거나 스킨십을 받은적이 거의 없어서 여자끼리 손잡거나 친밀감으로 안아주고 이런거 되게 어색하고 못 한다.


엄마에게 고맙게 생각하는건 있다. 아기때 키워준 거, 중간에 내가 네살때쯤 집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거. 자식을 낳았으면 키우는건 사실 당연한 일이지만 뭐 아빠가 알콜중독이었으니까 도망치고도 싶었을텐데 키워준거는 고맙다.


엄마는 올해 내생일 까먹어서 뒤늦게 전화하셨는데 뭐 별느낌 없고 괜찮았다. 엄마에게는 기대하는게 별로 없기 때문에. 그냥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시다 편하게 돌아가시는게 제일 바라는건데 어려운 일이지.


아빠는 알콜중독으로 평생을 살다가 술먹고 넘어져서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정말 끝까지 아빠다운 죽음이었음; 넘어지고 바로 의식불명되서 수술받고 못깨어나서 유언도 마지막 눈맞춤도 하지 못했다. 그건 좀 마음에 가끔 걸림. 유언을 할수있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설마 미안하다 였을까.


예전엔 울고 화나고 슬펐던 일들이 심리상담 빡세게 받고 나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상황도 변하고 시간도 지나고 하면서 희미해지거나 다른 시각으로 보게도 된다. 어쨌든 덜 괴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좋은 일이다.


과거를 회상해도 이제 눈물이 나오지 않고 담담하다. 이렇게 되길 꿈꿨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좋다.


나는 살아있다. 그거면 되었다.

사람의 고통은 변할 수 있다. 너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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